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30 사진
2011년 04월 30일 폰으로 찍었던 사진
당시에 썼던 글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우산을 챙기지 못했다. 집 밖으로 나가서야 흐린 하늘을 보고 우산을 챙겼어야 했는데... 챙겼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했다. 하지만 집으로 되돌아가긴 싫었다.
버스에서 내린 시간은 자정이 훨씬 넘어서였다. 밤 11시부터 쏟아진 빗줄기에 나는 흠뻑 젖을 수밖에 없었다. 맥주 몇 잔에 취해서는 옷이 젖어 들어가는 모양을 보며 오랜만에 빗 속이나 걸어보네라고 생각을 했다. 하늘에서는 벼락이 번쩍이고 있었다. 왠지 벼락의 번쩍거림과 천둥의 크고 작은 울림이 미묘하게 좋았다.
집 근처 주차장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조금은 애처롭게 들려 그 정신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는데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들도 바닥도 흠뻑 젖은 꼴이라 문득 궁금해졌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고양이나 개들은 어디서 비를 피할까라는.
자동차 밑을 살폈더니 생각보다 마른 땅이 많다. 괜찮다면 마음에 드는 자동차 밑에 웅크린 채 비를 피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했다. 그래. 다행이네. 정말 다행이야라고 생각했다.
2011년엔 지금처럼 고양이 집사가 흔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밤에 동네 한 바퀴만 돌아도 차 밑으로 숨거나 길을 느릿느릿 걷는 고양이를 보는 게 흔한 풍경이 아니었다. 내 기억이 정확한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 고양이 집사가 많아졌고, 어느 순간 유기되거나 도망친 고양이들이 많아졌다는 것.
그러니까 2011년의 나는 고양이 집사를 거의 보지 못했다. 일본 영화나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속에서 고양이의 흔적을 보며 고양이를 키워보고 싶다는 상상만 할 뿐이었다. 비록 엄마 때문에 여전히 상상만 할 뿐이지만 말이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고양이나 개들은 어디서 비를 피할까"라는 의문은 지금도 여전하다. 빗물이 흐르지 않는 자동차 밑에서 피할까 아니면 마음 좋은 사람들이 장만한 숨숨집에 들어가 피할까 그것도 아니면 지붕 있는 주차장이나 마당 있는 주택의 대문 밑으로 들어가 피할까라는 의문들.
번아웃은 극복되고 있는가. 8월 25일 새벽에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작업하고 있던 글콘티 3화가 재미없다고 느껴져서 2, 3화를 뒤집는 중이다. 3화까지 잘 수정이 된다면 1차 극복은 된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