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올린 사진, 유명 작가가 훔쳐갔다

모두가 창작자인 시대, 창작자의 권리는 있는 가

by the cobalt



유명 미술작가의 전시에 들어선 당신.

그런데 당신이 올린 셀카와 아이의 사진이 유명 작가의 전시 작품으로 걸려 있다면?


당신에게 DM을 보내 이미지 사용 허가를 받은 것도 아닌데, 사진은 미국 주요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게다가 그 미술작가는 당신의 사진을 팔아 돈을 벌고 있다면?



인스타그램 사진은 공공물이다?


말도 안 되는 일 같아 보이지만 실제 사례이다. 2014년 미국 작가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 1949~)는 인스타그램에서 인플루언서, 모델, 사진가 등의 셀피 사진을 확대 프린트하고, 댓글을 달아 전시했다. 그리고 이 이미지들은 “새로운 초상들“(New Portraits)시리즈로,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전시되었다.


타인의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무단 사용한 리처드 프린스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공정사용"(fair use) 했다고 주장하며, 이미지에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넣어 작품을 만들었다며 끝까지 자신의 작품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8년의 소송, 누구의 승리였나?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이미지를 찍어 '공개'하는 대중 창작자의 시대로 접어든 이 시대, 상식적으로 리처드 프린스는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프린스가 무단 이용한 인스타 사진 속 인플루언서들은 "명백한 도둑질"이라며 프린스를 비난했지만, 소송조차 제기하지 못했다. 인스타그램에 이미지를 올리는 순간 사용권한의 일부가 인스타그램으로 귀속되기에 재판은 이들에게 불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처드 프린스 같은 세계적인 작가가 소속된 세계적으로 탑급의 가고시안(Gogosian) 갤러리는 거대 로펌과 계약되어 있어, 개인들이 상대할 만한 소송이 아니었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이미지가 자신의 '작품'임을 인지한 사진작가인 도널드 그레이엄(Donald Graham)과 에릭 맥나트(Eric McNatt)였고, 이들은 8년 동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이어갔다. 리처드 프린스가 사진작가로 활동해 온 사람들의 작품을 역시나 무단으로, 크게 확대해서 프린트한 후, 임의로 코멘트를 달아 전시했던 것이다.


2016년에 제기된 소송은 2024년에 이르러서야 판결 받았다. 맥나트에게 45만 달러, 그레이엄에게 20만 달러가 배상 금액으로 책정되었고 이는 실제 작품 판매 가격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이 금액은 리처드 프린스에게 타격을 줄 만한 금액도 아니었고, 지속적으로 저작권 피해 소송을 받아온 프린스의 작품활동에 제재를 가하는 판결은 더더욱 아니었다. 프린스 측의 변호사가 판결 후 "마침내 이 사건이 유리한 조건으로 마무리되어 리처드가 다시 예술활동에 전념하게 되어 기쁘다"라고 말했으니, 누가 승소 했는지조차 애매한 판결로 끝난 셈이다.



예술가도 훔치고 싶은 퀄리티


대중 창작의 시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미지를 만들고, 다양한 SNS를 사용하며 이미지를 공개한다. 창조성이 뛰어난 예술가들만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대중이 이미지를 만들고, 글을 쓰고 영상을 제작하는 '개인 창작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나도 드물게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면 동생에게 핀잔을 받는다. "사진 좀 잘 찍어서 편집 좀 해서 올려라", "제발 인스타그램 관리 좀 하라"는 잔소리가 따라온다. 공개 개정임에도 지인들로만 구성된 70여 명의 팔로워 수가 동생 잔소리의 정당성을 말해 주고 있지만, 뭘 어떻게 바꿔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더 문제다. 인스타그램은 이제 편집과 개인 PR 기술이 필요한 플랫폼이 되었고, 인플루언서들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도 인스타그램 이미지, 릴스 등에 꽤 많은 공을 들인다. 실제로 프린스가 도용한 이미지들을 찾아보면 사진부터 편집, 브랜딩에 이르기까지 프로다운 실력이 돋보인다.


'차용 예술'(appropriation art)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타인의 이미지 도용을 일삼는 리처드 프린스의 작품이 예술이라면, 일반 개인이 찍고 편집해서 올리는 콘텐츠도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할 때 이다. 예술이라는 이름에 숨어 타인의 창작물을 도용한 리처드 프린스의 사례는 어쩌면 사진작가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창작물도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오히려 반증한 사례가 아닐까. 예술가도 훔치고 싶을 만큼의 퀄리티를 가졌다는 이야기니까.




