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경제의 속살 4, 이완배

by 카멜레온

프레임 이론


몇 달 전 나를 OOO OOO라고 비난했던 사람이 있었다. 반박하면 소심해보일 것같아 대인배인 척 그냥 무시했다. 반박했어야 하는데! 어떻게 반박해야 했지? 지난 몇 달 내내 고민했지만 딱히 정답도 없었다. 하지만 미국 언어학자 레이코프 Lakoff에 따르면 최소한, 나 OOO OOO 아닌데? 너가 OOO OOO지! 하고 그 단어를 반복하지 않았던 것은 참 다행이다. 만약 그랬다면 상대방 틀에 말려 다른 사람들에게 그 말 그대로 각인됐을 것이다. 언론이든 정치든, 일상에서도 이 프레임이론 frame theory은 의제를 설정하거나 말을 할 때 유용하다. 듣는 사람은 보이는 프레임을 마치 사진처럼 그대로 받기 때문이다. 작가의 프레임도 더 분명해졌다. 이 4권을 쓰기 위해 앞 3권을 썼던 것같다. 한 정치권을 유쾌하게 비판한다. 정치 성향이야 어쨌든 이렇게 쉽게 정치, 경제를 설명해주는 기자가 있다면 무의식적으로 주변 사람들 정치사상을 따라가지 않고 (밴드왜건 bandwagon 효과) 의심하고, 질문하고, 내가 스스로 판단해 투표할 것같다. 최소한 상대방 프레임에서 벗어나자.


돈과 표


미국의 총선 결과에 대한 분석은 충격적이다. 선거자금 액수와 주요 정당 후보자의 득표수가 정비례한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인 경우 소신에 따라 투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하다고 인식할수록 돈의 힘이 약해진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한 정당에서는 유권자에게 투표하라고 독려하는 반면, 다른 정당에서는 그런 말은 선거 개입이라고 비난하는 행동이 이해갔다. 안타깝게도 일반 시민보다 부유한 시민이 정치에 관심이 더 많다. 투표 비율도 높고, 기부금도 내고, 의원이나 관료 등과 접촉할 일도 높았다. 미국 경우 부유한 시민과 일반 시민의 투표율은 99% : 50%, 기부금은 68% : 14%, 지난 6개월 동안 정치권과 접촉한 비율은 40% : 자료가 없다. 정치권은 일반 시민의 의견을 어떻게 듣는걸까? 기자들이 얘기해주고 의원들이 대표해주고 있는걸까? 아인슈타인은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무질서는 악의 근원이다 The economic anarchy of capitalist society as it exists today is, in my opinion, the real source of the evil 라고 했고, 호킹은 우리가 진짜 두려워야 할 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자본주의다 We should really be scared of capitalism, not robots 라고 했다. 법 위에 재벌이 있지 않는지, 민주주의 위에 돈이 있지 않는지 눈여겨보자.


거리 시위와 협상 테이블


가끔 어떤 음식을 보면 이건 내가 돈 내고 먹는 게 아니라 돈 받고 먹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무리 소비자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몸에 나쁜 음식을 왜 유통하는걸까. 건강하지 않음 음식을 먹으면 내 몸에는 해를 끼치는 반면 기업 이윤에는 도움을 주는데, 내가 돈 받아야 하는거 아닌가? 작가는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탄저균 등 생물무기를 실험하는 것에 대해 돈을 내기는 커녕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질문하고 있다. 신선한 시각이다. 상대가 누군지 보고 행동하지 않고 상대의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협상 전략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정치학자 퍼트넘 Putnam은 협상은 정부(레벨 1)와 국민(레벨 2) 모두 설득하는 양면게임 two-level game이라며 자국협상력을 위해 미국과 소고기 수입 협상 때 국민이 반대 시위를 한 것이나,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에 대응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인 것은 단순히 국민감정이 아니고 협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기술과 교육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게이츠는 일자리를 빼앗는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는 로봇세 robot tax 도입을, 페이스북 창업자 주커버그는 보편적 기본소득 universal basic income을, 작가는 보수 경제학자도 찬성했다는 토지세를 주장하고 있다. 고용 노동자 수를 보면 20세기 기업인 GM은 66만명, GE는 26만명인 반면 21세기 기업인 애플은 8만명, 페이스북은 2만명이다. 다시 말해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더 이상 4년 대학 지식으로 40년을 써먹을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기술에 쏟는만큼 노동자 교육에게도 투자하면 어떨까.


경제의 속살 1로 돌아가 다시 질문해보자. 사람은 환경조건에 따라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고 협력할 수도 있다. 어떻게 판을 새로 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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