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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Jul 05. 2020

서평. 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지금은 상태가 괜찮지만 상태가 안좋았을 때를 되돌아보면 항상 내 중심적으로 생각했을 때였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보면서 남을 부러워하고 자학했다. 쟤는 이쁜데 나는 왜 이러지? 쟤는 똑똑한데 나는 왜 이러지? 생각했다. 직접 사람들과 만나는 모임에 나가기 전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걱정하며 나가지 않은 적도 있고, 막상 나가고 나면 그 후에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을까? 날 미워하는거 아니야? 이런 경쟁심, 질투심, 자기연민, 피해의식, 남의 시선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이런 부정적인 감정에 빠질수록 더욱 늪에 빠졌다.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해지고 싶으면 내 자신에게 갇혀있지 말고 세상과 사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인생의 폭이 협소할수록 우연한 사건이 우리 인생을 마음대로 주무르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감정에 빠진 사람은 외부 세계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자기 이기심을 충족하거나 상처 받지 않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한다.


한 때 나는 내가 성공하기 위해, 내가 사랑받기 위해 반드시 이 직업을 가져야 해, 저 사람과 꼭 만나야 해 집착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직업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직업은 많고 사람은 더 많다. 단순히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기보다 집 밖에 나가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어떤 직업이 세상에 필요한 직업인지, 이 사람은 어떤 성격을 갖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생각해봤다. 그러니까 거대하게 보이는 그 직업보다 더 좋은 직업이 눈에 보이고 대단해보이는 그 사람보다 좋은 사람도 눈에 들어왔다. 내가 여러 곳에 관심사가 생겨 공부를 하면 굳이 이 직장이 아니어도 갈 곳이 많아진다. 내가 여러 활동을 하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져 굳이 이 사람이 아니어도 만날 사람은 많아진다. 그래서 이 회사에 아둥바둥하지도, 그 사람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내가 흔들리지 않고 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즉 마음과 인생에 여유가 생긴다.


1930년대에 영국 남자 버트런드 러셀은 가정주부는 직업여성보다 불행해질 확률이 높다며 관심사나 직업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여성이 가정주부가 되면 자질구레한 일상에 신경쓰는 게 몸에 베여 째째하고 까다롭게 되고, 남편에게는 따분하고 자녀에게는 귀찮은 존재가 된다고 한다. 오히려 가족을 소홀히하고 쾌활하고 매력적이었다면 가족은 이 여성을 사랑했을 것이라고 한다. 충격적이었다. 또 러셀은 남성에 대한 관심 없는 태도를 익히는 과정에서 세상 다른 일에서도 관심 갖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여성으로서 나는 시크한 게 멋있어보였다. 누구에게 관심 있어도 없는 척, 튕기는 것, 차도녀가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게 습관이 되니까 그 사람뿐만 아니라 세상에도 진짜 관심이 없어졌고 권태로워졌다. 러셀에 따르면 여성이 수동적, 소극적으로 된 것은 사회적 억압의 결과이며, 애석하게도 여성들이 억압 체제의 피해자이면서도 부당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 말에 경각심을 느꼈다. 미워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관심 없는 것이라던데 나보다는 세상에 더 관심을 갖고 그 관심을 표현해야겠다. 자아도취에서 벗어나 자아라는 감옥에서 벗어나니 세상은 재밌는 것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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