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가장 힘든 치매 어르신

내게는 가장 힘들지 않았던 어르신

by Chang

이 글은 등장 어르신들의 정보 보호를 위한 각색이 있습니다.




요양원 실습은 요양보호사 이론 수업이 끝난 후 주간보호센터에 이어진 실습이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요양원에 가야만 했던 5주 간의 실습. A할머니는 그곳에서 내가 만난, 아직까지도 기억하는 어르신 중 한 분이었다.



아직 봄 같지 않던 3월 초.

아침과 저녁으로 초겨울 같은 쌀쌀함이 가득했던 3월의 일요일 아침에 실습 요양원으로 향했다. 태어나서 처음 가본 요양원이었다.


같은 기수 교육생 선생님들은 겁을 줬다. 요양원 실습이 가장 힘들고, 요보사 직업에 회의를 느끼게 만드는 실습이 될 거라고. 그중에서 가장 힘든 건 처음 맡아보는 요양원 특유의 냄새일 거라는 말을,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은 상태였다.


솔직히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실습이고 어떤 난이도길래 다들 이렇게까지 겁을 줄까란 생각에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난이도가 센 실습이라 좋다고 생각했다. 네이버웹툰에 투고한 작품이 탈락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일주일이 막 넘었기 때문이었다. 탈락으로 인한 복잡한 마음과 머릿속을 비우기에는 몸이 힘든 게 최고니, 그저 잘 됐다고만 생각했다.


사실 대부분의 웹툰 작가들은 투고가 떨어지면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냈던 작품을 고쳐서 다시 내야 할지, 아니면 새 작품을 만들어서 넣어야 할지에 대한 갈등 때문이다. 특히 나 같은 스토리작가는 투고 실패 후 가장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유는 딱 하나. 협업 파트너인 그림 작가님 때문이다.


고민의 종류는 이렇다.


그림작가님과 상의해서 탈락한 작품을 다시 수정해서(디벨롭) 낼 것인지. 아니면 다시 합심해서 새 작품을 만들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각자 다른 협업 파트너를 찾아 떠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다. 그리고 이 고민들은 '나의 글과 그림작가님의 작화가 결이 맞는지, 안 맞는지' 그래서 '서로에게 시너지가 됐는지, 안 됐는지'로 뻗어가게 된다.


믿기 힘들겠지만 합과 결이 맞는 작품은 스스로 숨을 쉰다. 숨구멍을 뚫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말이다.




하여간

요양원 실습 때의 난 고민이 한가득인 상태였다. 그것도 머리 아플 정도로 미래를 타진하고 있던 시기에 요양원 실습을 가게 된 것이다.


사실 난 요양보호사 수업을 듣기 전까진 요양원과 양로원의 차이를 잘 몰랐다. 그저 미드에서 본 좋은 양로원(실버타운)이 요양원과 같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육원에서 이론 수업 수업을 들으면서, 요양원은 양로원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는 걸 알게 됐다.


양로원은 건강한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공동생활 주택이라면, 요양원은 치매나 중풍으로 아픈 어르신들이 체계적으로 관리받는 의료 복지 시설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뉴스에서 많이 봤던 노인 학대는 요양원에서 벌어졌던 일이었다. 아픈 노인들의 인권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곳에서.


물론 교육원 강사분들 말로는 계속 나아지는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는 내 마음 한편에서는 '이게 나아졌다면 예전은 얼마나 열악했다는 것일까?' 란 생각만 든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은 '난 요양원에 가지 않고 집이나 양로원에서 살다 생을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로 향했다.


아침 8시 50분.


나는 기대반 걱정반으로 다른 교육생들과 함께 실습 장소인 요양원 앞에 도착했다. 주간보호센터처럼 동네에 위치한 요양원이었다.


실습 요양원은 신생답게 시설이 좋아 보였다. 나와 교육생들은 층마다 배정됐는데, 내가 배정받은 층이 A할머니가 있는 4층이었다.


관리자는 비상출입문과 엘리베이터, 출입구의 비번이 적힌 종이를 나눠줬다. 비번을 모르면, 누가 열어주기 전까지는 절대로 층을 빠져나갈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이유는 치매 어르신들의 요양원 탈출을 막기 위해서. 요양원을 탈출하는 순간 어떤 사건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기에 취한 극단의 조치였던 셈.


하지만 요양원에 대해 잘 몰랐던 난, 감옥에 출입하는 교관이 이런 기분일까란 상상을 할 뿐이었다. 심각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던 거였다.

4층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교육생들이 경고했던 요양원 특유의 냄새가 코를 확 찔러왔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도 콧속을 찌르고, 온몸에 베일 것 같은 냄새였다.

"어서 와요."


홀에 있던 긴 테이블에서 회의를 하고 있던 요보사 선생님들이 건넨 인사였다.

- 나중에 보니 주야 교대를 위한 사건 사고 회의 중이었다.


회의가 끝날 때까지 잠시 기다리라는 얘기에, 난 엘리베이터 옆 카운터 근처 의자에 앉았다. 그때 홀의 구석에 있던 A할머니가 휠체어 바퀴를 돌리며 다가왔다. 무릎 위엔 보따리 2개가 쌓여있었는데, 그게 A할머니와의 첫 만남이었다.


"언니?"

“네?”


주간보호센터 실습을 했었지만, 언니라는 호칭은 처음이었다. 아마도 A할머니는 아주 오래된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웃으며 어르신에게 말했다.


“뭐 필요하세요? 어르신?”

“언니, 가까이 와 봐.”

"네? 네..."


잔뜩 긴장한 채 다가가자, A할머니가 말했다.


“언니. 나 오빠랑 집에 가기로 했으니까 1층에 데려다줘. 오빠가 1층에 온다고 했거든? 근데 저 나쁜 년들은 듣는 척도 안 해.”


A할머니가 말한 나쁜 년들은 회의 중인 요보사 선생님들이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쭈뼛거리자, 회의를 하던 요보사 선생님이 다가와 A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는 다음에 온다, 그래서 집에 갈 수 없다. 그리고 여기가 진짜 집이라고.


하지만 A할머니는 조금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할머니에게 요양원은 집이 아니니까. 절대로 집일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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