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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Oct 28. 2020

서평. 어둠 속의 속삭임, 루이자 메이 올컷

짧은 시간 동안 가장 많은 “헉"을 외친 단편소설이다. 밝고 발랄한 ‘작은 아씨들 (1868)'과 어둡고 우울한 ‘어둠 속의 속삭임 (1877)’을 쓴 작가가 동일 인물, 루이자 메이 올컷이었다니 놀랍다. 


삼촌, 사촌 그리고 아버지


막장이 19세기 중반 유럽에 흔했나? 단편 소설의 시작은 45세 삼촌이 17세 조카를 성추행/폭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헉). 주인공인 시빌은 자신이 곧 사촌과 결혼할 것이라며 사촌을 만나러 삼촌과 함께 마차를 타고 가는데 알고보니 그 사촌은 이 삼촌의 아들이다 (헉). 난생 처음 만나는 사촌 가이를 만나 대화를 하는데 주인공 시빌은 가이에게 너의 아버지가 다정하다며 내가 너의 어린 엄마가 될 수 있다며 사촌 가이를 놀린다 (헉). 삼촌에게는 다정하게, 사촌에게는 쌀쌀맞게 대하다가 둘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는데 알고보니 시빌의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산을 받기 위해 삼촌이 자신의 아들을 조카와 결혼시키려는 거였다 (헉). 시빌은 아버지와 삼촌이 맺은 자식들 간 계약 결혼에 대해 알게되면서 중요한 조건, 즉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그 사실을 말하지 않은 삼촌에게 네 아들과 결혼하고 싶지 않는다고 말하자 삼촌은 그럼 자신과 결혼하자며 시빌에게 청혼한다 (헉).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의 예비 신부를 껴안은 장면을 목격한 가이는  충격받고 도망친다 (헉). 결혼반지를 던져 맞은 거울이 산산조각나면서 카르나크 의사가 등장하고, 삼촌은 시빌에게 용서를 구하고, 함께 와인을 마시며 화해하고, 시빌은 와인 때문에 기절하는데 깨어보니 잠긴 방이고, 또 다음에 기절하니 이번에는 집과 20마일 떨어진 쇠창살이 있는 방이다 (헉). 약 한달 간 감금되어 살다가 어둠 속의 속삭임을 듣고 다음 날 따라가보니 자신과 똑같이 생긴 소녀의 시체를 발견한다 (헉). 추측상 정신병원에서 삼촌과 카르나크 의사가 폭발 사고로 사망하면서 이 틈을 타 담을 넘어 그 곳을 탈출하려다 시빌은 또 기절하는데 구해준 사람은 사촌 가이다 (헉). 가이의 설명을 들어보니 자신의 아버지이자 시빌의 삼촌은 시빌의 할아버지로부터 입양됐고 전재산을 물려받을 예정이었는데 시빌의 아버지가 태어나면서 유산이 사라지게됐고, 이에 대해 앙금을 품자 시빌의 아버지는 그럼 자식 간 결혼을 계약함으로써 재산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합의한 것이었고, 자신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정신이 이상해져 사망했는데 시빌이 들은 그 어둠 속의 속삭임과 시체는 자신의 어머니였다 (헉).


구속하는 남자들과  자유를 주는 여성


동화 속에는 감금이 자주 등장한다. 성이나 방에서 갖힌 주인공은 왕자에게 구출되는 편인데 이 단편소설에서는 주인공 시빌이 탈출한다. 시작은 본인이 탈출했으나 바위에 떨어져 기절했고, 결국 가난하지만 성실한 사촌 가이가 시빌을 구출한다. 의도치 않았지만 결국 가이와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유언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한 여성의 인생이 세 남자 - 아버지, 삼촌, 사촌 - 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 추측상 정신병원에서 어머니가 개의 목에 종이쪽지를 남김으로써 시빌이 그 곳을 탈출하고 스스로를 구출할 동기부여를 주기는 하지만 거기까지가 도움의 끝이다. 개는 사나운 사냥개인데 시빌은 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그 쪽지를 읽을 수 있다. 쪽지가 2개 있었는데 첫 번째 쪽지는 시빌이 개를 무서워해서 보지 못하고, 나중에, 개가 거의 죽어갈 때 두 번째 쪽지까지 한꺼번에 확인한다.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가 삼촌으로부터 정신병원에 감금됐고, 또 자신의 의지대로 탈출해서 정신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다. 자유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수동적으로 “얻는”다기보다 능동적으로 “쟁취”하는 것에 가깝다. 같은 결과 (가이와 결혼)이더라도 수동적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당)하는 것과 능동적으로 사실을 다 알고나서 결혼을 선택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시빌, 너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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