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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자본가 Oct 26. 2017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욕망의 착취

욕망의 착취




  자본주의 사회는 생산소비라는 두개의 축으로 굴러가는 사회이다. 공급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궁핍과 결핍의 시대였기에 생산하는 상품들이 생산되는 즉시 팔려나갔다. 생산되는 양은 늘 부족했고 반대로 수요는 넘쳐났다. 그래서 공장주들은 다른 제품들보다 더 싸게, 어떻게 더 잘 만들어낼 것인가만을 고민해왔다. 







  하지만 멈출줄 모르던 경제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하고 생산량은 점점 더 증가하여 이제 생산된 상품을 다 소비하지 못하는 시대가 오게 되었다. 만들어내는 즉시 팔리던 상품들은 공장의 창고에 쌓이게 되었고 가격을 할인해도 물건은 잘 팔리지 않았다. 더 이상 다른 제품보다 싸게,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상품을 팔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만들어 놓은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생산은 이뤄지지만 소비는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생산과 소비 두 축으로 운영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한 축이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붕괴된다. 우리는 그 붕괴를 몇 차례 경험했고 그것을 대공황 혹은 경제위기라고 부르고 있다.









  쌓여가는 상품들을 팔기위해서 혹은 자본주의 사회의 붕괴를 막기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소비를 일으키는 것이다. 단순히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소비하던 시대에서 소비를 권장하고 강요하는 시대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강요를 거부감이 들지 않게 각종 다양한 기법들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 기법은 마케팅이라는 하나의 학문으로까지 발전하였다.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턴트인 마틴 리드스트롬은 “마케팅이란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 전략적으로 유혹해서, 이유는 모르지만 그 상품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다시말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필요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방법과 기술들이 발전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마케팅이 우리의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온갖 마케팅에 휩싸인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른 아이가 한 살 반이 되면 최소 백개의 브랜드를 기억한다고 하니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마케팅이 얼마나 교묘하고 치명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면 마케팅은 어떻게 우리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필요하게끔 생각하게 만드는 것일까? 

마케팅에는 여러 가지 기법들을 활용하여  물건을 팔지만, 핵심적인 건 크게 2가지다. 욕망과 공포이다. 




  욕망을 이용한 마케팅 기법은 화장품 광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화장품 광고를 보면 가장 예쁘다고 하는 연예인들이 나온다. 여성이란 죽는 그 순간까지도 아름다워 보이고 싶다고 했던가. 어떤 여성이든지 저 여자연예인처럼 예뻐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연예인을 광고에 기용함으로써 기업은 여성들의 욕망을 사로잡는다. 









“눈부시다 못해 영롱하게 살아나는 광채. 티없이 환한 당신처럼.”



“스물셋 소녀로 남다. 어린 피부를 지키는 불멸의 꽃이 피부 속으로.”


“누가봐도 탐나는 피부. 어디서 왔을까.”



닮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연예인을 광고에 출연시킴으로써, 그 화장품을 쓰면 나도 저 연예인처럼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그리고 그 화장품을 쓰면 자신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연예인의 광고멘트는 소비자에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화장품 광고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식품, 의류 광고 등 많은 상품의 광고들이 이와 같은 ‘되고싶다’라는 욕망을 이용한 기법을 사용한다. 





  공포를 이용한 기법은 욕망을 이용한 광고와는 조금 다르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의 메시지를 던진다. 대표적인 것이 손 세정제이다.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와 같은 몇차례 전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세균에 대한 공포가 심해졌다. 실제로 메르스 사태 이후 공공기관은 물론 대형마트, 백화점, 음식점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손 세정제가 비치되기 시작했다. 세정제를 만드는 기업에서는 손만 깨끗이 닦으면 메르스의 전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처럼 99%의 향균력을 광고하였고 메르스의 공포에서 벗어나고싶은 대중들은 그러한 손 세정제를 구입해서 사용하였다. 하지만 실제 연구결과를 보면 향균 세정제를 사용하더라도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을 막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전염병들은 감염된 사람들의 재채기나 기침에 의해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명적인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향균에 대한 소비로 이어졌다. 실제로 한 화장품회사의 손세정제 매출은 메르스가 발생하기 전날과 비교해 30배가 넘는 매출증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포가 소비를 일으킨 것이다.








  보험광고 역시 대표적인 공포를 이용한 마케팅을 사용한다. 우리 생의 남은 시간과 가족을 강조한다.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이용한 마케팅은 대중들로 하여금 가족과의 이별을 떠올리게하고 조급함과 공포감을 일으킨다. 더불어 내게 만약에 무슨일이 생겼을 경우, 남겨질 가족들을 생각하게끔 만들어 보험에 들도록 만든다. 가족 간의 사랑을 강조하여 휴머니즘이 듬뿍 베어나오는 보험회사의 광고는 공포를 세련되고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예시 중 하나이다.




