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셜리 잭슨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범죄자와 한 동네에 사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실제 사건이 최근 있었고 온 동네가 이사갈 수 없으니 범죄자가 이사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 반대에 있는 서술자 입장이다. 한 부부가 설탕 속 비소 때문에 독살되는 사건이 있었고 음식을 준비한 첫째 딸 콘스탄스 Constance가 혐의를 받았다. 증거부족으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동네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집밖을 나가지 않은 언니 대신 둘째 딸 메리캣Mary Katherine이 장을 보기 위해 일주일에 두어번 동네를 나가지만 사람들은 ‘이사 간다며?’하며 안부인사가 아닌 압박을 한다. 메리캣 입장에선 동네 사람들이 다 죽었으면 좋겠다.
두 마녀
동네 사람들은 거의 얼굴을 볼 수 없는 두 자매를 ‘독살자'와 ‘마녀'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서로에게 ‘행복해'와 ‘사랑해'라고 말하며 잘 살고 있다. 동네로부터 멀리 떨어진 대저택에 살고 있으며 주변은 작은 숲과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고 대문에는 걸쇠를 채웠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두 자매를 고립했지만 이제는 자매 스스로 고립을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두 자매는 부유하기 때문에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 지금처럼 온라인 주문 및 배송 서비스가 있다면 동네를 나갈 필요도 없어보였다. 일반적인 독자 입장에서 메리캣의 행동들은 이상해보인다. 돈이든 물건이든 자꾸 땅에 묻어버린다. 못으로 책을 나무에 박아버린다. 독버섯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마법같은 주문 MELODY GLOUCESTER PEGASUS을 혼자 되뇌인다. 다행히 잔인한 소시오패스는 아니다. 비소 살인 사건 후 신체와 정신이 이상해진 줄리언 Julian 삼촌을 예의바르게 모시고, 마녀와 함께 등장하는 상징물이 되어버린 고양이도 잘 돌본다. 메리캣은 고양이 조너스 Jones 생각을 마치 사람처럼 잘 읽는데 그 생각이 귀여웠다. 아니, 아이같았다. 사실 메리캣은 나이는 18살이지만 유아같은 어조로 이야기를 서술한다. 사람들과의 단절, 밀폐된 장소, 애같은 어른 때문에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소설을 기괴하게 만든다.
마녀의 상상
어느 날 사촌 찰스 Charles가 두 자매와 삼촌의 집을 찾아온다. 사망한 아버지를 똑닮은 찰스는 두 자매의 호감을 사려고 한다. 언니 콘스탄스는 찰스에게 호의적이지만 메리캣은 찰스에게 언제 돌아갈꺼야? 라며 적대적으로 대한다. 언니에게 찰스는 유령이야 악마야! 라고 한다. 언니가 반응이 없자 메리캣은 찰스가 머무는 아빠방을 어지럽힌다. 침대에 물을 부어버리고, 거울을 깨부수고,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온 방에 펼쳐놓고, 커텐은 다 찢어놓는다. 그리고 상상한다. 찰스가 파리의 몸 속에 갇히거나 파리가 된채 거미줄에 갇혀 아둥바둥거리고, 아니면 나무에 묶어버려 찰스 입을 통해 나뭇가지가 뻗어나가길 바란다. 아니면 찰스를 상자 속에 넣어 매번 하는대로 땅 속에 묻어버리고 그 위에 덮은 흙을 쿵쿵 밟아버리고 싶다. 기이하고 어두운 상상력에 놀랐다. 찰스가 메리캣에 대한 행동을 줄리언 삼촌에게 말하자 삼촌이 메리캣은 이미 죽었는데? 라고 말해 잠깐 어안이 벙벙했다. (다행히) 삼촌은 찰스를 친형으로 잘못 보는 등 정신이 오락가락한거였다. 어느 날 찰스의 담배 파이프 때문에 집에 불이 붙어 모두 집 밖으로 뛰쳐나가야 했다. 금고는! 금고를 챙겨야지! 찰스의 의도가 드러났다. 자매의 재산을 노리고 방문했던 것이다. 동네 사람들이 불구경하러 모여든다. 소방관이 불을 끄려고 하자 동네 구경꾼들이 그냥 타게 냅둬요! 라고 한다. 사람들 속에 섞인 자매는 이 말을 다 듣는다. 화재가 어느정도 소화되자 사람들은 저택을 침범해 물건을 부순다. 사람들 속에 섞인 자매는 이 장면을 다 본다.
고립된 마녀들
화재 후 삼촌은 원인불명으로 사망하고, 찰스도 도망가고, 두 자매는 더욱 더 돈독하게 집에서 산다. 잿더미 그리고 사람들이 훼손한 물건들을 치우고 문을 항상 잠그는 것은 물론,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이제 창문까지 모두 가려버린다. 화재 사건 후 두 자매가 대저택에 (아직도) 산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은 둘이 진짜 마녀고,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돈다. 사람들은 무단침입 및 재물파손에 대해 사과하며 문 앞에 음식을 끊임없이 갖다놓는데 두 자매는 깜깜한 밤이 되서야 문을 열고 음식을 들여 먹는다. 두려움이 기존의 혐오감에 섞여 동네사람들이 두 자매에게 음식을 올려 바치는 듯한 장면은 기묘했다. 그 자매도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무엇이 그 둘을 마녀로 만들었을까. 현재 전염병 때문에 사람들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 점점 자기중심적인 어린애같은 행동을 하는 것같아 집 안에 있는 나조차 불안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고립된 내가 사실 더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