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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룬아 Sep 03. 2017

Daze Dayz 유혜영 대표 인터뷰

옥수동. 발랄하고 섹시한 수영복 브랜드의 사무실이 있을 곳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건물을 못 찾고 한참 헤매다 결국 전화를 걸었다. 저 멀리서 구불구불한 갈색 머리를 길게 땋고, 오프숄더 블라우스에 낙낙한 청바지를 입은 아가씨가 친구를 발견한 듯이 두 손을 높게 들고 흔들었다. 사무실은 오래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건물에 위치해 있었다. 구릿빛 피부와 이국적인 외모의 유혜영 대표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떡볶이집 아줌마와 짧은 말을 섞어가며 수다를 떨었다. 복도에서 만난 택배 기사님과도, 식사를 머리에 이고 가시는 할머니와도. 수영복이 가득 걸린 작은 사무실의 탁자에 앉자 리치 향이 나는 Hawaiian Sun 음료를 건넸다.

2015 Campaign 'STAY SALTY'

Daze Dayz라는 이름의 느낌이 좋아요. 위트도 있고.

그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참 좋아요. 처음에 친구들에게 물었을 땐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거든요. 한국말로 바꾸면 좀 길기도 하고. 그래도 제 마음대로 했어요.

Daze는 눈부신, 멍한, 이라는 뜻을 갖고 있어요. 제가 상상한 장면은 늦여름 오후에 바닷가에 평화로이 누워 있는데 파도는 찰싹찰싹 내리치고, 햇살이 쏟아지는, 그런 순간이었어요. 눈을 감아도 앞이 환한 느낌 있잖아요. 영원했으면 싶은 여행의 기분. 재미를 주고 싶어서 days의 s를 z로 바꿨는데,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잡지에 잘못 나올 때도 있고.

하지만 이름은 부수적인 것 같아요. 알맹이가 중요하죠. 사람의 이름도 그 내면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처럼.


Daze Dayz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의상학과 졸업 후에 회사에서 여성복 디자인을 했어요. 제 성격에 회사 생활은 좀 답답하더라고요. 결국 뛰쳐나가서 동대문에서 1년 반 동안 일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프리랜서로 전향하고, 몸 담았던 회사들의 디자인을 해주기 시작했죠. 국내 의류산업에는 흔치 않은 구조였는데, 성과가 좋았어요. 인하우스 디자인보다 반응이 좋았으니까. 생각지도 못한 프로모션을 차리고, 다시 스카웃돼서 입사도 했지만 모든 일이 1년 반 정도 되면 지루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제가 해본 일 중 Daze Dayz가 제일 오래된 거예요. 이젠 싫증내면 안 돼요.

몸이 근질거릴 즈음 호주에 취업 기회가 있어서 1년간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처음에는 자연환경에 만족하고 지냈는데, 빈부격차를 경험하고 나니 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한낱 외국인 노동자에 불과했는데, 어쩌다 사귀게 된 친구들이 정말 부자였어요. 요트 타고, 전세기 타고. 날씨 좋다고 날씨를 깨물어 먹을 것도 아니잖아요.

부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디자인이 결합된 ODM 사업을 해보려고 중국으로 갔어요. 호주와는 극과 극이더라고요. 호주에서는 삶의 만족도가 높고 일이 아쉬웠다면, 중국에서는 일이 재미있고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일 밖에 안 했어요. 일 말고는 할 게 없었어요. 월급을 받는 시스템이 아니라 수익을 나눠야 했거든요. 일을 한 만큼 버는 거예요. 후미진 공장 지대에 있었는데 동네 아저씨들은 웃통 벗고 돌아다니고, 사무실에는 쥐가 돌아다녔어요. 중국어도 못 하는 채로 갔는데, 1년 후에는 직접 피티하고 공장 관리도 했어요. 매일 택시 기사 아저씨들과 수다 떤 게 큰 역할 했죠.

하지만 그곳에서도 한계를 느끼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많이 지쳤죠. 꿈을 갖고 계속 도전하고 부딪혔는데, 제대로 이룬 것 하나 없이 실패만 한 것 같았어요. 같이 일하던 동료들 눈치 보며 영업해야 했고, 뚜렷하지 않은 경력을 사회가 인정해 줄 것 같지도 않았거든요. 서른 중반을 향해 가는 시점에 진로 고민을 또 해야 했어요. 다시 시장판에 뛰어들어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게 수영복이었나 봐요.

고등학교 때부터 수영복을 좋아했어요. 여름을 좋아하고, 물놀이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어요. 수영복 자체도 예쁘고, 수영복을 입는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쓴 일기장을 펼쳐보면, 수영복을 만들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요. 디자인실에 있을 때도 수영복 업무를 맡곤 했어요. 수영복은 혜영이.

