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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Jun 20. 2022

[사십팔 필라테스] 22. 멘소래담 그리고 유치원

멘소래담


유난히 무릎을 혹사하는 자세가 많았다. 1) 리포머 위에서 두 다리를 한 방향으로 접어놓은 자세를 하고 앉아 엉덩이에 힘을 쥐고 상체를 천천히 올리고 내리는 동작을 했다. 2) 스쿼트도 많이 했다. 3) 양 팔과 다리를 아래로 둔 테이블 자세에서 한 다리씩 뒤로 천천히 뻗고 접는 동작을 했다. 그 외 체중을 무릎에 싣는 동작들이 여러 개 있었다. 운동을 잘 배울 때 느껴지는 엉덩이, 허벅지 근육이 당김은 없고 무릎만 아팠다. 무릎 통증이 너무 심해 잠도 오지 않았다. 맨소래담을 무릎에 바르고 나서야 겨우 잠들었다.


유치원 


이 강사의 전직이 유치원 강사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유난히 목소리가 하이톤이고, 목소리 높낮이도 다양해 마치 내가 어린이가 된 듯했다. 강사마다 말투가 있고, 자주 쓰는 단어가 있는데, 이 강사는 같은 단어를 정확하게 3번 반복했다. "(척추를 위로) 쌓고 ↑ 쌓고 ↑ 쌓고 ↑" 그 다음에 노래가 나올 줄 알았다. "(옆구리를 옆으로) 뻗고 → 뻗고 → 뻗고 →" 그 다음에 율동이 나와도 괜찮을 것같았다. "(손을 대각선으로) 찌르고 ↗ 찌르고 ↗ 찌르고 ↗"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내 심장을 찔렀는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운동을 했더니 강사 목소리가 내 귀를 찌른다. 다른 강사들은 호흡하라고 말할 때 간략히 말하는데, 이 강사는 호흡내는 소리조차 정확히 3번 반복했다. “후우~ 후우~ 후우~” 라는 큰 숨소리를 들었을 때는 마치 ‘아기 돼지 삼형제’의 초가집의 볏짚 지붕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자세 교정 없이 화려한 하늘색 반짝이 네일아트를 한 두 손을 내저으며 같은 단어를 반복하면 필라테스 어린이들이 신나할줄 알았나보다. 다시는 이 유치원 강사 수업은 듣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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