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사냥꾼

만나고 싶어요 - 지예신

by 룬아

나에게는 고질병이 하나 있는데, 좋아하는 브랜드가 생기면 아이템 하나 정도는 꼭 소장해야 직성이 풀린다. 하여튼 사람이든 브랜드든 간에 잘도 좋아해서 탈이다. 뭐든 경험해봐야 진짜 안다고 합리화해왔지만 까놓고 보면 그것도 아니다. 그냥 좋으니까 갖고 싶은 거다. 작년에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타비 부츠를 10년의 고민 끝에 결국 샀고, 프라이탁은 라씨, 마이애미, 프린지, 달라스를 거쳐 제이미로 정착했으며, 태교 여행 대신 라이카 M6를 장만했다. 최근에 마음에 들어온 샬롯 페리앙의 스툴은 가격을 물었다가 삶의 목표로 설정해두었다. 좋아하게 된 것은 대부분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며 반품하는 한이 있더라도 꼭 한 번쯤은 실물을 봐야 미련을 버릴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살까 말까 고민하는 것은 거의 쓸데없는 시간 낭비와도 같다. 빵빵한 수업료를 내며 얻은 소비 기준이 있다면 1) 편하고 2) 질이 좋고 3) 희소가치가 있을 것, 인데 항상 잘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로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1) 편하고' 이 부분을 잘 놓친다. 예쁜 것들은 자주 불편함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지예신'을 발견했을 때도 같은 감정이 일었다. 좋다. 가지고 싶다. 내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는 몇가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아이덴티티인데, 굉장히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독보적이고, 충분히 볼드 하면서도 충분히 섬세한, 그러니까 부족하지 않지만 너무 과하지도 않고 조금만 힘내서 손을 뻗으면 충분히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곳에 있는, 그런 브랜드였다. 나는 여전히 섭외를 할 때에 거절당하거나 민폐를 끼칠까 봐 아주 조심스러운 편인데 '지예신'의 답장은 의외로 귀엽고 프렌들리 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을 만난 날, 나는 아주 그냥 푹 빠져버리고 말았지. 단지 느낌적 느낌으로 다가간 브랜드가 이렇게나 좋으면 나는 내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브랜드 사냥꾼.


그래서 샀냐고? 질문이 잘못되었다. 얼마나 샀냐고 물어야 할 걸.

https://youtu.be/PUzu1JL8C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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