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MENOKIN 이보경
"이번 거 제목 뽑는 데 한참 걸렸어. 느낌 빡 오는 게 없지 말이야, "
막히는 택시 안에서 간만에 둘이 근황을 나눌 기회가 생겼다. 최근에 올린 인터뷰 영상의 이모저모를 설명하다가 뱉은 나의 말에 남편은 반색하며 목소리를 키웠다. 와, 일취월장했구나 네가 이벤트를 시작하더니 제목도 다 고민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 조물조물 만들어놓고 왜 좋아하지 않냐고 코 앞에 들이대던 네가.
인정하기 싫지만 구구절절 옳은 소리 하는 남자. 그의 말이 맞다. 나는 줄곧 검증되지 않은 나의 감정과 직관을 따랐고, 초록창에 직관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니 비합리적이고 타인에게 전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나온다. (한숨.) 한편으로는 '확신을 궁극적으로 믿게 하는 보증이자 최초의 근원'이라고 하니 내 멱살을 잡고 여기까지 질질 끌고 온 것 또한 직관과 감각의 힘이다.
최근 몇 달 사이에 내가 많이 변한 것은 맞다. <취향집>을 쓰고 유튜브를 시작한 것이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들이 내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펼쳤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자존심이 너무 셌다. 홍보성 뉘앙스를 띠는 것은 내 색깔이 아니라고, 나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은근슬쩍 운을 띄우고 그 진상을 알아보는 것은 수준 높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왔다. 어디까지나 퀄리티의 문제이기 때문에 잘만 만들면 그 뒤는 알아서 따라올 거라고 자만했고, 결과는 당연히 그렇지 못했다. 기껏 잘 만들었으면 많이 팔아야죠. 이게 식당이었으면 비싼 식재료 사놓고 유통기한 지나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꼴이잖아.
옛날이라면 이런 수줍은 방식이 통했을 수 있다. 정보가 하나둘씩 친절하게 제공되고, 뭘 해도 새로웠던 시대라면. 하지만 지금은 와글와글 밀려드는 좀비 떼 사이에서 살아있는 인간을 골라내는, 뭐 그런 정도의 콘텐츠 홍수 시대 아닌가. 나조차도 댓글 하나 다는 것을 귀찮아하면서 어째서 다른 사람들은 내 브랜드를 위해 애써 고민하고 피드백을 줄 거라고 생각했을까.
보상. 보상이 필요했다. 옜다 이거 줄 테니 나 좀 봐줘라- 하는 게 아니고, 함께 경험하고 공감하는 사이클. 타인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실제가 되는 시스템. 하지만 나는 제공할 것이 콘텐츠밖에 없는데? 그래서 한참 동안은 마요네즈 굿즈라도 만들어야 하는 걸까 고민했다. 하지만 내 감을 따르건대 별로 효과가 없어 보였다. 쓸데없는 건 만들지 말자. 그래서 디자인 제조업 그만둔 거였잖아?
인터뷰 영상 편집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흔하디 흔한 생각인데 어째서 이다지도 번쩍, 하고 떠올랐을까. 이벤트를 하자! 선물을 뿌리자! 산타클로스가 되자! 제품을 나눠주고 같이 써보는, 이야기와 실물과 화자와 독자가 돌고 도는 순환 사이클을 만들자.
제품 뿌리기야 워낙 많이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인터뷰와 묶여있다는 것. 어쩌다 하게 된 경험과 내막을 알고 하는 경험은 전혀 다르다. 브랜드텔링이라는 용어도 있더만. 사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나의 자신감이었는데, 매번 제품을 구매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누가 이 신생 매체에 협찬을 해줄까, 하는 쭈구리가 내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정한 비건 화장품 CEO는 이 쭈구리의 기를 세워주기로 하셨다.
마요네즈는 제일 잘 나가고 싶은 세속적 욕망 덩어리이기도, 그저 좋은 이야기와 경험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은 순수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정체성이 손잡고 만든 첫 번째 <마요이벤트>, 이번 주 금요일까지라 오늘 급하게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