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언뜻 미술관을 간다, 여행을 간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가 떠올랐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이런 활동을 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애초에 창의력은 내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다고 대답한다. 누구나 창의력이 있는데 창의력을 막는 여러 요인들 때문에 막혀있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요인들을 뚫으면 창의력의 통로가 열리며 회복될 것이라고 한다. 무엇이 내 창의력을 막았을까?
내부의 적
우리는 하고 싶은 말이 떠올라도 정작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말을 해도 괜찮은가? 사람들이 욕하지 않을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며 입을 다문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21조의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통해 보장된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내부 검열이다. 근거는 커녕 주장조차 말하기 힘들고, 주변 사람들, 특히 윗사람들 눈치를 보다가 ‘저도요'를 외친다. 뭐 먹을래? ‘같은 걸로 주세요'. 찬성하니 반대하니? ‘다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게 너무 익숙해졌다. 사람들이 나를 바보로 생각하면 어쩌나 걱정될 지경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는데, 말로 해도 되는걸까? 표현해도 된다고 누구에게 허락받아야 할 것같다. 내 머리는 온갖 생각들로 복잡한데 정작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선뜻 못한다. 그렇게 타이밍을 놓쳐 생각은 증발한다. 챙겨주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에 드디어 생각을 말한다. 자기 검열을 넘은 것이다. 하지만 이 장벽을 넘어도 다른 장애물도 있다. 자기 비판, 더 심각해지면 자기 비하이다.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이렇게 말했어야 하는데! 내가 도덕선생님도 아닌데 왜 이렇게 뻔한 말만 하지?
그 외 모든 핑계들
사람들은 무언가를 만들 때 기쁨을 느낀다. 남의 규칙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규칙을 정할 때 재밌다. (이 맛에 국회의원하는건가?) 남의 글을 읽는 것도 좋지만 내가 글을 쓸 때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브런치를 하나보다.) 남이 만든 요리도 맛있지만 내가 만든 요리도 뿌듯하다. (맛은 랜덤이다.) 작가에 따르면 누구나 마음 속에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고 만드는 능력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님, 선생님 등의 비판에 상처받은 기억이 있어 덮어두는 경우가 많다. 그 외 핑계는 여러가지다. 바빠서가 대표적이다. 춤을 배우고 싶은데 아이가 있으면 챙겨줘야 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야근했다면 그릴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고도 말한다. 왜 돈을 쓸만한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걸까? 게으르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작가에 따르면 게으름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노래를 부르든 악기를 하든 잘하지 못했을 때 남에게나 스스로에게 창피할까봐 하지 않거나 계속하지 못하고 중단한다. 나이가 너무 많다고도 한다. 하지만 정말 연기를 하고 싶으면 나이 40에도 오디션을 보고, 정말 시를 쓰고 싶으면 나이 70에도 시집을 낸다. 착각도 한다. 아, 너무 유명해지면 사생활이 침해되는데. 인터뷰하고 강연하느라 지방까지 가기 너무 먼데. 착각도 자유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망상은 망상이다.
창조성의 회복
이 영화를 제작해줄 사람이 있을까? 연기해줄 사람이 있을까? 보러올 사람이 있을까? 작가는 말한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로 했으면 일단 써라! 무조건 써라! 그냥 써라! 작가는 매일 3페이지를 손으로 쓸 것을 권유했다. 창조성이란 이미 내 안에 있고 잠들어 있는 창작의 신을 깨우는 작업, 무의식의 흐름을 흘려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내면의 창작의 신에게 올리는 기도문, 선언문, 계약서도 포함되어 있다. “OO 하도록 도와주세요" 기도하고, “나는 OO 합니다/입니다" 선언하고, “나는 OO 할 것을 약속합니다" 라고 창조의 신 그리고 스스로와 계약한다. 낯선 개념과 활동이었지만 신성하게 느껴졌다. 창작이 아니더라도 이루고 싶은 모든 일에 대해 이런 자세를 갖는다면 이루어질 것같다. 작가는 영화 감독,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 시인, 작곡가 등 내가 좋아하는 단어 ‘다재다능'을 이룬 르네상스형 인간이다. 나는 그 중 하나라도 좋은데 감히 아티스트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