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요양원에서 유명한 치매 어르신

대화가 필요해

by Chang

이 글은 등장 어르신들의 정보 보호를 위한 각색이 있습니다.




A할머니는 요양원 4층에서 유명한 어르신이었다.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이 버거워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이유는 B요양보호사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A할머니를 달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실습생으로 온 지 고작 2시간도 채 안 된 내 눈에는 잘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다. B요보사 선생님처럼만 하면 다 해결될 것 같았으니까.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A할머니의 증세는 밤에 더 심해진다고 했다. 잠을 자지 않고 계속 물건을 찾고, 이것저것 요구하며, 집에 가겠다고 화를 낸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A할머니는 밤을 새운 상태였다.


이론 수업 때 치매 어르신들의 '석양증후군'을 배운 적이 있다. 치매 어르신들이 해가 질 무렵부터 혼란스러워하고 불안해하는 증세를 의미하는데, 나는 이 석양증후군을 어둠에 대한 공포로 이해했다.


특히 요양원 같은 낯선 환경에서는 어둠의 공포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혼자 상상한 적도 있었다. 치매 어르신들의 속마음을 알 방법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때는 첫날이라 잘 몰랐다.

하지만 5일간의 실습을 마친 후에는 대부분의 요보사 선생님들이 A할머니를 버거워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대부분 3교대로 일하는 요양원의 요보사들. 정신적·육체적 노동 강도에 비해 급여는 적었고, 할 일은 많았다. 거기에 식사와 짧은 간식 시간을 제외하고는 치매 어르신들과 함께 그 안에서만 일을 해야 했다.


나는 그게 참 답답했다. 오죽했으면 첫날부터 내 자신이 창살 가득한 곳에 갇혀서 쳇바퀴만 돌리는 햄스터 같다는 생각을 했을까.

어쨌든 A할머니는 B요보사 선생님이 온 후로 버거운 어르신이 아닌 평범한 어르신으로 변해갔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보따리를 누가 훔쳐 갔다며 화를 내던 A할머니의 모습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B요보사 선생님은 대화를 통해 A할머니의 사물함에 보따리가 잘 넣어져 있는 걸 찾아내기도 했다.


보따리를 보여주자 환하게 웃는 A할머니. 처음으로 기쁘게 웃는 얼굴 같았다.

"아무래도 실습 선생님이 어르신 옆에 좀 계셔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어르신 말벗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럼 지금처럼 편안하게 계실 거라는 의미였다.


순간 요양원 실습이 처음인 내게 A할머니를 맡겨도 되는 걸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지만, 일이 밀렸다는 B요보사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어쩔 수 없었다.


B요보사 선생님은 정서 지원 실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 후 A할머니에게 인사했다. 일하고 오겠다는 인사였다. 하지만 A할머니는 가지 말라며 떼를 썼다가, 내가 옆에 있어서인지 곧 내게로 관심을 돌렸다. 나는 A할머니 침대 옆 의자에 앉아 대화를 청했다.


A할머니는 대화하자는 말이 반가웠는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주 먼 기억을 말이다.

A할머니는 어제 있었던 일처럼 결혼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21살에 남편을 만났고, 어느 동네에서 자리를 잡았고, 자식은 몇 명을 낳았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하지만 기억은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아마도 나와 다른 요보사 선생님들을 언니라고 부르는 걸 보면, 20대의 기억 어딘가에 멈춰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A할머니.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기도 했지만, 아까처럼 화를 내거나 의심하는 일은 없었다.


문득 요양원에 대화 상대가 없어서 화가 나고, 집에 가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A할머니가 계신 4인실의 나머지 어르신들은 모두 의사소통이나 움직임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즉 A할머니가 요양원에서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요보사, 간호사, 의사 외에는 없다는 거였다.

어쩌면 1:1 전담이 가능했다면, A할머니는 4층에서 가장 버거운 어르신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족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1:1로 전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비용만 해결된다면 A할머니의 1:1 전담 요보사를 채용할 수도 있다.


단지 비용이 문제다.

1:1 전담처럼 긴 시간을 담당하는 요보사의 급여는 비싸다.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으로는 감당하기도 어렵다.


물론 앞으로 복지가 나아질 거라는 희망은 있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도 나오고 있으니 치매가 정복 가능한 날이 올 거라는 희망도 있다.


하여간 자신의 이야기를 다 했는지, A할머니가 내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나이는 몇 살인지, 어디에 사는지, 결혼은 했는지 등의 소소한 질문들을 말이다. 그러다 좋아하는 노래를 불렀다. 2절까지 빠짐없이 부르셨다. 그렇게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자, A할머니가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간밤에 잠을 못 잤으니 졸릴 수밖에 없다.


A할머니는 잠을 못 이기겠는지 아이처럼 누워 몸을 웅크렸다. 안심시키기 위해 어디 안 갈 거라고 말하니, A할머니는 알겠다며 잠을 청했다.


"어디 가지 마. 언니. 여기 있어."


이 말을 여러 번 반복한 후에 말이다.


A할머니가 잠든 걸 확인한 후 병실을 나왔다. 다른 실습생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길래, 실습 담당인 요보사 선생님을 찾았다.


나는 점심시간 전까지 바쁘게 4층을 돌고 돌았다.

간간이 치매로 인한 의심 때문에 어르신들끼리 싸우는 일도 있었다. 침대에 누워 있는 게 싫어 휠체어를 타고 로비에 나온 어르신들은 배변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말 그대로 엉덩이를 걸친다는 느낌 외에는 오래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결국 2시간도 채 안 돼서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힘을 써서 어르신들을 일으키거나 기저귀 케어를 하기 위해 몸을 들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간 것 같았다. 실기 수업 때 연습을 많이 하긴 했지만 실전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래서 요양원 실습이 힘들다고 했구나. 이래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많이 따도 실습 후 안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점심식사 때쯤, 병실에서 큰소리가 들렸다.


"언니!!! 언니!!!!"


A할머니의 목소리였다.

혹시 나랑 한 약속을 기억하고 찾는 걸까? 란 생각에 서둘러 병실로 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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