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블루] 인터뷰
[Misty Blue / 미스티블루]
꽃말 : 청초한 사랑
_ 청초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세요?
_ 화려하지 않으면서 맑고 깨끗하게 아름답다는 뜻이죠.
_ 그런데 저를 찾아오셨네요. 전 청초함과는 전혀 거리가 먼데.
_ 맞아요. 오히려 반대의 느낌이죠. 그래서 연락했어요. 겉으로 보이지 않는 게 있을 것 같아서. 연애를 오래 하셨던데요.
_ 네, 거의 10년이 돼가요. 오래 만나면 맑고 깨끗한 건가요?
_ 하하. 아뇨,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연애에 어떤 잣대를 들이댈 수 있겠어요. 그 얘기를 해주세요. 맑지만은 않은 이야기.
_ 일단 시작부터 청초하지 않아요. 클럽에서 만취한 상태로 만났으니까. 그 전 연애가 끝난지 반 년도 안 됐었고, 그 사이에 소개팅한 남자와 밀당 중이었어요.
_ 그런데 어떻게 이 분과?
_ 그러게요. 인연이란 게 그렇게 무섭더라고요. 되려면 어떻게든 되고. 아니면 안 되고.
_ 10년 동안 한눈판 적은 없나요?
_ 단 한 번도 없었다면 거짓말이고, 간간이 호감 가는 사람들이 나타나긴 했죠.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남자친구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그 때마다 속으로 비교를 했어요. 뉴페이스하고 사귀는 상상을 해본다던가.
_ 그런데 흔들리지는 않으셨나 봐요.
_ 네, 내 남자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더라고요.
_ 어우, 자신만만하시네요.
_ 제 친구들이랑 똑같은 표정을 지으시는군요. 팔불출이라는 소리 자주 듣는데, 전 진지해요. 진흙 속의 진주를 발견한 것 같고. 콩깍지가 단단히 씌였나 봐요. 콩깍지가 아니라 밤 껍질이라고 해요 하하. 사랑하는 데 있어서 이것 저것 다 필요 없고 콩깍지 하나만 두꺼우면 되는 것 같아요.
_ 콩깍지는 벗겨지기 마련이잖아요.
_ 모르는 일이죠. 그리고 그렇다고 시작 안 하실 거예요?
_ 의외로 일편단심 이셔요.
_ 그렇진 않아요. 선천적으로 싫증을 잘 내고 변덕스러운 타입이라. 사소한 일 때문에 세상에서 제일 꼴보기 싫은 놈이 되기도 하고, 똑같은 말도 어제는 좋았는데 오늘은 싫고 그래요. 어제오늘, 아침저녁 다르지만 뒤로 나와서 보니 한결같았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거예요.
단 한 번도 안 싸웠다는 커플은 좀 이상한 것 같아요. 그건 한쪽이 계속 져주거나, 서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회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누구나 서툴지만, 잘 싸우는 것도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배워가는 거거든요.
_ 잘 싸우는 건 어떤 건가요?
_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은 돌려 말하지 않는 거예요. 여자들의 주특기죠. 내 마음을 읽어봐,라는 태도. 저도 그랬었는데, 서로 감정만 상하고 문제는 더 나빠지기만 하더라고요. 어느 순간에는 그를 괴롭히는 걸 즐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그래서 조금 창피하더라도 조목조목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말하기 시작했는데, 관계가 부드러워지더라고요. 그렇다고 막혔던 소통이 뻥 뚫리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최소한의 이해는 가능해지죠.
그리고 또 하나는, 상처가 될 말을 하지 않는 거예요. 이건 말을 하면서 알아요. 아, 이 말을 하면 저 속이 긁히겠구나. 알면서도 감정을 못 이겨서 내뱉고 마는 거예요. 나중에 그가 상처받았다는 말을 하면, 미안하고 민망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내 사람에게 하는 말은 곧 나에게 하는 말이나 다름없어요.
_ 오래 만나면서 얻게 되는 가장 큰 변화는 뭔가요?
_ 상대방과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무엇보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요. 누군가 그건 슬픈 일이라고 했지만, 기대는 상대방에게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해야 하는 거예요. 오늘 그와 좋은 시간을 보낼 내 태도에 대한 기대, 앞으로 그를 더 사랑하게 될 내 마음에 대한 기대. 그 사람이 아닌 것에 대한 기대는 안 하게 됐어요. 그런 마음이 관계를 망치고 함께하는 시간을 망친다는 걸 여러 번 실수하면서 배웠거든요. 내 사람이라고 부를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요즘인걸요.
_ 결혼은 안 하세요?
_ 아직은. 결혼이 사랑의 종착지라는 느낌이 안 들어서요.
B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도 자신의 사랑은 청초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지만, 그냥 민망함에 둘러대는 소리로만 들렸다. 그들의 관계는 빙산이 오랫동안 녹아 졸졸 흐르는 시내 같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감추고 싶어하는 밑바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것, 그러면서도 수치스럽거나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 그리고 그런 헐벗은 상대를 믿음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건 가장 투명한 관계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일 테니까.
겉으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그 속은 갈수록 진하게 맑아지는 중이었다. 껍질을 하나씩 벗고 서로의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 어쩔 수 없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미스티블루는 안개꽃과 비슷한 느낌의 작은 꽃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기에 좋습니다. 보랏빛의 꽃잎을 가지고 있는데, 마를수록 푸른빛을 띠며, 말리기 전후의 차이가 별로 없어 드라이플라워도 많이 사용됩니다.
Flower arrangement – 오션송
Text & image – 더콤마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