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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룬아 Jul 23. 2015

[문오리] 쉐프 윤대관 인터뷰

꿈이 현실이 되었을 때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먼저 요청이 들어온 건 처음이다. 인터뷰를 해본 적도 없는데다가 평소에 사람을 전혀 만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호기심이 생겨서 만나보았고, 왜 인터뷰를 하고 싶었냐고 물어보니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대답했다.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하다. 과하게 의미를 둔다거나 누구나 가질 법한 기대를 배제하고 담백하면서 성실하게, 강압적이지 않지만 강단 있게. 

문오리가 첫 직장인가요? 


주방장으로 일하는 건 처음이에요. 원래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빕스에서 주방보조, 서빙, 매니저 일을 했었어요. 


어떻게 문오리 주방장이 될 수 있었던 건가요? 


그게 저도 참 신기해요. 저는 해본 일이 셀 수 없이 많아요. 전단도 붙여봤고, 박람회장에서 분식도 팔아봤고, 주식도 해봤어요. 어머니랑 오랫동안 이런저런 사업도 했었고요. 피시방, 펜션, 펍 등을 하다가 힘들어지면서 안정적인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안 맞는 직장도 1년 정도 다녔는데, 결국에는 제가 좋아하는 주방으로 다시 눈을 돌리게 됐어요. 그때 지금 와이프와 연애 중이었는데, 제가 주방 일을 하고 싶다고 하니 선뜻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저와 맞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구직 사이트보다는 SNS를 추천해주길래 찾아보다가 문오리를 발견하게 됐어요. 지원자가 두 명이었는데 제가 뽑혔어요. 


왜 자신이 뽑혔다고 생각해요? 


다른 지원자는 저기 윗길 식당에서 일해요 하하. 기회가 참 좋았어요. 이 상권(장진우 골목)이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였거든요. 원래 있던 문오리 주방장은 더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식당으로 옮기고, 전 3개월 만에 주방장이 됐죠.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주방 스텝은 많이 해봐서 일하는 것 자체는 괜찮았는데, 같이 일하는 친구가 요리를 전혀 모르는 친구라 가르치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저도 주방장 밑에서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제가 주방장이 돼버린 거죠. 


좋은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아주 많죠. 요리를 넘어서 한 가게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터득하고 있어요. 많은 일을 해 왔던 이유가 계속 망해서였는데, 그동안 전 실패하는 방법밖에 몰랐던 거예요.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 알아가고 있어요. 


성공 비결이 있다면 뭘까요? 


아주 기본적인 거예요. 손님을 대하는 태도, 음식의 맛, 식당의 청결도… 모든 건 기본 안에 있어요. 거리에 왜 사람이 없나, 하고 걱정할 게 아니라 애초에 한산한 자리에 들어간 게 잘못인 거예요. 조사를 안 한 내 탓인 거죠. 꽤 원칙적이에요. 


하지만 회나무길도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골목이었는데 장진우 대표가 이렇게 만든 거잖아요. 그건 원칙에서 벗어나는 게 아닌가요? 


대표님은 재주가 많고 인맥 또한 두텁죠. 개인 스튜디오에서 지인들에게 음식을 해주던 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니까요. 시작부터 ‘난 이렇게 해서 성공할 거야’가 아니라 ‘내 공간에서 좋아하는 걸 할 거야’인 거예요. 물론 속사정은 다 있는 거지만 어쨌거나 겉에서 봤을 때 큰 위기 없이 잘 흘러가는 곳을 보면 성공보다는 즐거움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조금 얄미울 수도 있죠. 모든 사람들이 그런 여건을 갖춘 건 아니니까.

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일생일대의 기회 같은 느낌인가요? 


네. 문오리 쉐프가 됐다고 인생이 바뀐 건 아니지만, 작은 점들을 찍고 오다가 큰 점을 한 번 찍은 느낌이에요. 정말 행복한데 한편으로는 조금 불안한 면도 있어요. 


이 행복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인가요? 


그것보다는 소비자와의 관계에 대한 마음인 것 같아요. 저희는 굉장히 틀에 잘 짜인 운영을 하는 가게라, 오픈이나 마감 시간을 칼같이 지켜요. 단호한 운영에 불만이 생길 수 있다고 줄곧 생각하는데, 그런 것 때문에 융통성을 발휘해버리면 모든 게 무너져요. 배려라고 한 행동 때문에 스텝 모두가 힘들어지고 손님들은 불공평한 서비스를 받게 되죠. 


주방장보다는 오너의 느낌이 강해요. 


이 골목 가게들 모두 쉐프가 운영까지 맡아서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이 자리가 더 소중해요. 능동적으로 장사할 수 있거든요. 


언젠가는 자기 공간을 갖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 같아요. 


누구나 있죠. 하지만 전 그런 욕구는 2차적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하고 있는 일이 안정적이어야 꿈꿀 수 있는 거죠. 전 그런 면에서는 아직 멀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주거와 식당이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을 수 있는 목표인 것 같은데요. 


네, 알고 있어요. 하지만 펜션 사업을 하면서 이미 겪어본 감정이라 괜찮아요. 


자기 공간이 생겼을 때 조심해야 할 게 있다면? 


적을 만들면 안 돼요. 경쟁자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옆 가게, 앞에 사는 주민들 모두 포함돼요. 겹치는 장사를 하지 않고, 음식을 나눠 먹고, 서로 돕고. 한마디로 상도덕을 지키는 거죠. 특히 손님이나 주민들에게는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요즘엔 주택가에 상업공간이 들어서다 보니 공사도 잦잖아요. 그 불만을 이해 못 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서로 배려해야 거주자도, 상권도 더불어 살 수 있어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전 사람들의 피드백에 굉장히 민감해요. SNS에 조금이라도 안 좋은 내용이 있으면 많이 속상해하곤 했는데, 요즘에는 많이 다스리고 있어요. 맛이라는 게 워낙 주관적인 건데, 동시에 주관적이면 안 되거든요. 너무 주관적이면 비즈니스가 아니라 아트가 돼버려요. 


