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

[플로렌스 장미] 인터뷰

by 룬아

[Florence / 플로렌스장미]

꽃말 : 수줍음


_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가.


_ 그렇진 않다. 예전 성격은 화려하고 큼직큼직했는데, 요즘엔 조금 올망졸망해졌다. ‘작은 마음’이라고도 하지. 항상 앞장섰고, 어디든 끼고 싶어 했고, 가끔은 나댄다고 쿠사리를 먹기도 했다. 그렇다고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다는 건 아니다. 여전히 사교적인 편이라고 생각한다.


_ 솔직히 말해도 되나.


_ 말해봐라.


_ 처음 만났을 때 다소 불편해 보였다. 그래서 나까지 덩달아서 불안했고. 계속 내 반응을 살피는 눈치였고, 본인이 하고 싶은 말보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찾아내려는 것 같았다. 원래는 조금 더 빨리 인터뷰를 하려고 했는데, 맞춤형 대답이 나올 것 같아서 몇 번 더 만나보고 이제야 하는 거다. 내가 오해한 건가.


_ 아니다. 너무 정확하게 집어내서 놀랐다. 그렇게 티가 많이 났나? 원래 당황하면 얼굴에 드러나긴 한다.


_ 누구나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으니 걱정할 것까진 없다. 나는 일 때문에 이런저런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그런 감이 생긴 것 같다. 그런데 예전에는 안 그랬다는 얘긴가.


_ 예전에는 좀 순진했다고나 할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사람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오해가 몇 번 있었고, 그 뒤로 소심해졌다. 자꾸 눈치를 보게 된다. 또 실수할까 봐. 아마 우리가 만난 날도 기자님을 파악해보려고 그런 것일 텐데, 그걸 자연스럽게 하는 방법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


_ 단번에 사람을 파악하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편견을 가지게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 오해들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나.


_ 난 사람을 정말 쉽게 좋아한다. 그만큼 빨리 접근하는 편이다. 그렇게 친구가 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내 방식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몇몇 사람들이 불편해하더라. 뭔가 의도가 있다고 오해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배려가 없었던 것 같다. 내 페이스만 고집한 셈이니까. 그걸 알고부터는 시간과 거리를 좀 두는 편이다.


_ 자책까지 할 건 아닌 것 같다. 아마 당신에게만 국한된 얘기도 아닐 테고. 나 또한 학교나 동아리 같은 커뮤니티에서 벗어나면서부터 새로 만나는 사람은 다 일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호감이 있다고 해도 친구되기 힘들다. 환경이 돕지 않는다.


_ 실제로 외로움을 토로하는 지인들이 많다. 아들러가 그랬나, 인생의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시작된다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그래서 그것부터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 복잡한 인간관계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나?


_ 관계는 내가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에 복잡해지는 거다. 욕심 때문에. 자꾸 기대를 하니까.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나를 좋아해주기 바라는 순간부터 복잡해진다. 쉽지는 않았지만 그런 기대를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다. 물론 내 마음을 표현하기는 한다. 그만큼의 보상을 바라고 하지 않을 뿐이다.

또한, 아무리 노력해도 단단해지지 않는 관계가 있다. 그런 관계는 그냥 그렇게 둔다. 끊어지면 끊어지는 대로, 얕으면 얕은 대로. 그게 그 관계의 한계이지만, 그중에서도 자연스럽게 깊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가치관과 생활패턴이 비슷할 경우에는 더 수월하다. 그렇게 맺어지는 관계들이 동등하고, 편하고, 오래간다. 노력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인간관계에 노력은 필수다. 하지만 무리하면 곯는다.


_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혹시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


_ 고민을 해봤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전에 내 속의 응어리부터 없애야 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가 싶었다. 결론은 SNS더라. 그래서 몽땅 끊었다. 실제로 나와 상관없는 관계들이 눈 앞에서 사라지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_ 요즘 SNS를 아예 안 하고는 조금 불편할 수 있을 텐데. 친한 친구들끼리라도 할 수 있지 않나.


_ 내 사람들과는 안 해도 상관없다. 보여주기 위해 서로 있는 게 아니다.


_ 실제로 낯을 가리는 건 아닌 듯하다. 관계 맺는 방식을 바꾸다 보니 적응하느라 그래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고 삶이 변하면서 의도적으로 변화해야 할 때도 있지 않겠나.


_ 상대적으로는 꽤 사교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가리는 게 맞다. 이젠 아무나에게 막 들이대지 않는다. 내 감정도 지켜야 하니까. 그리고 낯을 가린다기보다는 그냥 수줍음 정도로 생각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 인간관계가 변해간다는 개념도 별로다. 어린 아이도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쑥스러워서 엄마 뒤로 숨지 않나. 이제는 뒤로 숨을 엄마가 없을 뿐이다.


사실 F는 그리 강단 있어 보이는 외모가 아니었다. 베이지톤의 셔츠가 잘 어울렸고, 아담한 몸집에서 위협적인 느낌은 조금도 풍기지 않았다. 이렇게 부드러운 느낌의 사람에게도 인간관계는 어려운 것이구나, 싶었다. 세상의 모든 사랑을 받으려 발버둥 치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외톨이가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정신이 건강하다는 말도. 그만큼 그런 인연을 맺기가 어려운 것이다. 난 F가 마음에 들었지만, 조금씩 시간과 여유를 갖고 다가가 보기로 했다.


플로렌스장미는 연한 살구색이나 크림색을 띠며 꽃잎 가장자리가 말려있어 빈티지함이 큰 매력인 꽃입니다. 스프레이형으로 대 하나에 여러 줄기의 꽃이 피므로 크지 않고 오밀조밀한 것이 특징입니다. 드라이플라워로 말려서 빈티지한 느낌을 만들기도 합니다.


Flower arrangement – 오션송

Text & image – 더콤마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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