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독심술

20110722 사진

by Chang

2011년 07월 22일에 찍은 사진



당시에 썼던 글


나를 모르는 사람들. 아니 나를 알려하지 않는 사람들은 내 방어벽의 모양새만 보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평가를 한다. 가끔씩 서로의 안부를 묻던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와는 공적인 거리에서 공적인 얘기만 나눴다. 딱 그 정도의 친분이었기 때문이다. 근데도 친한 사람처럼 날 앞에 세워두고 판단했던 그녀에게 너무나 깊게 실망해 버렸다.


"별일 없었어?"


이렇게 말해주는 공적인 거리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판단하기보다는 그동안 잘 지냈냐, 별일 없었냐는 가벼운 인사가 고마울 때가 있다.


2011년 7월 22일에 썼던 상황은 14년 동안 종종 반복됐다. 아마도 누군가를 판단하고 싶어 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꾸준히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다. 23년 가을, 웹툰 연재를 끝낸 후 작년까지 외주 작업만 했다. 연재하는 과정에서 신부전 말기가 된 엄마의 입/퇴원을 반복하느라 정신적으로 지친 면도 있었고, 연재 준비를 위해 그림작가님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지친 면도 있어서였다.


외주 작업을 하다 알게 된 A대표는 매번 나를 판단하느라 바빴다. 그는 공적 관계의 내게, 마치 자신에게는 독심술이라도 있는 듯 내가 만든 기획안, 캐릭터 설정, 줄거리를 보며 내가 숨기고 있는 욕망과 절망이 뭔지 알아내야겠다며 분석하는 게 습관이었다. 하지만 그의 분석은 매번 틀렸다. 그래서인지 그가 분석 완료한 내 성향과 욕망 그리고 미래 가치는 썩 좋지 않았기에 그는 내게 차기 프로젝트를 주려다 다른 외주 작가에게 줬다.


그는 분명 다른 외주 작가도 분석하려 했을 거고, 스스로 독심술이 있듯 그를 판단한 후 프로젝트를 맡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분석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결과는 나빴다. 그는 아마 외주 작가의 욕망 탓으로 실패 이유를 찾았을지도.

내게 새로운 외주 작업을 맡긴 B대표도 A대표와 비슷했다. B대표는 나를 비롯한 모든 외주 작가들 그리고 모든 직원들의 마음을 자신이 꿰뚫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매번 작은 말, 행동에 의미를 네거티브하게 부여하고 자신이 포지티브 한 길로 안내해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관찰한 그의 의무감은 간섭이었고 방해였다. 그도 역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안 되면 자신이 아닌, 타인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재밌는 현상이라고 하기엔 씁쓸함이 더 큰 사례들이었다. 이런 일을 연달아 겪은 후 독심술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꺼내는 사람들은 피하고 본다. 최근엔 AI를 찬양하면서 사람(작가)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려는 사람들도 피한다.


브런치 스토리에 들어올 때마다 미야자키 하야오 선생님의 AI 그림들이 보인다. 지금은 예술가들의 그림, 글, 음악, 사진 등의 저작권이 침해받고 있지만 앞으로 눈 먼 돈이 되는 건 수많은 평범한 개개인의 얼굴, 목소리, 외형이 될 것이다.

최근 덴마크에선 개인의 얼굴과 목소리에 저작권 부여를 추진하고 있다. 딥페이크 영상 규제를 위해서다. AI는 수많은 걸 학습한다. AI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선의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사람은 선의로만 살 수없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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