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는 자연권일까
자본주의는 인간을 상품으로 격하시키다못해 스스로를 상품으로 치부하도록 만든다. 결혼 ‘시장'에서 조건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결혼하면 ‘품절남, 품절녀'라고 한다. 천박한 표현이다. 천박한 자본주의다. 다른 경제 제도는 실패했고 아직까지 다른 대안이 없어서 자본주의를 따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경제학자, 철학자, 정책자가 이 책에 소개되었는데 대다수 처음 듣는 사람들이었다.
고대 농경사회부터 중세 봉건사회, 근현대 산업사회까지 토지, 건물 등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에 따라 부와 권력이 나눠졌다. 하지만 자본이 누구의 소유인 것이 정당할까? 물려받았다고 하더라도 최초로 올라가면 누군가가 땅에 금을 그어 내 땅이라고 하고, 물고기를 잡아 내 물고기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것 외에 근거가 없다. 유럽인들은 인도라고 착각한 아메리카에 도착해 원래 살고 있었던 원주민을 인디언이라고 부르며 사람을 학살하고 자원을 착취했다. 아프리카 경우 ‘한 손에는 상품, 한 손에는 성경’을 사용한 2C (commerce and christianity) 전략으로 사람을 노예 삼아 사고 팔았다. 이 과정을 “백인의 책무 the white man’s burden"라고 했다. 남아공 인권운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선교사들이 아프리카에 왔을 때 그들은 성경을, 우리는 땅을 갖고 있었다. 기도합시다, 라는 말에 우리는 눈을 감았다. 우리가 눈을 떴을 때 우리는 성경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은 땅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의 땅이고 누구의 자본인가?
‘빌려쓰는 지구'는 환경 문제에 깨어있는 사람들끼리 쓰는 말이지만 경제 영역까지는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소유권을 인정하는 자본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혁명 시 왕권을 무너뜨린 자본가 계급은 ‘자유, 평등, 안전, 소유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자연권'이라고 했다. 소유권 경우 그 근거가 부족해 철학자 로크조차 “첫 째, 사유재산은 다른 사람이 사용할 만큼의 재산을 충분히 남겨 놓은 상태에서만 인정되며, 둘 째, 자신의 생활에 유용하게 이용할 만큼만 소유해야 한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현재 빈곤한 사람은 너무 많고, 극도로 부유한 사람의 축적된 재산은 너무 많다.
기본 소득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덜란드 역사학자 브레그만 Bregman은 ‘기본소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영국 전 총리 대처는 “가난은 인격 결함"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브레그만은 “가난은 금전 결함"이라며 일정 수준의 수입을 정부가 보장할 것을 주장한다. 가난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학교를 자퇴하고, 범죄를 저지르며,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먹고, 흡연 및 음주 비율이 높다. 이렇게 좋지 않은 선택을 하는 이유는 결핍 관념 scarcity mentality 때문이라고 한다. 시간이든 돈이든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보지 못하고 단기적으로 관점에서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좁은 터널 시야 효과 tunnel vision effect는 실험으로도 증명됐다. 인도 사탕수수 농부 IQ를 측정한 결과 수확 전에는 수확 후보다 IQ가 14점이나 낮았다. 잠을 자지 못하거나 알콜중독자의 지능 수준이다. 하지만 캐나다 중부 도핀 Dauphin 이라는 도시에서 기본 소득을 보장해준 결과 학교 성적은 오르고, 폭력 사건 수는 줄고, 병원 입원율도 줄고, 더 부유해지는 등 더 똑똑한 선택을 했다. 멍청해서가 아니라 멍청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바꾼다면, 미국 경우 국방비의 1/4만 쓴다면 빈곤을 근절할 수 있다고 한다.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책이 인기가 있던데 사실 케인스는 1930년에 이미 기술의 진보에 따라 “100년 후면 하루 3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곧 그 100년이 지난 2030년이다. 단순히 반복작업이 아닌 스스로 배우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근무시간은 물론 일자리도 더 줄어들 것이다. 이건 잘된 일이다. 사람이 시간이 더 많으면 더 창의적이고 즐거운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단, 조건이 있다. 기본적인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해양에 있는 물고기는 국경 없이 헤엄치는 인류 공동의 자원인 것처럼 세계 지식은 동서고금을 오가며 축적된 인류 공동의 지식이다. 상상 속 기술이 현실이 됐다면, 상상해본 정책도 실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