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0 사진
2011년 06월 20일 폰으로 찍었던 사진
당시에 썼던 글
소설 속 <고백> 캐릭터들의 고백에 집중하던 그때, 타고 가던 버스가 어딘가로 회차 중임을 느꼈다. 주위를 둘러보니 버스 안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가뜩이나 인적도 없는 세곡로에서 외진 곳으로 향하는 버스...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오랜만에 타게 된 익숙한 옛 번호의 버스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곤 한다. 아무런 말도 없이 종점이나 노선이 바뀌어있다.
종점에서 내린 후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사이 내 주위는 깜깜해진 상태였다.
처음엔 어딘지 당황했지만 걷다 보니 버스를 타고 지나던 곳이다. 그저 버스를 타고 갈 때와 걸어갈 때의 느낌이 달랐던 것뿐이었다. 8차선을 횡단하는 육교를 지나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시작된 버스 기다리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잘못 탔던, 잘못 들어섰건 언제든지 아니다-라고 느껴지면 되돌아가면 되겠어."라고. 조금 자존심이 상할지라도 "되돌아가기"에 겁내고 망설이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엉뚱하고 낯선 곳에 왔다고 겁내지도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겁내지 말고 살면 좋겠어.라고.
2011년에 했던 생각이 2025년까지 잘 적용됐을까를 생각해 봤다. 2011년에 비해 융통성은 많아졌다. 다르게 말하면 타협하는 일이 많아졌다.
완벽하게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 내 기준에서의 100점이 타인에게 100점이 아니라는 걸 깨우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객관식 시험지 같지 않은 인생이라, 딱 떨어지는 점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깨우쳤다. 아무리 100점을 맞고 싶어도 그 기준이 저마다 달라, 평생 얻을 수 없는 점수란 것도 깨우쳤다.
즉 2011년에 비해 타협을 잘하는 삶으로 변화했다. 사람들에게 거는 기대치는 타협과 반대 노선이라는 걸 알게 된 건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주위 사람들은 융통성이 좋아진 거라며 말했지만,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나만의 모서리가 깎인 나머지 밋밋해진 돌이 된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사회화가 됐다는 거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사람으로 잘 다듬어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2011년이나 지금이나 되돌아가는 건 여전히 서툴다. 되돌아갈 타이밍을 잡아내는 게 쉽지 않아서다. 혹시 여기서 되돌아가버리면, 거의 다 온 길을 포기하는 게 아닐까란 후회 때문이다.
나는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번아웃이 온 나는 이제야 잘못된 버스에 탄 걸 알아채고는 막 종점에서 내린 상태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상태. 아무도 없는 적적한 정류장이지만,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상태. 결심만 서면 목적지로 가는 버스만 타면 되는 상황.
그래.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되돌아가는 선택지가 뻔하더라도 나쁘지 않다.
men i trust - before dawn
https://www.youtube.com/watch?v=ayvF3EgMa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