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문제로다
브런치 프로필에서 작가명을 변경했다. 작가명은 한번 바꾸면 30일 동안 다시 바꿀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떠서 대여섯 번 정도 취소를 누르고 멀찍이서 화면을 바라보았다.
룬아는 본명이 아니다. 아빠를 주재원으로 둔 덕에 남미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는데, 현지인들이 본명을 발음하기 너무 어려워해서 이름을 하나 지었다. 너무 사람 같은, 예를 들면 마리아나 엘리자베스 같은 이름들은 어색하기도 하고 낯간지럽기도 해서 달이라는 뜻의 루나를 선택했다. 후에 그게 세일러 문이 키우는 까만 고양이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냥 보기에도 너무 별명 같아서 발음은 같되 받침 있는 형태로 바꿨다. 받침이 생기고 나니 본명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겼지만 그대로 둔다. 아주 오래전 친구들을 빼면 룬아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되었으니 이제 정말 내 이름이라고 해도 딱히 어긋날 것 없다.
내가 나에게 지어준 이름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삶에 정착해갔다. 책을 한두권 내니 저자 룬아라는 정체성이 좀 더 확고해졌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에 내가 만든 콘텐츠를 사람들이 어떤 이름으로 기억하면 좋을지 생각해보았다. 마요네즈? 더콤마에이? 아니, 나는 내 이름으로 기록되고 기억되길 바란다. 브랜드 같은 것은 내가, 그러니까 룬아가 만드는 것이고 언제든지 또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이 더 높은 쪽은 브랜드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그래서 작가명을 바꿨다,
혼란스럽다. 갖가지 채널에 가입한 아이디라든지 이메일 주소 같은 것을 마주할 때마다 결정을 해야 한다. 최근에 새 명함을 만들 때도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서 적을지 고민했다. 이건 이걸로 하고 저건 저걸로 하면 되잖아,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브런치만 해도 그렇다. 더콤마에이로 시작했는데 마요네즈가 생겼고, 브랜드보다는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 이름을 그대로 두는 것도 바꾸는 것도 옳지 않아 보였다. 결국 변경하기로 결정하면서도 프로필 사진과 주소는 그대로 두었다. 나름의 논리들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룬아가 곧 더콤마에이이자 마요네즈이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무지하게 디테일하고 욕심 많은 인간이라 그렇다. 어쩔 수 없다. 별 것 아닌 것도 잘하고 싶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