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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자본가 Sep 06. 2017

불황의 시대  불안의 시대

시대가 불안해서 나도 불안한 것이다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이 붙여진 2007년부터 2015년까지의 시기는 20대 청춘들에게 불황과 불안의 시대였다. 







위의 표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나타낸 그래프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고려하면, 경제성장률은 2-3% 수준에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이러한 저성장기조를 두고 언론에서는 20년간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의 모습을 따라가는건 아닌지하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2~3% 수준의 경제성장률은 2007년 이전과 대조하면 그 수치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더욱 쉽게 인식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하게, 우리나라는 1997년 말 동아시아 경제위기, 즉 IMF 사태를 맞이한다. 동아시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성장률의 진폭이 발생하기는 하였지만 위기가 수습되면서부터는 연평균 5%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고 있었다. 2007년 이후의 연평균 성장률이 2~3%수준에서 움직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거의 2배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의 경제성장률 그래프에 추세선을 그려보면 이러한 우하향 추세는 분명히 드러난다.













경제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은 경제가 불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대의 실업률을 살펴보면, 88만원세대가 출판된 2007년 7.4%의 실업률을 보였으나 2016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11.2%의 실업률을 기록하였다. 경제가 저성장국면에 들어서자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업률이 증가하는 것이다. 













실업률이 높아질수록 취업시장에 선 청년세대들의 불안도 커져갔다. 나빠져만 가는 고용시장은 취업을 앞둔 청년들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데 급증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자살자 수는 이러한 불안감을 숫자로 잘 보여준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글을 쓸 당시 기준)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대학별 자살자 현황’ 자료를 보면 2011년 15명에서 2014년 16명, 2015년 6월말 현재 12명으로 최근 5년간 대학생 자살자 수가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살한 학생들의 대학교들을 살펴보면, 비명문대학교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취업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명문대학교의 학생들도 상당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이 단순히 일부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런 통계나 뉴스들을 보면 일부 기성세대들은 ‘요즘 젊은 것들은 정신이 나약해서 그래’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편하게 사는지 몰라서 그래. 우리 때는 물불 안가리고 일했는데 말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본인들이 살아왔던 경험들에 견주어 20대 청춘들의 취업문제나 자살 문제를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개인의 나약함으로만 책임을 몰아가기에는 사회가 너무 많이 변하였다. 이러한 청년문제는 사회 구조적 문제이고 기성세대에게 책임이 있다. 만약 우리 20대의 청춘들에게 죄가 있다면, 아무런 생각없이 고분고분 기성세대들이 시키는 대로만 살았다는 것이다. 공부만 열심히 해서 명문대학교에 가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했던 그 말을 의심없이 믿은 것이 잘못이었다.



  현재 20대들은 아버지 세대와는 개인적 상황, 사회적 상황에서 모든 것이 다르다.  

아버지 세대들은 6.25라는 국가적 재앙을 만나 모든 것이 어려웠던 시대를 살아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어려웠던 시대였기때문에 대부분이 똑같이 어려웠다. 그래서 개인의 노력이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부지런하면 그만큼 보상이 따라왔고,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었다. 모두가 똑같이 어려웠고, 경제가 지속적으로 충분하게 성장했기에 무엇이든지 가능했던 ‘할 수 있다 Can’의 시대였다. 조선소도 없이 배를 수주 받은 이야기나 세계적인 은행들이 모두 안된다고 한 제철소를 세계적인 제철소로 만들어낸 것들이 모두 그 시대에 나온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다르다. 한 세대가 뿌린 씨앗이 수확을 할 때쯤 되자 ‘차이’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는 열심히 농사를 지어서 창고에 양식이 가득했고, 누군가는 농사를 짓지 않아 창고에 양식이 많지않았다. 어찌되었든 쌓인 양식은 다음 세대에게 이전이 되기 시작했는데 여기서부터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전 세대들이 한평생의 노력으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자 이제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못배워서 이렇게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일을 하면서 살았지만 내 자식들은 인정받으면서 살아야지’라는 이전세대들의 욕망이 고스란히 다음세대인 자녀들에게 투영되기 시작했고 “대학교육이 얼마나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은 사라지고 “일단 대학은 나와야 된다”라는 강요만이 남게 되었다. 그래서 야구를 하든, 그림을 그리든, 노래를 부르든, 장사를 하든 일단은 대학을 나와야된다는 암묵적 법칙이 생겨났다. 그렇게 이전세대와 달리 지금의 세대들은 초중고 12년의 교육기간을 거쳐 4년이상의 대학교육까지 이수하게 되었다. 20세가 되기 전부터 한창 현장에서 일을 하던 이전세대와는 달리 지금의 세대는 20세가 넘어서도 책상 앞에 앉아서 책만 보며 공부만 해왔다. 



