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레이지나잇 뉴스레터 <달링>
계획이라는 것의 허무함
안녕하세요, 룬아입니다. 달링은 이번 주말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저는 오늘(월요일) 원래 성수동 공유 오피스로 출근할 예정이었어요. 심지어 첫 출근이었죠. 그런데 어제
아침부터 아이의 이마가 뜨끈하다 싶더니 밤새 39도가 넘는 고열이 내리지 않는 거예요. 결국 저는 밤을 꼴딱 새웠고, 아이는 어린이집 등원 포기, 저는 출근 포기. 워킹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그 단어 ‘가정 보육'의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네, 저는 지금 식탁에 앉아 이 편지를 쓰고 있고, 아이는 혼자 레고를 갖고 놀다 잠들었어요.)
어린아이란 정말 큰 변수이지만 그 외에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은 수두룩하죠. 함께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그만두기도 하고, 계약서까지 쓴 일이 엎어지기도 해요.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이나 약속이 취소되는 건 일도 아니고요. 사실상 인생 자체가 계획대로 흘러가 주지 않습니다. 제가 2022년에 브랜드텔러라는 듣도 보도 못한 직업명을 달고 뜨끈한 아이를 돌보고 있을 거라고 5년 전의 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죠.
얼마 전에 만난 20대 후반의 친구가 그러더군요. 지금까지는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왔는데, 어디로 흘러가는지 잘 모르겠다고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데, 제 눈에는 이미 꽤 명확한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의 고민에 저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난 이제 먼 계획은 잘 세우지 않아. 어차피 그렇게 되지 않더라고. 그저 하루하루 성실하고 충만하게 살다 보면 그 에너지가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주는 것 같아.”
(중략)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한참 어린 친구에게 인생 선배가 된 것 마냥 의연하게 대답했지만, 사실 저는 불안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에요. MBTI에 P가 나오는 게 신기할 만큼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힘들어하죠. (물론 계획을 잘 세우진 않습니다. 그러니까 P겠지만요) 내년의 나는 뭘 하고 있을까, 말년의 나는 먹고사는 걱정 없이 지낼까, 당장 내일의 마감은 어떻게 할까…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그래도 수십 년 살면서 쌓은 내면의 내공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것입니다. ‘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막상 내일과 내년과 말년이 되면 오늘 제가 어떤 걱정을 했었는지 기억조차 못 할 거라는 사실을 아는 거죠. 끝없이 걱정하는 자아는 여전하지만 그건 실제가 아닌 감정일 뿐이라는 걸 아는 지혜가 생겨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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