자기 색깔을 타협하지 않으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걸 만들면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따라오게 되지 않을까요? 


그러기엔 이곳이 너무 대중화 돼버렸어요. 유명해진 만큼 찾아오는 입맛은 다양하면서 동시에 평준화가 되죠. 전에는 이 골목의 분위기 등을 보고 왔다면 이제는 맛집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오시는 거예요. 제가 요리할 때 세우는 가장 큰 기준이 짜면 안 된다는 건데, 그래서인지 문오리를 드시고 예상보다 조금 심심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전 짜지도 않지만 싱겁지도 않은 요리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아직은 제 혀를 믿어요. 


요리를 오래 하면 간이 세진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매일 요리하지 않아요. 주방장으로서는 일주일에 3일. 부주방장도 3일만 요리해요. 나머지 근무일에는 다른 주방 일을 해요. 간을 덜 보자는 취지도 있지만, 그 친구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주고 싶어서 그래요.

예전 직장에서 일할 때 보니까 매니저들이 세상의 모든 고민을 자기가 혼자 끌어안고 살더라고요. 그러면서 항상 하소연하고. 업무 분담을 하면 누군가는 그 일을 배워서 성장할 테고 자기도 편해지게 될 텐데 말이에요. 모든 걸 자기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은 힘들어져요. 그래서 전 다 내려놓아요. 


하지만 그러다 보면 성에 안 차는 결과가 나올 수 있잖아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책임은 매니저가 져야 하고. 


물론 그렇죠. 그래도 기다려요. 그리고 그 실수에 따라오는 후폭풍은 다 같이 맞아요.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거니까요. 그래야 당사자도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아요. 실수에 대한 경험을 주고 싶어요. 일이 수습되고 난 뒤에는 스텝들의 관계가 더 끈끈해지기도 하구요. 물론 피곤하죠. 


말이 쉽지 정말 실행하기는 힘든 일인 것 같네요. 


다 체대 다니면서 한 경험 때문이에요. 불합리한 것들이 너무 싫어서 1년 만에 뛰쳐나왔거든요. 

사람을 거의 안 만난다고 들었어요. 


저에게 힐링이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거예요. 


쉬는 날에는 뭐해요? 


아무것도 안 해요. 집에서 거의 안 나가요. 게임 조금 하고, 별로 특별할 게 없어요. 


그런 것 치고 내성적인 성격은 아닌 것 같아요. 


성격과는 별개예요.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는 생각을 해요. 가족이 제일 중요한 관계고요. 여동생과 친해서 둘이 많은 걸  함께해요. 내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는데, 그걸 왜 굳이 더 많은 사람과 반복적으로 해야 하나요? 약속을 잡고 이벤트를 만드는 게 소모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식당에서 일하니 사회생활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성격이 이런 걸 아니까 친구들이 서운해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결혼은 꽤 빨리하신 편이네요. 


저도 제가 그럴 줄 몰랐어요. 와이프는 저를 처음으로 인정해준 사람이에요. 전 직장에서 문오리로 오는 과정에서 확신이 생겼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게끔 지지해준 유일한 사람이거든요. 앞으로 무슨 고민이 있거나 어떤 일이 생겨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타투 도안을 그리신다고도 들었어요. 


제가 할 타투는 제가 직접 그리고 싶어요.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한 환상도 조금 있고요. 사실 요리가 아닌 그림으로 먹고사는 삶에 대해 가끔 상상해요. 그런데 실제로 디자인이나 미술 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니 제가 넘볼 분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워낙 뛰어나시니까.

우리나라는 뭐든 잘하는 사람이 참 많아요.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되었다고 해야 하나. 이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희미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선 요리도 갈수록 힘들어요. 


정통적으로 요리하던 사람들이 대관 씨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저보다 요리 잘하는 사람은 엄청 많죠. 하지만 이제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색깔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맞아요. 기준이 달라졌어요. 잘하는 것보다 자신의 것을 만들어낼 줄 아는 게 진짜 능력이죠. 사실 그게 더 어려운 건데. 예전에는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을 키우기만 하면 됐다면 이제는 거기에 개성까지 더해져야 경쟁력이 생기는 거니까요.


다들 고민이 많죠. 특히 스펙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는, 남들 다 갖춘 스펙을 똑같이 쌓는 건 평균을 맞추는 거지 사실은 자신의 스펙이 아니라는 거예요. 진짜 스펙은 남이 안 가진 걸 갖고 있을 때라고요. 물론 분야마다 다른 기준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아가는 길도 있지만 많은 분야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도전해볼 수 있다는 거예요. 성공 여부는 다른 얘기지만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게 어디예요.

인터뷰를 마친 후에는 함께 문오리를 먹었다. 그의 말대로 빨간 국물이 보기보다 담백하고 건강한 맛을 내는 음식이었다. 입맛이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시대에 이런 음식을 만들어 준다는 게 고마웠다.

많은 고민이 들어갔지만 덤덤한 맛을 내는 요리처럼 그와의 대화도 수수했다. 편하게 나눈 이야기를 되돌려보니 절대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이다. 아마 나에게는 다 털어놓지 않았을 더 많은 이야기를 두고서도, 공평하지만은 않은 현실과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이차적인 꿈을 품고서도 그는 모든 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말했다. 그래서일까, 가진 것을 소중하게 다루고 위험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그에게서 어른 같은 아이를 본 느낌이다. 


문오리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55-39

070-8153-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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