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브랜딩 #05
한국적인 것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게 된 경험을 겪고나서, 얼마 후 해외에 있는 모터쇼에 참가하게되었어요.
메이져 모터쇼에는 전 세계 브랜드가 참석하기때문에 어찌보면 동창회 같은 느낌도 있어요. 디자이너의 특성상 여러 브랜드를 거치며 성장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다보면 이 브랜드에서 친구 몇명, 저 브랜드에서 친구 몇명이 생기는데 모터쇼에서 다 만나는 거죠.
저 역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갔는데, 다른 브랜드로 이직했다던 독일친구를 만났어요. 반갑기도하고 그간의 행보를 물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 친구는 한국에서 몇 년 산 경험이 있어서 동양적인 미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는데, ‘네오코리아’ 에 대해 말하더라구요.
‘네오재팬’, ‘네오차이나’ 등은 있는데 ‘네오코리아’는 없냐구요.
머리위로 물음표가 생겼어요.
‘대체 그게 뭐지?’
설명을 요청해서 들어보니,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가지고 현대적인 해석을 하는 어떤 일련의 운동 같은 것이더라구요.
그래서 독특하면서도 트렌디한 느낌의 제품들이 생기고 있다구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도 슬슬 태동이 있는 듯 했어요. 카페 같은 곳에 가더라도 80년대 양옥집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멋진 인테리어가 많았고, 문구나 패션만 보더라도 레트로함을 어떤 소구포인트로써 활용하던 게 떠올랐죠.
하지만 아직 ‘레트로’와 ‘모던 한국’이 모호하게 뒤섞인 상태처럼 보였어요.
그 단어를 곱씹어 볼수록 번개에 맞은 듯 했어요.
‘네오코리아?’ ‘맞아 나도 이런 걸 만들고 싶었어.’
이런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그 뒤로 이것 저것 많이 찾아보게 되었죠.
세련된 한국적인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당장 어디에 갖다 놓아도 모던하게 어울리는 디자인들.
제가 디자이너 출신이라 그런지 스케치부터 시작했어요.
입히고 싶은 문양은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하다보니 민화의 호랑이가 떠올랐어요.
학생 때, 민화의 호랑이를 보면서 ‘저 호랑이는 왜이렇게 귀엽게 생겼을까?’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왠지 그런 느낌있잖아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에이 뭐 다 그런거지. 너무 신경쓰지마~’ 이렇게 담담하게 얘기해주는 친구 같은 느낌.
켈로그의 호랑이는 너무 긍정적이기만 해서 공감을 해주지 못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렇게 켈로그적인 호랑이가 아닌,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민화의 호랑이를 브랜드로 끌어오고 싶었어요.
그렇게 호랑이 스케치를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소재들이 완성되어져가고, 그렇게 조합을 해보니 패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호랑이만 두면 외로울 테니까, 호랑이의 친구인 까치를 그려주었고, 그렇게 한마리 한마리 늘어서 사슴, 토끼, 진달래 등등 여러 소재를 만들게 된거죠.
패턴을 만드는 일은 신나는 일이었어요.
이리저리 배치하고, 어쩔 땐 부대끼기도하고, 어쩔 땐 휑해보이기도 하는 작업이에요.
그러다가 절묘하게 배합이 맞으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죠.
어떻게 배치해도 의도한 느낌이 나면 정말 짜릿해요.
그런 문양을 찾기위해 여러 시도들을 했던 것 같아요.
폴더 사이즈가 몇백기가가 쉽게 넘어가는 걸 보면 참 여러 시도를 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 길어져서 다음 화에서 뵐게요! 또 만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