   그렇게 20년에 가까운 교육기간을 끝마치고 취업에 뛰어들 시기가 되니 갑자기 국가의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호황만 있을 것 같았던 대한민국 경제에 1997년 처음 불황이라는 것이 나타났고 수많은 우리의 아버지들이 이때 집보다도 많은 시간을 보내던 회사에서 퇴출이라는 것을 당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에 한번 찾아온 불황은 단순히 아버지들의 회사를 빼앗은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경제의 활력을 앗아갔고, 지천에 널려있던 수많은 기회들을 휩쓸어갔다. 




  계속되는 성장을 바탕으로 신입사원을 뽑던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줄이기 시작했고, 갑작스런 취업한파에 대학졸업자들은 갈길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IMF구제금융 이후 약 2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때 사라진 활력과 기회는 다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여름에는 춥다고 긴팔을 입고 다니고 겨울에는 덥다고 웃옷을 벗고다니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기바라셨던 부모님의 20년 뒷바라지와 대기업에서 멋진 커리어를 쌓아나가고자했던 우리의 노력은 그렇게 배신당하기 시작했다.











실제 통계청에서 발표한 『 청년층 첫 일자리의 근로 형태 』 통계를 살펴보면 졸업과 중퇴 후에 취업을 경험한 전체 4,000,000명 중 임금근로자는 3,860,000명이었다. 이중 계약기간을 정하고 근로한 청년은 971,000명이었으며 이 중에서도 812,000명이 1년이하 단기계약이었다. 또한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고 근로를 한 청년층은 2,888,000명으로 임금근로자의 74.8%에 달했다.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청년층의 대부분은 패스트 푸드나 편의점 같은 아르바이트 같은 일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2,888,000명의 청년들 중 이런 일을 평생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청년은 없다. 대다수는 정규직 근로자, 쾌적한 환경과 높은 연봉을 주는 대기업으로 가기위한 준비를 하기위해 잠시동안 하는 그런 일이다. 그런데 상황이 점점 여의치 않게 되는 것이다. 세계 경제는 어려워지고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진다. 뽑는 인원 수는 거의 비슷한데 희망자는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한 곳에 갈 확률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생각했던대로 일이 잘 되지 않으면 사람은 불안감에 휩쌓이게 된다. 이것을 해내지 못한다는 자괴감부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능함 그리고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두려움까지.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이런 개인의 불안감이 아니다. 이러한 불안감이 명문대를 졸업하지 못하는 사람만, 스펙이 부족한 사람만, 외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만 느끼고 있는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도, 스펙이 짱짱한 사람도, 외국어를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도 모두 똑같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나 혼자, 개인 한 사람만 느끼고 있는 불안감이라면 이건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 혼자만이 아니라 대다수가 느끼고 있는 문제라면 이는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 





  경제적 불황이 시대의 불안을 만들었다. 시대의 불안 속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하나 없지만 그 불안의 원인을 시대나 구조, 사회가 아닌 여전히 나 자신에게서 찾고 있다. 흔들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떻게든 균형을 잡아서 나 자신의 평온을 찾으려고 할 뿐이다. 내가 흔들리는건 엘리베이터가 흔들려서가 아니라 흔들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균형을 잘 잡지 못하는 내 노력의 부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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