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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자본가 Oct 24. 2017

정신차리자! 눈뜨고 코베이는 세상이다

무지의 착취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많은 규칙과 정보가 필요하다. 길을 건널 때, 누군가를 만날 때, 음식을 먹을 때, 학교에 갈 때, 부동산을 사고 팔거나, 중고차를 살 때,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등 우리의 모든 행위에는 사회적 규칙 하에서 이뤄진다. 도덕이나 예의범절, 사회적 관습, 법 등이 모두 이 규칙에 포함된다. 우리는 이런 규칙 안에서 정보를 가지고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다. 예를 들어, 사람을 만났을 때는 인사를 한다는 예의범절이 있다. 이런 규칙 아래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고개를 숙이면서 “안녕하세요”라고 해야하고, 나와 나이가 같거나 어리면 “안녕”이라고 하면서 손을 흔들어야 한다. 내가 만난 사람의 나이가 몇이냐라는 정보에 따라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판단하고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데에는 정보와 규칙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아무리 정보가 많아도 규칙을 모르면 무엇을 할지 판단할 수 없고, 아무리 규칙을 잘 알고 있어도 정보가 없다면 최선의 선택을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규칙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배우는 예의범절이나 도덕부터 시작해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민사소송법, 각종 특별법도 있다.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규칙들은 학교에서 배우면서 하나하나 습득해 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사회화 과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법과 같은 어려운 것들은 학교에서 반드시 배우는 필수 커리큘럼은 아니다. 대학교에 가서 법학과에 진학한 사람들은 배울 수 있지만, 그 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예의범절과 도덕규칙, 사회적 관습을 습득하고나면 사회에서 살아가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법을 모두가 체계적으로 배울 필요는 없지만, 법이라는 것이 이 사회를 운영하는 기본 규칙임을 생각한다면 법을 잘 아는 사람은 훨씬 더 수월하게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일수록 법을 더 잘 알아야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법이라는 것은 국회에서 만들어진다. 국회에는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있고, 이 국회의원들은 각 지역구와 정당의 비례대표로 선출된 사람들이다. 정당의 공천을 받아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가 되거나 정당의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서 당선이 된 사람들이란 의미다. 자리는 적고 하려는 사람은 많다보니 어중간한 사람은 후보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힘있는 정당의 후보가 되기위해 정당에 기여금이나 공천헌금을 내서라도 그 정당의 후보가 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그 자리는 당선이 되고나면 힘과 권력이 주어지는 매력적인 지위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표해서 뽑혔다고는 하지만, 반드시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은 아니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심없는 대의는 없는 법이다. 어찌되었든 법은 국회의원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각종 세금을 부과하는 법부터 게임 시간을 규제하는 법까지 모두 국회에서 만들어진다.(물론 행정부에서 법안을 발의해서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법 아래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살아가는 것이다. 





  법을 만들 수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원하든 원치않든 일단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 법이 악법이든 악법이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독주를 마신 소크라테스처럼 일단은 지켜야한다.(우리사회에서는 시민단체나 시위 같은 의사표시를 통해서 법을 개정하기 위한 민주활동을 통해 이런 악법은 개선된다) 지키지 않으면 법을 어긴 댓가를 치러야한다. 그것은 벌금이 될 수도 있고, 행정재제가 될 수도 있으며, 형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법안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그 법을 나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내가 최선의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이다. 법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냥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에 속한다.




  이런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예가 세법이다. 정부에서는 나라에서 운영할 자금을 세금을 통해 걷는다. 세금이라는 것은 세법이라는 규칙 하에 집행되는 것이고, 이 세법은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다. 하지만 매우 어려워서 아무나 쉽게 이해할 수는 없다.