  물건을 파는 기법인 광고뿐만이 우리의 소비를 권하는 것은 아니다. 지불하는 수단 역시 점점 더 소비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발전 중이다.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가 돈을 낼 때는 지갑에서 돈을 확인하고 돈이 지갑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소비를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카드로 상품 금액을 결제할 때에는 조금 다르다. 내 지갑에서 카드를 빼서 점원에게 준 다음에 결제가 끝나면 카드를 돌려받는다. 우리는 지갑에서 뺐던 카드를 다시 돌려받음으로써 우리의 뇌가 이를 손실로 여기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만큼 죄책감이 덜해서 자꾸 소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은 카드도 필요하지 않다. ‘간편결제’라는 핀테크 기술이 개발되면서 손가락으로 정해놓은 암호를 그리면 바로 결제가 된다. 결제하는데 3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하니 결제가 그만큼 간편하고 쉽게 변화한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필요하게 느끼게끔 만들어서 소비를 촉진시킨다. 끊임없이 소비가 이뤄져야 생산이 이뤄질 수 있으며 그래야 자본주의 사회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17세기를 풍미한 데카르트는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말을 남겼다. 이를 패러디하여, 데카르트가 21세기를 살고 있다면 『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소비는 우리에게 단순히 돈을 쓰는 그 이상의 의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소비는 단순히 돈을 써서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우리의 감정을 치유하는 행위가 되었다. 남들의 눈을 의식해서 명품 가방을 사는 행위나 대형 고급 세단을 사는 행위는 소비가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을 넘어서 자존감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내가 명품 가방을 메면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까, 내가 대형 고급 세단을 타면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봐줄까 라는 생각이 과소비를 부추기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명품 가방을 메고 대형 고급 세단을 탔을 때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 역시 변화한다. 소비는 더 이상 결핍이나 필요를 충족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내가 무슨 옷을 입고, 내가 무슨 차를 타고, 내가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나’라는 사람이 다르게 되는 것이다. 설령 나의 모습은 그대로라고 하여도, 타인이 ‘나’를 다르게 인식함으로써 나는 다른 사람으로 설명되기 시작한다. 




  소비는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변화시키도 하지만 본인의 내면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로 한 실험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상실감을 느끼면 소비가 커진다고 한다.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평화로운 비디오를, 다른 그룹은 슬픈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그런 다음 파란색 물통을 얼마에 살꺼냐는 질문에 평화로운 비디오를 본 그룹은 2.5달러를, 슬픈 영화를 본 그룹은 10달러를 제시했다고 한다. 하버드 공공정책학과 제니퍼 러너교수는 이런 결과에 대해 슬픈 비디오를 본 실험자들은 슬픔이라는 감정 때문에 상실감을 느끼게 되고 그 상실감을 메꾸기위해서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여 그 파란색 물통을 사게된다고 이야기한다. 즉 내면의 상실감을 소비를 통해 치유하는 것이다. 내면의 상실감의 치유 외에도 앞서 살펴본 명품 소비를 통해서도 자존감을 회복시키는데도 도움을 준다.




  이처럼 우리의 삶에서 소비는 삶의 일부나 다름이 없다. 이미 마케팅 전문가들은 소비자로하여금 소비를 극대화시키기위해서 무의식을 이용하여 물건을 사게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관심은 소비자의 뇌를 연구하는 것인데, 뇌속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인 뉴런과 마케팅을 합쳐서 이를 뉴로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대중들로 하여금 소비를 하게하는 기술이 나날이 정교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다. 자신이 인식하지도 못한채 자신이 쇼핑중독이 되어있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소비를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기분을 푸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우리는 방 안에 앉아서 물건을 주문하고 주문한 물건을 방안에서 배송받을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있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 기술의 발달에 비해 계획적인 소비나 건전한 소비를 위한 교육이나 제도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소비자들이 건전한 소비계획을 세우고, 건전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은 온전히 개개인의 몫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교육은 학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앞서 아이가 한 살반이 되면 100개가 넘는 브랜드를 인지한다는 사실을 언급한바 있다. 우리는 우리가 자아정체성이 형성되기 이전부터 브랜드를 인식하고 상품의 선호를 먼저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콜라는 코카콜라를 마셔야하고, 신발은 나이키를 사야하고, 감자칩은 프링글스를 먹어야 된다는 생각이 우리도 인식하지 못한채 우리 머릿속에 이미 심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 인식을 가진 상태에서라면 본인이 선택한 소비는 본인이 주체적으로 선택한 소비가 아닐 수도 있다. 마치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빨간약을 먹기전에는 매트릭스 세계가 진짜 세계라고 믿었던 것처럼 말이다. 




  본인이 사실은 원하지 않았는데 본인이 원한다고 생각하여 소비한 소비는 과연 주체적 소비라고 볼 수 있을까? 원하지도 않은 소비를 원한다고 착각하여 소비를 하였다면 내가 원하지 않은 행동을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하게 된 것과 같다.



  나는 이런 소비를 교묘하게 일어나고 있는 착취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시간이고 자유이다. 이런 돈을 부당하고 교묘하게 앗아가는 이런 행위는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비자의 소득을 빼앗아가는 행위와 다를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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