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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Jun 22. 2022

[사십팔 필라테스] 23. 비몽사몽 그리고 양말

비몽사몽


퇴근 후 몸도 마음도 힘들어 침대에 잠시 누웠다. 잠깐 휴식한다는 게 잠들어버렸다. 다행히 수업 출발 알람을 맞춰서 잠에서 깼다. 운동시설은 집과 가까워야 가니까 집 코 앞에 있는 곳에 등록했는데 자다말고 갑자기 운동하려니 정신이 없었다. 양 다리를 리포머 위에 세워둔 채  몸을 V자로 만들어 잠든 복근을 깨웠다. 그리고 한 다리씩 들어 또 지탱했다. 이후 양손을 머리 뒤에 깍지 끼고 오른쪽으로 몸통을 회전함과 동시에 왼 다리는 쭉 뻗는다. 뻗은 팔과 다리를 도로 갖고온다. 상체를 돌릴 때 골반은 정면을 계속 향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인간 몸이 그렇게 분리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리포머 위에 네 발 자세로 기는 테이블 자세에서 한 다리씩 차올릴 때도 그렇다. 골반이 흐트러지지 않고 정렬하라고 하는데 한 다리를 올리는데 어떻게 골반이 그대로 고정될 수 있을까. 그냥 내 몸은 연결이 서로 잘 되어있다고 생각해야겠다.


양말


귀찮다는 이유로 필라테스 양말을 신지 않고 운동해왔다. 리포머 옆에서 한 다리는 바닥에 두고 서고, 한 다리는 리포머 위에 접어 숄더 레스트에 기대어 두고, 양 손은 풋바를 잡는 자세에서 시작한다. 내쉬는 숨에 리포머를 뒤로 민다. 이 때 골반은 역시나 움직이지 말고 고정해야 한다. 하지만 내 몸은 매우 잘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와 함께 골반도 흔들흔들 움직였다. 내 다리 근육이 상당히 튼튼하다고 생각했는데 필라테스 양말을 신지 않아서 그런지 리포머가 밀리기는 커녕 내 발이 미끄러졌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른 수강생들은 미끄럼방지가 되는 필라테스 양말을 착용해서 그런지 리포머를 잘 밀었다. 내가 리포머를 뒤로 밀지 못하자 강사는 용수철 탄성을 빨강 1개에서 노랑1개 파랑 1개로 바꿔라고 했다. 내 다리는 전후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여전히 리포머를 밀지 못했다. 맨발이 민망해서 새빨간 페디큐어까지 하고 갔었데 이제 필라테스 양말을 신어야겠다. (그러나 다음 수업에도 신지 않았다. 습관이란 무서운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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