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의 전략

브랜드 컬러

by 룬아


유튜브는 썸네일의 승부라고 했다. 플랫폼의 피드는 가히 화려했다. 시내 밤거리에 나가면 너도 나도 번쩍번쩍 불을 켜고 고개를 내미는 상가의 간판들과 같았다. 과장된 표정의 얼굴을 한둘 넣고, 글씨는 더 크고 두껍게, 그것도 모자라 썸네일 테두리에 화려한 띠를 두르고. 명색이 디자이너였는데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똑같이 따라 한다고 해서 그 난리통 속에서 눈에 띌 리도 없고.

그래도 제목은 잘 보였으면 좋겠는데. 몇몇의 절제된 채널을 살펴보니 바탕색을 깔았다. 그러려면 사물(주로 인물) 주변으로 누끼를 따야 하는데? 아 정말 번거롭다. 그렇다면 요령을 조금 부려서 글씨가 들어갈 만큼만 띠를 넣자, 해서 탄생한 것이 컬러 블록이었다.

노란색을 좋아하니까 노랑으로 시작했는데 다른 내용의 콘텐츠는 구별을 줘야겠어서 초록을 추가했고, 어쩐지 메인인 인터뷰는 신뢰의 상징인 블루를 써야 할 것 같아서 진한 파랑을 선택했다. 빨강이 빠진 원색의 조합을 좋아한다. 몇 차례 영상을 만들다가 조금은 사적이고 편한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싶다는 생각과 향신료 역할을 할 수 있는 색을 넣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고, 그렇게 마요데일리의 베이비 핑크가 들어갔다. 얘는 왠지 블록 말고 풍선처럼 만들고 싶어.

모니터 안에서 네 가지 색상의 썸네일이 한꺼번에 보일 때 나는 흐뭇했다. 인테리어든 패션이든 한 가지만 밀기보다 이것저것 조합해서 탄생하는 새로운 느낌의 하모니를 즐긴다. 이건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나의 욕구에 잘 맞아 들었다. 답습하지 않은 선택들을 하나씩 모을 때 크게 즐거웠고, 이런 큐레이션이야말로 개인의 취향이자 능력이라 여겼다.


오후 내내 촬영을 하고 돌아와 소파에 들러붙은 무거운 몸을 느끼며 휴대폰 화면을 의미 없이 만지던 중 불이 켜졌다. 브랜드 컬러. 이거 브랜드 컬러잖아? 곧바로 책상 앞에 앉아 포토샵을 켜고 로고를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내 자식이 이렇게 예쁜 걸 모르고 있었다니 부족한 엄마다.

마요네즈의 브랜딩은 오랜 시간에 걸칠 막연한 임무이자 그림이었고 그 안에 브랜드 컬러 같은 구체적인 계획 따위는 없었다. 그저 필요에 의해 취향을 따르니 이만큼 만들어져 있었다. 이렇게 말하니 되게 순수한 프로세스 같지만 다분히 전략적이다. 타 채널의 썸네일과는 조금 다르게, 하지만 플랫폼에 충분히 스며들 것,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제작 과정. 원색이지만 섬세한 톤의 조절과 약간의 킥이 되어주는 컬러와의 조합. 마지막으로는 모체인 더콤마에이와 확연히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액션. 나의 무의식에는 감각에 의존한 전략이 언제나 밑바탕에 깔려있었다. 의견을 나누고 물을 동료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내 안에 살고 있었다.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아이디어가 불쑥 튀어나오거나 순식간에 정리되는 것 같아 보인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전략적인 인간인가?


뭐가 됐든 상관은 없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는 방법과 요인은 다양하다. 그중 즐거움의 힘은 정말이지, 세다. 마구마구 즐거워서 그 안에 몸을 푹 담갔다가 눈을 떠보면 어떤 세계가 만들어져 있다. 나는 이런 걸 아주 좋아한다. 즐거움 그 자체가 전략인 이야기. 지금의 마요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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