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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경제의 속살 1, 이완배

by 카멜레온

경쟁하는 게임


“어떻게 이 게임에서 이기지?” 오랫동안 이 사고방식에서 살았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크고 작은 시험을 통과해야했고 사석에서조차 묘한 경쟁심이 일었다. “어떻게 이 게임의 판도를 바꾸지?”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이다. 주류 경제학의 전제는 “모든 인간은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쟁한다"이다. 하지만 작가는 행동경제학, 게임이론 등 새로운 이론을 근거로 “모든 인간은 주어진 조건에 따라 경쟁할 수도 있고 협력할 수도 있다"라고 한다. 경제학이 따뜻할 수 있을까?


세상은 얼마나 불평등할까. 재산 수준에 따라 일렬로 세워 20%씩 5분위로 나눴을 때 최상위 20%는 전체 중 얼마나 갖고 있을까? 50%? 60%? 미국 경우 85%를 갖고있다. 친구 5명이 여행가서 한 방을 나눠썼을 때 1명이 85%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4명은 15%을 나눠써야 하며 그 중 최하위에 해당하는 1명은 전체 공간 중 0.1%를 쓴다. 최상위층 재산은 최하위층 재산보다 약 850배가 많다고하는데 이 연구가 몇 년 전이니 지금은 더 심화됐을 듯하다. 한국 경우 부자 1, 2, 3위는 바이오 기업, 게임 기업, 제조업 기업 대표로 각각 약 12조원, 10조원, 8조원(포브스, 2020년 기준)있다고 한다.


숫자 0의 개수를 세며 (조는 12개다) 노오력을 할 수도 있고,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숫자는 결과일 뿐이고 초점은 과정에 두어야 한다. 물론 나도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교 졸업장 등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에 대해 과대평가하고 있지 않았을까. ‘노력 정당화 효과 effort justification effect'란 힘들게 얻은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중요하다고 평가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밤낮없이 일하며 한국 산업화를 이룬 세대, 혹독한 억압을 받았던 민주화 세대 모두 자신의 성취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는 반면 역효과는 보지 못한다. 이는 세대 뿐만이 아니라 집단도 마찬가지다. 진입 장벽이 높은 의사 집단, 검사 집단도 결속력이 높다. 나도 내가 속한 세대나 집단의 권리, 심지어 특권을 주장한 적은 없었을까. 나만큼 혹은 나보다 더 노력했을 수 있는 옆 사람이 보이기나 했을까. ‘착한 사마리아인 실험'에 따르면 옆 사람을 도와주는지 여부는 품성 차이가 아니라 바쁨의 차이라고 한다. 목적지까지 빨리 가라고 지시받은 학생들은 피투성이된 사람을 지나친 반면, 시간 여유가 있으니 천천히 가도 된다고 들은 학생들은 이웃을 도왔다. 나 살기 바빠 죽겠는데 누가 누굴 돕는단 말인가?


협력하는 게임


속도는 사유를 증발시킨다. 빨리 합격하고 빨리 승진하는 것에만 몰두하면 주변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터널 시야 효과 tunnel vision effect'에서 벗어나면 주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작가가 강조하는 ‘연대와 협력'을 할 수 있게 된다. ‘최후 통첩 게임'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로 모르는 실험 대상자 A와 B가 있다. A는 1만원을 주고 싶은 만큼 B에게 줄 수 있다. B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액수만큼 나눠갖고, 거절하면 회수당해 0원이 된다. A는 B에게 얼마를 줬을까? 주류 경제학에 따르면 A는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1원을 주고 9999원을 가져야 한다. 0원을 주면 B가 거절해 A도 0원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험 결과 평균 4500원을 줬다고 한다. 2000원 이하면 B는 대부분 거절했다. 치사해서 A가 8000원 받는 꼴을 못보겠다는 보복 심리다. 이렇게 사람은 모르는 사람에게 소득의 45%를 나눠줄 수 있으며, 20%는 불공정에 대한 처벌로 포기할 수도 있다. 인간은 이익 외에 배려, 정의도 생각한다.


게임이론 역시 ‘연대와 협동' 가능성을 보여준다. ‘죄인의 딜레마 게임’의 경우 실험 대상자는 협력보다 배신을 선택하는 것이 이익이다. 하지만 이 결과는 1회인 경우이고, 게임이 반복되면 특히 상대방이 협력하면 나도 협력, 배신하면 나도 배신하는 ‘맞대응 tit for tat 전략’이 계속 협력, 계속 배신, 랜덤 전략보다 더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제일 효과적인 것은 ‘가중처벌 전략’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이 한 번 배신하면 나도 한번 배신하고 상대방이 두 번 배신하면 응징의 강도를 높여 나도 두 번 배신하는 전략이다. ‘사슴 사냥 게임' 역시 내가 배신해서 토끼를 잡거나 협력해서 사슴을 잡을 수 있는데 신뢰가 있으면 협력하는 것이 유리하다. ‘신뢰 게임' 마찬가지로 내가 상대방을 신뢰해서 상대방이 내가 준 금액의 3배를 불리고, 상대방이 그 3배 금액을 나와 나누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다. 이 외 소개된 모든 게임은 장기적으로 협력했을 때 이익이 있고, 배신했을 때 비용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람에게는 거울 뉴런 mirror neuron이 있어 선천적으로 남이 웃는 표정을 하면 따라 기뻐하고, 우는 표정을 하면 함께 슬퍼한다. 이런 공감능력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나타난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서 “권력은 공감 능력을 파괴한다"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상대방에게 (최대치까지) 전기충격주는 실험, 알파벳 E를 상대방에게 (거꾸로) 보여주는 실험 등 권력이 주어졌을 때 사람은 공감 능력이 무뎌졌다. 서로 공감하고 도우면서 성공하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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