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알베르게의 최대 장점은 조식이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사과, 오이, 포도, 토마토, 샐러드가 싱싱했다. 호밀빵, 견과류빵, 바게트 등은 따뜻했다. 시리얼과 오트밀, 요거트도 종류별로 있었다. 맛있는 조식을 일찍 먹고 근교 여행을 하기로 했다. 아베이로와 코스타노바이다. 아베이로는 작은 베니스로 알려져있는데 엊그제 가이드가 과장되어 있다고 해서 큰 기대 없이 가기로 했다. 도착해보니 인공 운하와 곤돌라가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자전거를 1시간 렌트해서 온 동네를 타고 다녔다.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였는데 지난 한 달 간 걷기만 하다 인도와 차도를 오가며 자전거를 타니 신났다. 아베이로 골목 구석구석, 운하를 따라 달렸다. 자전거 바구니에 오렌지를 담고 큰 나무 아래서 까먹으니 상큼하고 향긋했다. 타일 장식이 된 낮은 집들이 구경거리이긴 했지만 나는 힘껏 페달을 밟았다.
아베이로를 떠나 코스타노바행 버스를 탔다. 30분마다 오는 버스였다. 그 전에 모이짜 아주머니가 말해준대로 주문을 걸었다. ‘버스가 바로 온다, 버스가 바로 온다.’ 오! 5분만에 탔다. 버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덴마크인 로라였다. 로라는 나처럼 책 읽기, 글쓰기를 좋아하는 교사였다. 피아노치기, 춤추기, 자전거타기 등 몇 가지 취미가 있는데 무엇보다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실제로 책 출판도 했다고 한다. 한국사람과 대화하면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딱히 없어요. 영화 봐요, 음악 들어요, 라는 답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조용한 성격이라 얌전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만 주변에 두었기 때문일까. 그 외 재테크해요, 영어 공부해요 등이 있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예술을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즐기는 취미를 가진 이는 드문 듯했다. 내가 예술과 거리가 멀어서 생산적인 일을 하는 사람만 사귀었기 때문일까. 코스타노바는 줄무늬 집이 이색졌다. 한 때 셔츠를 입을 때 줄무늬 디자인을 좋아했는데, 그런 줄무늬가 뚜렷한 원색으로 집 외관에 칠해져 있었다. 해변도 있어 잠시 거닐었다. 곧 날이 어두워져 다시 포르투로 돌아왔다.
와이너리 입장 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는데 다행히 마지막 입장 시간에 맞춰 칼렘(Calem) 와이너리를 구경했다. 와인이 제조되는 과정을 보고, 와이너리에 있는 큰 오크통들을 구경하고, 기다렸던 파두(fado) 공연을 보고 와인 시음을 했다. 물방울 모양같이 생긴 기타인 포르투갈 전통 악기 기타라 포르투게사(guitarra portuguesa)가 연주됐다. 이어 남자 가수, 여자 가수가 구슬프고 한이 섞인 듯한 노래를 솔로와 듀엣으로 불렀다. 관광객 중 한 명은 무대 기타리스트를 만나고자 포르투를 왔다고 한다. 이번 여행 테마도 음악이라며 악기 가게나 공연장을 찾아다닌다고 했다.
여행객들에게 추천받은 맛집을 갔는데 거의 문닫을 시간인데도 줄이 있었다. 들어갈 수 있을까? 코 앞에서 되돌려보내는건 아니겠지? 작은 음식점이라 테이블이 5개 정도 밖에 없었다.
- 합석하실래요?
줄을 서있는데 뒤에 있는 남자 관광객 두 명이 말을 걸어왔다. 합석해서 셋이 음식을 나눠먹자고 제안했다.
- 그럴까요?
좋은 생각이었다. 나 혼자였으면 메뉴 1개를 시켰겠지만 셋인 덕분에 여러 접시를 시켜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었다.
- 클럽 가실래요?
- 아 괜찮아요. 내일 일정이 있어서 이제 쉬고 싶어요.
- 그럼 내일 같이 포르투 구경하실래요?
- 아 저는 내일 다른 일정이 있어요. 즐거운 여행 하시길 바랄게요.
진희언니 말대로 나는 내 마음에 따라 거절했다. 가볍게. 부담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