  법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법을 잘 아는 사람은 이런 세법을 잘 이용한다. 부동산을 사고 팔 때 나가는 세금을 줄인다던지, 미리미리 상속을 해서 상속세를 줄여 국가에 낼 세금을 합법적으로 최소화시킨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이런 법에 대한 지식을 팔아서 자신들의 소득을 창출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법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은 법을 이용하지 못한다. 세금을 최소화 시킬 방법은 찾아보지도 못한채 있는 그대로의 세금을 그대로 물게 된다. 부동산을 사고 팔 때도 여러 가지 절세방안을 알지 못해서 세금을 절세하지 못하거나 세법을 잘 알지못해 미리 준비하지 못하다가 상속세 폭탄을 맞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모든 경우는 대부분 세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세법의 큰 테두리 안에서 정부는 여러 가지 세금을 절감할 수 있는 요소들을 군데군데 넣어놓았다. 예를 들어 부동산에서는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을 하면, 그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한 주택의 개수만큼은 보유 주택의 개수에서 빼준다. 5채를 가지고 있더라도 4채를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을 하면 나머지 1주택에 대해서는 1주택자가 받는 양도소득세 혜택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다. 이것을 모르고 임대주택사업자를 하지않은 5주택자는 양도소득세에서 양도차익에 대한 막대한 금액을 세금으로 낼 수 있다. 법을 잘 모르면 절세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전력 부지를 삼성그룹보다 몇 조 더 써낸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처럼 “국가의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좋은 것 아니냐”라고 말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몽구 회장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음을 생각해본다면 한푼이라도 덜 내서 나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세금을 어떻게든 적게내는 것이 좋은 것이냐 여부를 떠나서 법을 잘 아는 사람은 세금을 덜 낼 확률이 높고,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낼 확률이 높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줄일 수 있었던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이다.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정보는 규칙과는 달리 모르면 속게 된다. 속는다는 것은 나와 거래를 하는 상대방 사이에서 그 거래의 이익이 상대방에게 더 많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중고차시장을 한번 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중고차를 구입한다. 문제는 이 차의 과거에 대해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은 그래도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사고이력정보조회 등을 통해서 사고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다지만, 이 마저도 보험처리하지 않은 것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는 10만원만 주면 주행거리기록을 조작해서 20만km의 주행거리기록을 9만km로 만든다고 하니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정보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해볼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시장을 레몬시장이라고 한다. 레몬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저품질의 재화나 서비스만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장을 지칭하는데 차량 품질에 대한 정보를 중고차 매도자가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고차시장은 대표적인 레몬시장에 속한다. 중고차시장에서 매수자는 가격이 너무 비싸면 가격이 비싸서 매수를 하지 못하게 되고 가격이 너무 싸면 ‘혹시 문제가 있는 차량 아니야?’라는 생각 때문에 구입을 하지 못하게 된다. 







    중고차 딜러가 아무리 좋은 차량을 좋은 가격에 제시해도 이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면서 거래가 일어나기 어렵게 되고, 매수자는 중고차 시장에 나온 모든 차량을 문제차량으로 인식하고 거래에 임하게 된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차와 문제가 있는 차를 구별하기 어렵게 되면서 아예 구별해내는 것을 포기하고 문제가 있는 차량임을 전제로 거래를 하게된다. 그래야 만약에라도 문제가 있는 차량을 매수하게되더라도 자신에게 올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시장의 특성과는 관계없이 중고차 시장에서 중고차 거래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2015년에는 367만대의 중고차가 거래되었다고하니 신차시장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중고차 시장은 레몬 시장이다. 차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매도자가 아무런 정보도 없는 매수자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래서 매수자가 정보의 부족으로 매도자에게 속는 만큼 그 이익은 고스란히 매도자의 손으로 넘어간다. 




  매수자가 속지 않기위해서 해야할 것은 단 하나뿐이다. 매도자보다 더 많이 아는 것, 아니면 최소한 매도자만큼은 아는 것이다.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면 이런 사기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 




  중고차 시장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기 행위 역시 무지에서 온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자만이 더 적게 알고 있는 사람을 속일 수 있는 법이다. 적게 알고 있는 사람은 결코 그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을 속일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속임은 불합리한 이윤을 빼앗아온다. 나는 그것을 일종의 착취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무지를 이용해서 이윤을 획득하는 것.




  앞서 살펴본 정해진 규칙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나 정보의 부재로 자신의 몫을 빼앗기는 것을 무지의 착취라고 정의한다. 무지의 착취는 알지 못하는 것을 원인으로하여 자신의 몫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무지의 착취는 본인이 착취당하는지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정보나 지식이 없기 때문에 본인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과 역시 최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인식되지 않은 영역은 생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정보화시대라고 한다. 정보나 지식의 가치가 그 어떤 시대보다도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정보화 시대에서는 정보가 곧 돈이고 힘이 된다. 어떤 정보는 수십억의 돈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어떤 정보는 그 정보를 가지지 못한 사람을 이용할 수 있는 힘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래서 정보를 가진 사람은 정보를 갖지 못한 사람 위에 군림하게 된다.  무지의 착취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새로운 착취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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