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아의 패션 취향 언박싱
다양한 브랜드를 소개해왔지만 내가 주로 소비하는 분야는 단연 패션이다. 음식이나 미용에는 큰 관심이 없고, 아기자기한 물건을 쌓아두는 걸 좋아하지 않고, 사고 싶은 가구나 식기는 너무 비싸고. 여행길마저 끊겼으니 가장 빨리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다 몸에 걸치는 것들이었다. 스트레스나 피로가 심한 저녁, 소파에 기대어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이틀 뒤에 말끔한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어떨 땐 주문한 것이 채 도착하기도 전에 새로운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새 박스를 뜯으면 안방 한 구석에서 짤막한 패션쇼가 시작되고, 다음날 외출이 어린이집 등원길 하나일지라도 정성스레 몸에 걸치는 재미를 누렸다. 언제부턴가 나에게 '패셔너블'하다는 피드백이 조금씩 붙기 시작했고 그 느낌이 썩 나쁘지 않았다. 아니, 아주 좋았다.
한때는 이런 행동이 과시적이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이토록 강렬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을 끊기란 매우 어려웠다. 아이를 픽업하러 친정집에 가면서도 매일 옷을 갈아입고 진주 목걸이를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서는 과시의 행위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얼마 전 개인이나 매체가 지닐 수 있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센스 영향력'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감각 있는 브랜드들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나의 취향과 안목을 보여주는 것 또한 브랜딩의 일부분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보여지는 나를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합리화인지 전략인지 하는 생각을 만났고. 그러니까 이제 맘 편히 쇼핑할게요?
그동안 인터뷰해온 대상 중 패션 브랜드가 없다는 사실이 의아할 정도인데, 패션은 단순히 즐기는 취미 영역이지 이렇다 할 지식이 없어서이기도 했고, 워낙 비등비등한 브랜드가 많아서 그중 콕 찝어 누구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기도 했다. 더불어 지나치게 빠른 순환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반면 주얼리는 상대적으로 호흡이 느리고 의류만큼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기에 젬앤페블스와 불레또의 이야기를 기록한 적은 있다.
그런데 오래 들여다보니 그 안에서도 눈에 띄는 브랜드들이 있다. 패션계의 언어를 조금씩 바꾸고 있는 브랜드, 옆에 두고 비교할만한 다른 레이블이 떠오르지 않는 브랜드. 나의 옷장을 가득 채우고 싶은 브랜드.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브랜드들은 인터뷰를 별로 선호하지 않더라고. 그것 또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포인트가 되지만, 인터뷰어 입장에서는 더욱 욕심이 난다. 게다가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마요네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받고 싶은 곳이 되어야만 한다.
진한 이야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빨리 소개하고 싶어서 찍어보았다. 유튜브와 언박싱이라니 이제 진짜 남이 하는 거 다 하는 거 같지만 나도 먹고살아야죠. 그리고 정말 제 돈 주고 제가 샀는데 너무 좋아서 오지랖 부리는 순수하게 즐거운 콘텐츠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