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인대 염증

20101218 사진

by Chang

2010년 12월 18일 폰으로 찍었던 사진



당시에 썼던 글


1시간을 기다려 시술을 받았다. 처음 갔던 한의원이나 두 번째 갔던 정형외과나 이곳이나 말은 동일하다.

"왼손을 되도록 쓰지 마세요"


- 차마 2주일을 술과 외박을 일삼아 기껏해야 3-4시간 수면을 취했고, 술을 마신 다음날은 더 아팠다고 말하지 못했다.


인대 염증 부위의 피를 뺐다. 병원에 다녀온 후 엄지 손가락이 얼얼해서 내리 잠만 잤다. 내일은 마지막 기말시험이다.


이 글을 읽고 내 왼손을 바라봤다.

내 왼손은 멀쩡한 오른손에 비해 건초염 증세가 심하다. 2015년부터 작가 데뷔한다고 키보드를 많이 쳤는데, 유독 왼손만 건초염이 심하다.


그러다 이 옛 사진과 글을 읽고 이해했다. 이때를 시작으로 망가졌던 게 아닐까란.


한 달은 정형외과를. 나머지 한 달 이상은 한의원을 다니며 겨우 치료했던 엄지였다. 이때 처음으로 반깁스라는 걸 하고 다녔다. 엄지 손가락 하나가 왼손 전체를 좌지우지한다는 게 신기했다. 왼손의 중심축이 엄지 손가락이라는 걸 과시하는 느낌도 신기했다.


조수석 차문을 열다 엄지 손가락이 손잡이에 낀 사고였다. 차문을 닫는 순간, 손잡이에 낀 엄지 손가락 관절이 차문이 닫히는 속도에 맞춰 빠졌다가 도로 붙은 느낌이었다.


얼얼하게 부은 엄지 손가락의 엑스레이를 찍자, 의사는 인대 염증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때나, 건초염으로 진단받은 4-5년 전 병원에서도 "왼손을 되도록 쓰지 마세요"라는 공통된 주문을 했다.


아마도 2010년에 다친 여파로 건초염 진단까지 받게 된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작가 생활을 하면서 얻은 병이 2개다.


하나는 건초염. 사실 건초염을 진단받던 시기는 문피아 아카데미를 다니며 원고를 쓰고, 수정하고, 폐기하고, 새로 쓰면서 독려당하던 때였다. 이해가 간다.


나머지 하나는 심한 난시.

에이전시가 아닌, 개인 협업으로 일하다 보니 원고의 최종 수정을 내가 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식자(대사) 수정 및 원고의 삐져나간 선들을 정리하는 작업 등을 액정에 붙어서 하다 보니 눈이 피로해질 질 수밖에.


얼마 전 안경점에서는 나이에 비해 난시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직업적인 이유 때문에 나이에 비해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번아웃은 극복이 될까.

최근 기획서 수정 작업 후 글콘티 작업 중인데, 생각보다 덜 울렁거린다. 어쩌면 웹소설로 바꿀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작가 카페에 부고 소식이 몇 주 간격으로 올라왔다.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작가들은 바람 부는 호수 위 백조들 같다. 누군가는 좋아하는 걸 하며 사니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만, 내가 아는 작가들 대부분은 자신을 미운 오리 새끼처럼 생각한다. 작품의 성공 여부와도 상관없었다. 좋아하는 작품과 하고 싶은 작품과 해야만 하는 작품과의 차이들 때문에 생긴 미운 오리 새끼병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주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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