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남한산성 개원사

20110409 사진

by Chang

2011년 04월 09일 폰으로 찍었던 사진



당시에 썼던 글


차를 가지게 된 후 어머니와 토요일마다 드라이브를 가고 있다. 힘겹게 질러버린 내 첫 차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로 좋은 것 같다.


어릴 적 아버지와 차를 타고 함께 다녔던 곳을 20여 년이 지나 어머니와 내가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어머니는 내 차를 탈 때마다 아버지와 다녔던 남한산성 곳곳을 추억했다. 비록 이날 팔당대교를 가려다 잘못 길을 든 바람에 되돌아와야 했지만 말이다.




옛 사진과 글을 뒤적이는 건 정말 재밌는 일이다. 무언가를 기록하려는 습관도 정말 재밌는 일이다. 당장은 몰라도 시간이 한참 지나 다 쓸모가 있어지니까 말이다.


2011년. 내 첫차를 장만한 해다. 운전한 지 15년이 돼 가지만, 다행히 사고가 난 적은 없었다. 가끔은 돌아가신 아빠가 사고가 나지 않게 돌봐주는 건 아닐까란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이유는 자신의 막내딸이 가장 좋아하던 게 자동차여서.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 차에 타는 걸 좋아했다.

어쩌다 출근길에 태워다 주겠다고 말하면, 친구와 같이 학교에 가기로 한 약속까지 째고 차에 올랐던 나였다.


딸답게 키우겠다고 원피스를 주로 입혔던 부모님의 기대와 달리, 나는 쩍벌 자세로 아빠 차의 운전석에 앉고는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거나, 클락숀을 누르는 게 취미였다. 아빠 입장에서도 날 돌봐야 할 때는 운전석에 앉혀 놓고 알아서 놀게 놔두곤 했다. 혼자서 서울로, 부산으로 열심히 운전 중이니 아빠한테 놀아달라 할 틈이 없었다.


하지만 운전이 점점 과격해지는 내가 걱정이 됐는지, 어느 날 아빠는 내게 핸드 브레이크를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근데 사람의 심리란 신기하게도, 건드리지 말라면 건드리고 싶어진다. 핸드 브레이크가 뭔지도 모른 채 그저 핸들만 돌리던 나는 아빠의 경고가 새로운 놀이처럼 다가왔다.


나는 한껏 올려져 있던 핸드 브레이크를 내렸다.

버튼을 눌러 내리는 걸 알리 없으니, 나는 내려가지 않는 핸드 브레이크를 한 손으로 눌러도 보고 두 손으로도 눌러보고 난리를 쳤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버튼을 잡아 핸드 브레이크를 내렸지만, 내렸다는 기쁨에 취하기도 전에 자동차의 후진으로 멍해졌다.


차가 뒤로 슬금슬금 움직였다. 거북이 같은 속도였지만, 체감상 속도는 시속 100킬로에 육박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차가 향하는 곳이 대문이었기 때문이었다.


뭘 해야 할지 원숭이처럼 운전석에서 날뛰던 나는 대문에 부딪히기 직전, 순간적으로 핸드 브레이크를 잡아 올렸다. 차는 다행히 멈췄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날 이후로 운전석 탑승은 금지됐다.




어른이 된 후 운전을 할 때면 그때의 기억이 막연히 떠오를 때가 있다.

아빠는 내 첫차를 보지도, 그토록 좋아했던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는 모습도 보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


사춘기를 지나 사이가 멀어졌던 아빠였지만, 내가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어가는 걸 보지 못한 채 돌아가신 건 안타깝다. 그의 나이 든, 시간에 스며든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보낸 것도 안타깝다.




번아웃은 극복될 것인가.

2025년 8월 20일의 질문에 나는 여전히 머뭇거린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글을 쓰는 게 효과는 있는 것 같다. 허공에 이런저런 얘기하는 느낌일 때가 대부분이지만, 사실은 그 허공이 필요했나란 생각도 든다.


<Stan Getz - Desafinado>

https://youtu.be/IWoOWpZuj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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