작가 아닌데 작가 같은 너


우리 집 화장실에 있는 변기는 변기이고, 뒤샹의 <샘>은 예술이지만, 개인이 블로그에 올린 글이나,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에 찍고 편집해서 올린 이미지도 엄연한 개인의 창작물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모했지만 개인의 창작물을 보호하는 법안은 없는 상태다. 리처드 프린스 사례에서도 프린스에게 소송을 건 사람들도 일반 개인이 아닌 도용당한 자신의 작업물이 '작품'임을 인정받은 사진작가들 뿐이었다. 게다가 이 싸움도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걸렸으니, 개인 창작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 길고 치열한 싸움이 필요할지 모른다.


글의 영역에서는 어떨까.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퍼다 개인 블로그에 올린 저작권 침해 사례는 종종 있었다. 브런치 안에서는 작가라 불리지만 출판한 적은 없기에 '작가'로 불리기는 애매하고, '저작권 침해' 된 상황에서 함께 싸워 줄 출판사도 없다.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이 허락 없이 기사화되는 등의 사례들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웹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블로거, 웹소설, 웹툰, 브런치 작가들은 저작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몇몇의 사례를 찾아봐도 이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란 포털에 게시중단을 요청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드물게 웹툰 작가 50여 명이 2024년 불법 콘텐츠 유통 업체 '밤토끼'를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해 인당 150-300만 원의 배상금액이 책정되었으나, 압류 재산이 국고로 환수되거나 해외에 있어 실제로는 배상을 받지 못했다.



모두가 창작자가 된 시대, 이에 걸맞는 저작권 법이 필요하다


인스타그램, 네이버, 다음, 카카오 등 플랫폼은 일반 개인에게 창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이전에는 등단한 작가만, 사진 기술을 배운 사진작가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아무런 배경이 없어도 창작 활동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의 창작물을 공개할 수 있게 되었다. 플랫폼들도 양질의 콘텐츠를 흡수해 성장했고 사용자들의 체류시간을 확보했다. 창작자와 플랫폼이 서로 '윈윈'했던 것이다.


하지만 개인 창작자들을 보호하는 저작권 보호 정책은 아직까지 미미하다. 인스타그램에는 "플랫폼 콘텐츠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은 회피하는 조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처드 프린스 사태에서 이용자들의 콘텐츠가 무단 이용된 것에 대한 입장 표명 정도는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을 불법적으로 유통해 회사와 개인 창작자들에게 손실을 가한 북토끼와 어른아이닷컴 등 불법유통업체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불법유통사이트를 고발하고, 2023년 '어른아이닷컴'을 상대로 승소, 10억 원 배상을 판결받았다. 불법유통사이트는 창작자 뿐 아니라 플랫폼 자체의 위험을 가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강경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창작자는 더이상 소수의 특권층이 아니다. 그러나 저작권 법은 여전히 소수를 위한 울타리 같다.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 이제는 그 권리를 지킬 법과 플랫폼의 보호가 뒤따라야 한다.


최초로 시각미술에 저작권법을 주장했던 화가는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 1697-1764)다. 인쇄기술 발전으로 그의 판화가 불법유통되자 이에 따른 저작권법을 제기했다. 호가스는 1735년 판화 저작권법 도입 이후 더 대담한 사회 풍자, 현실을 직시한 작품을 이어가며 단순히 판화가가 아닌, 사회적 사명감을 가진 영국의 국민화가로 성장했다.


이후로 꾸준히 예술에 대한 저작권법이 발전되어 왔지만, 이제는 시대에 걸맞는 개인창작자를 위한 법안이 만들어 져야 할 때 이다. 개인의 창작물이 보호되고 그 정당한 이익이 창작자에게 귀속 될 때, 오늘날의 수 많은 창작자들은 더 자유롭게 성장 할 것이다.




참고기사

https://mancunion.com/2021/03/20/richard-prince-social-media-and-copyright/


http://www.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230320115148903886fbbc3c26_1/article.html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12610174947463


https://www.courthousenews.com/artist-richard-prince-to-pay-hundreds-of-thousands-of-dollars-to-photographers-in-new-portraits-copyright-suits


https://news.artnet.com/art-world/richard-prince-graham-mcnatt-2425429

https://www.theartnewspaper.com/2024/01/26/judge-rules-against-richard-prince-copyright-infringement-instagram-portra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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