나의삶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인연'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볼까 합니다.
나의삶님, 저는 어렸을 때 '인연' 이라는 말을 들으면, 운명 같은 사랑을 생각했어요.
왜 드라마 보면은 남자주인공하고 여자주인공하고 서로 정말 사랑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헤어져야 하거나, 정말 이제는 다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극적으로 다시 만나 사랑을 나누는 그런 관계 있잖아요. 영화 『 엽기적인 그녀』 에서 그녀와 견우의 사랑 같은거요. 그 정도가 아니면 관계에 있어서 '인연'이라는 말을 붙이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좀 인생을 좀 살아보니 '인연'은 그런게 아니더라고요. 인연이라는 말은 단순히 '운명 같은 사랑'을 나타내는 의미가 아니라 '사랑' '우정' '존경' 등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모두 끌어안는 좀 더 큰 단어라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인연은 '하나의 씨앗'과 같다는 생각이요. 왜 씨앗같다고 생각하느냐면요..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고, 도움을 주고 받고 살아갑니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마주치면 하나의 인연이 생기지요. 왜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잖아요. 그렇게 하나의 마주침이 일어날 때,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에 씨앗이 하나 생기게 되는거에요. 그 씨앗은 '나'라는 '토양'에 뿌려지게 되고요. 그렇게 내 토양에 뿌려진 하나의 씨앗은 '나'라는 토양에 잘 적응해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수도 있고, 토양에 적응하지 못해서 싹도 틔워보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어요.
오늘 나에게 커피를 건네준 카페 점원, 나를 목적지 까지 태워다 준 버스기사님 등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의 만남을 가져요. 그리고 그 만남 하나하나에 우리는 씨앗을 하나 받게 되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말아요. 그 중 아주 극소수의 씨앗들만 싹을 틔우게 되지요.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자라난 씨앗의 꽃을 보고 '인연'이라고 부르죠. 그렇게 핀 꽃을 가만히 쳐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 씨앗이 내 토양에 심어진 것은 우연일 수 있지만,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은 결코 우연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요. 내가 그 사람을 소중히하고, 그 사람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나갔기에 지금의 '인연'이 될 수 있었던 거에요. 마치 우리가 씨앗을 심고 햇빛을 쬐여주고 물을 줘야 꽃이 피듯이 말이에요. 그런 관심과 정성, 사랑이 있어야 만남이 '인연'이라는 꽃을 피울수 있는 것이죠.
그렇게 인연이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우연적인 마주침'이나 '운명 같은 만남'처럼 어떤 특별한 계기를 통해 만나는 사람이 '인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아주 빈번하고 평범하게 마주치는 지극히 사소한 만남들이 '인연'이 되는 것 같아요. 흙 속에 씨앗을 소중하게 심고 ,매일 물을 주며 관심을 쏟아야 싹을 틔울 수 있듯이 말이에요.
제 자신을 한번 돌아볼게요. 제 마음 속에 있는 '정원'에는 그렇게 많은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있지는 못한 것 같아요. 평소에 소중하게 씨앗을 다루지 않고, 알아서 싹이 나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치했거든요. 대부분의 인연들이 시작되기도 전에 끝나버린 것이죠. 하지만 다행히도 많은 수는 아니지만 몇몇 씨앗들이 제 토양에 잘 적응하여 무럭무럭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일상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 한명 한명을 모두 '인연'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씨앗들을 그냥 죽게 방치해두지는 않았을 거에요. 씨앗 하나하나를 모두 소중히 생각하고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보살폈겠지요. 그러면 아마도 지금의 제 정원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들로 향기가 그윽하게 피어나고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저는 사소한 씨앗들을 사소하게 다뤘어요. 진짜 인연이라는 것은 특별한 씨앗이어서 심기만 하면 저절로 꽃이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저절로 피는 꽃은 없더라고요. 꽃은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라서 그렇게 예쁘게 피는 것이었어요.
어린왕자를 보니 이런 구절이 있더라고요.
너희들은 내 장미꽃과 같은 데라곤 하나도 없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냐.
아무도 너희를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누군가를 길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야.
너희들은 내가 만나기 전의 여우와 같아.
그 여우는 다른 여우들과 다를게 없었지.
하지만 내가 그 여우를 친구로 삼았기 때문에,
그여우는 내게 하나뿐인 여우가 되었어.
어린왕자는 씨앗을 보살펴서 꽃을 피우는 과정을 '길들인다'라고 말하였어요. 아마도 어린왕자가 말한 길들인다라는 것은 많은 시간과 사랑, 노력과 희생을 의미할 거에요. 그렇게 길들이면서 그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하나뿐인 여우가 되었고 소중한 '인연'이 되었지요. 아마 어린왕자가 지나가던 여우보듯 그 여우를 보고 지나쳤다면 어린왕자의 소중한 인연이 되지 못했을 거에요.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만났던, 혹은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 그냥 수많은 여우 보듯이 생각할 수 있을 거에요. 그러면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부여된 씨앗 역시도 싹을 틔우지 못하겠지요. 하지만 어린왕자가 여우를 길들여서 이제는 하나 뿐인 여우가 되었듯이, 우리도 나와 누군가의 만남을 통해 심어진 씨앗들을 잘 가꿀 수 있어요. 그 씨앗들을 정성스레 잘 가꾼다면 싹이나서 언젠간 꽃이 피겠지요. 그런 꽃들로 내 정원을 가득 채운다면, 삶은 훨씬 더 풍요롭고 행복하지 않을까요? 그 꽃들로 인해서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