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것보다 재미있는 것
꽤 크고 무거운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녔었다.
결국엔 그냥 너무 무거워졌다.
그래서 찾은 카메라가 롤라이 35se. 필름 카메라 중에는 가장 작다. 게다가 엄청 예쁘다.
그런데 사진을 찍을 때마다 피사체와 나 사이의 거리를 가늠해서 초점을 맞추고, 노출계를 보고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맞추고. 그러는 사이에 찍으려던 것은 지나가고.
그래도 꽤 오래 썼다. 몇 년 쓴 것 같은데. 물론 쓴 시간보다 안 쓴 시간이 더 많다. 결국은 서랍에 처박혔다.
올해는 사진을 더 많이 찍고 싶었다. 서랍 속 작고 예쁜 카메라를 다시 꺼냈는데, 매우 피곤했다. 수동 카메라의 순수하고 불편한 가오 같은 건 버리고 편리함을 추구할 때가 되었다.
자동카메라를 보다 보니 콘탁스 T3가 눈에 들어왔는데, 효리언니가 쓴다고 엄청 비싸졌다(아물론 효리언니가 잘못한 건 아닙니다). 치명적인 오류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난 고장 나는 건 무섭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찾은 게 바로 콘탁스 T2. 고장 안 나기로 유명하단다. 그런데 카메라가 너무 못생겼다(지극히 제 기준). 도무지 들고 다닐 마음이 안 생긴다. 싼 것도 아닌데.
그러다 저 위에 보이는 platin 에디션을 발견했다(예쁘다!). T2 중에도 레어템이라 쉽게 찾을 수 없고, 마침 딱 한 대가 올라와 있었다. 난 뭐든 희귀하다고 하면 맥을 못 춘다. 원래는 돈 모아서 천천히 사려고 했는데 그날 밤에 카메라 꿈을 꾸고 다음 날 충무로에 갔다.
그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다. 매우 편하고, 예쁘고, 재미있다.
+ 다행인 건, 롤라이 35se보다 내 취향의 사진이 나온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