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23 사진
2011년 08월 23일에 폰으로 찍은 사진
당시에 썼던 글
최근에 Radiohead 음악을 다시 듣고 있다. 특히 <House of cards>라는 곡의 멜로디와 가사가 좋아 자주 듣고 있다. 멜랑꼴리 한 분위기와 난해한 가사들. 마치 물이 들어찬 깊은 지하 구석에서 웅얼거리는 느낌의 목소리. 톰 요크의 부서질 듯 예민한 목소리. 위태로운 음악. 위태로운 목소리.
달은 점점 차 올라 곧 보름달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운동을 하게 되면 습관처럼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달리기를 하면서도, 걸으면서도, 앞으로 갈 때도 다시 되돌아올 때도 늘 하늘을 올려다본다. 조금씩 달라지는 달 모양을 보는 재미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9월에는 한겨레 문화센터를 등록한다. A는 결국 도쿄에서 오사카로 목적지를 변경하여 연수를 떠난다. 그녀는 말한다. "내년 4월에 꼭 놀러 오세요. 교토에 있는 금각사, 철학자의 거리를 꼭 같이 가봐요!"
기억은 카드로 쌓은 것 마냥 위태롭다. 삼각형 구조의 기억이라면 최하위층 기억은 나쁜 기억일까 좋은 기억일까? 내가 살아가는 기억의 최하위층은 무엇일까? 어릴 적 행복한 기억들? 혹은 나는 어떤 힘으로 살아지는 게 아닌 살아가고 있는 걸까? 내 최하위층은 무엇일까.
옛글을 읽다 과거엔 라디오헤드의 곡을 자주 들었던 게 떠올랐다. 그들의 MV도 자주 찾아봤고. 기억을 떠올려 보면 당시엔 브릿팝을 많이도 좋아했다. 특히 브릿팝 밴드들의 MV를 찾아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중 가장 좋아하는 형태의 MV를 보여주는 밴드가 라디오헤드였다.
월요일 새벽엔 집 앞 공원에서 개기 월식을 봤다. 3년 만의 블러드문이라고 했다. 한적하지도 않은 동내에서 공원에 나와 개기 월식을 보는 건 나뿐이었다. 나 혼자 폰을 들어 달을 찍고 또 찍었다.
A는 함께 일했던 친구였다. 자신의 여성스럽지 않은 목소리에 콤플렉스가 있었지만, 털털하면서도 가장 여성스러운 친구였다. 당시엔 교토에 놀러 가겠다고 말했지만 끝내 가지 못했다. A는 매번 내게 철학자의 거리를 추천하고 또 추천했었다.
삼각형 구조 기억이란 전제 하에 내 최하위층을 차지하고 있는 기억. 좋게 말하면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억은 어릴 때의 기억 같다. 어릴 때의 좋은 기억들을 토대로 어른이 된 지금도 그때처럼 철없이, 행복하게, 아무 걱정 없이 살 순간들이 오지 않을까란 기대치로 살아가는 것 같다.
웹툰 작가들이 모여있는 오카방에선 걱정들이 자주 쏟아진다. 대부분 네이버와 카카오 외에는 전연령 오리지널 연재가 가능한 곳이 거의 없으니 두 곳의 투고 결과가 언제 나올지 피 말라한다. 아마 나도 하반기에는 또다시 피 말라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와중에 이른 아침 우연히 문체부 장관의 국무회의 속 질의응답을 봤다. "겉은 화려한데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문화예술계에 대한" 답변이 너무나 기업가적이라 앞으로도 겉만 화려한 시절이 지속되겠다란 걱정이 들었다.
기업가들은 매번 투자를 요청한다. 하지만 그 투자로 만들어내는 건 공장형 작품이다. 성공한 작품의 공식을 따와서 만드는 거. 독자들에게는 비슷한 물건을 진열해 놓고 팔아달라고 말하고, 작가들에겐 비슷한 물건을 만들어서 팔아달라고 말한다. 성공할 만한 것. 성공한 걸 따라 하는 것 외에는 만들지 않으려는 환경이 속을 썩게 만드는 거다.
핵심은 다양성이다. 다양성은 상업적인 작품들의 베이스가 된다. 성공했던 재료로 만들었다고 다 성공했으면 영화계도 웹툰/웹소설계도 망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올 리도 없다. 매번 같은 종류의 음식만 파는 곳을 사람들이 찾을 리도 없다. 맛집이어도 같은 종류의 음식이 수백 개라면 그냥 추천하는 것만 먹고 싶어지는 거다. 문제는 여기서 플랫폼들의 파워가 생긴다. 프로모션의 힘. 이벤트의 힘. 메인에 걸어주고, 푸시해 주는 권력에 따라 작품의 흥행도나 생사가 갈린다.
투자금이 늘어도 투자금이 제대로 안 쓰이면 결과는 같아진다. 영화관이 죽어가는 이유는 OTT의 문제만이 아니다. 영화 티켓값이 너무 비싸다는 거다.
잘 만든 영화는, 웹툰은, 웹소설은 어떡해서든 보게 된다. 가격을 떠나서 말이다. 그러니까 잘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잘 만든 작품과 성공한 걸 카피하는 작품이 다르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AI 산업을 육성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기업들은 AI 발전으로 저작권을 독식할 수 있는 꿈을 꾸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웹툰, 일러스트, 번역, 웹소설 등의 일을 AI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현실도 문제다. 그건 도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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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화를 열심히 고쳐야겠다.
Radiohead - House of Ca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