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YURI YIM 임유리
나는 줄곧 만드는 사람이었다. 잘 만드는 것만 배우고 잘 만드는 것만 재미있고 잘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다. 파는 일은 도통 재미가 없었다. 방법도 몰랐고, 잘 팔리지 않으니 더 재미가 없었다. 디자이너 시절에 제작했던 컵이라든가 자석이라든가 목걸이라든가 하는 제품들은 오픈빨이 끝나면 집에 박스째로 주저앉았다. 결국 제조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그런데 콘텐츠라는 것도 잘 팔아야 하는 것이었다. 많이 봐주고 소비가 돼야 의미가 있고 영향력이 생기며, 잘 안 팔리면 결정적으로 내가 재미가 없다. 재미가 있어야 신나서 다음 스텝을 밟지 말입니다.
아아 이 디자이너 유전자라는 것이 어찌나 강력한지. 물론 잘 팔 줄 아는 디자이너도 많다. 다만 나는 그쪽이 아니라 작가 쪽에 더 가까웠다는 것이 결정타였다. 아, 잘 파는 작가들도 많지. 에라이, 나는 그냥 못 파는 사람이었다. 누군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1만 명 만드는 게 제일 쉽다던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예요 그거?
그러다 드디어 마케터를 만난 것이다. 마케팅 얘기야 디자인만큼이나 수없이 들어왔지만, 이렇게 직접 만나본 것은 처음이었다. 인터뷰 중에 내가 얼마나 만들기만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 나오는데, 매달 에디션을 내는 브랜드가 7, 8, 12, 1월에는 새 옷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한 질문이 "다음 시즌 구상하는 시기군요?"이다. "그렇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옷을 잘 사지 않는 때예요."라는 마케터 출신 대표의 말. 대화를 나누는 내내 뒤통수를 어찌나 대앵, 대앵, 때려대는지 인터뷰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굉장히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센터에 서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만큼이나 그동안 만들어온 것들의 중심에는 나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User experience design 운운할 땐 언제고 혼자 만들고 보고 만족하고. 그러니까 남들은 내가 올린 제목을 봐도 궁금하지가 않고, 그전에 내가 무엇을 만들긴 했는지 알 방도가 없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내가 아닌 독자를 위한 제목을 썼다. 순수한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면 이런 제목은 나올 수가 없다. 그런데 그랬더니 내용도, 조회수도, 댓글도, 모든 게 드디어 내가 숱하게 봐온 '플랫폼'의 모양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맨날 배터리 닳도록 휴대폰 들여다보면서 어찌 이것을 몰랐을까 싶지만 잘 몰랐다. 잘 만드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아니, 알면서도 쉬이 놓아지지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잘 팔아본 적이 없거든. 그래서 사람은 실패도 중요하지만 성공의 경험 역시 필요한 법이다.
이제는 잘 만들기도, 잘 팔리기도 하는 곳이 되어야지! 드디어 마요네즈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인터뷰. 역대 최고 조회수 찍고 있는 중인데 안 궁금하다고요?
<마케터가 브랜드를 운영하면 생기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