하지만 수영복으로는 돈 벌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워낙 국내 시장이 척박해서. 그 생각은 Daze Dayz 론칭할 때까지도 있었어요. 당시 국내에 래시가드 붐이 일어서 수영복 비중을 조금 줄이고, 래시가드와 매칭 해서 오픈했어요. 중국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죠. 제 비즈니스처럼 일해볼 수 있었던 기회였으니까요.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시작했어요. 다행히 사랑을 많이 받았고, 2년 째부터는 직원이 생기고 작은 사무실도 얻을 수 있게 되었죠.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해요.


정말 파란만장하네요. Daze Dayz 론칭 후의 기분은 어때요?

꿈만 같아요. 처음에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중국인지 한국인지, 꿈인지 생시인지 했어요. 지금도 이게 꿈이 아니었으면 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한편 모든 일에는 기복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워낙 힘들어봐서 그런지, 지금은 잘 되는 것 같아도 언제든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백업 플랜을 세우게 돼요. Daze Dayz만큼은 절대 위기에 놓이지 않게 할 거예요. 그래서 외주 업무도 하고, 잘루즈라는 모피 브랜드 디렉팅도 맡고 있어요. 그 일들도 나름의 재미가 있어요. 이러나저러나 본질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본질이 뭔가요?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는 거죠.

염원하던 일도 막상 시작하면 실망스럽기도 해요. 유혜영의 환상 깨기 경험은?

워낙 하드코어하게 살아서 그런지 맷집이 세졌어요. 이제는 뭐가 와서 부딪혀도 살짝 간지러운 정도예요. 모기 물린 것 같은 느낌. 그보다는 이걸 할 수 있는 게 감지덕지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Daze Dayz 첫 1년 동안은 혼자 아파트 거실에서 일했어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이메일, CS, 배송까지 처리하고 나면 3시 반이 돼요. 그제야 세수를 해요. 밥은커녕 물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갔어요. 밤새도록 디자인하고 포장하고. 새벽까지 택을 껴다 그 사이에서 잠들곤 했어요.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힘든 것보다는 실패했다는 괴로운 마음을 씻어내고 싶었어요. 나름 소신대로 살아왔는데 이룬 건 없고 스스로 한심하기만 해서, 그 쓴 마음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어요. 절박한 심정으로 앞만 보고 달린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일단 가족들의 반응이 180도 바뀌었어요. 제가 최고래요. 좋은 딸이 되었죠. 뿌듯하기도 있지만, 의기양양한 기분도 들어요. 제 삶을 통해 뭔가 증명해낸 듯한 느낌.


힘들었지만 추구하는 삶을 살기 위한 과정이었죠.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이었나요?

안정이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의미도 있고 가치도 있지만 그만큼의 리스크를 각오해야 해요. 제가 버려야 했던 건 든든한 직장, 쇼핑, 친구들과 여유롭게 어울리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안정된 생활과 루틴이에요.


Daze Dayz의 'stay salty'라는 모토와 다르게 사업은 치열하죠. 균형은 어떻게 맞추나요?

Daze Dayz의 모토는 정신과 육체의 건강한 밸런스를 말하고자 해요. 저도 일과 놀이의 균형을 맞추자는 주의인데, 사실 성수기 때 업무는 정말 타이트하죠. 그래서 일할 땐 바짝 일하고 쉴 땐 푹 쉬려고 노력해요. 물리적으로 떠나버리는 것도 중요해요. 얼마 전에는 양양으로 워크숍 가서 서핑하고, 부산 서핑 대회 때는 낮에 열심히 팝업스토어 열고 밤에 신나게 놀았어요. 직원들에게는 수영복도 마음껏 입을 수 있게 해줘요. 조금이라도 더 보상해주고 싶어요. 다행히 Daze Dayz가 좋아서 하는 친구들이라, 같이 키워나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7월에는 매출 목표를 세웠는데 달성해서, 발리로 다 같이 서핑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열심히 일하고 놀 때 더 달콤한 것 같아요. 약 먹고 먹는 사탕이 더 단 것처럼.


주로 바다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현실과 확실하게 분리가 되나요?

회사 다닐 땐 가능했는데, 제 일을 하니까 잘 안 되더라고요. 일과 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건 장점으로 작용해요.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거든요. 똑같은 이유로 일과 놀이의 구분이 안 된다는 건 단점이죠. 놀러 갔는데 수영복 갈아입고 사진 찍고 미팅하러 다니고. 스트레스일 수도 있는데, 가만히 보면 좋아서 그러는 것 같아요.


서핑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2009년부터 타기 시작했어요. 물놀이를 좋아하니 웨이크보드도 타고 하다가 호기심에 접하게 되었죠. 서핑의 무드가 좋았어요. 남자 친구도 서핑이라는 매개체로 만났고요.


서핑을 해보니 물 위에 떠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해결되더라고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서핑이란 뭔가요?

부자가 된 느낌이 들어요. 살면서 욕심을 채우려면 끝없이 부족하기만 한데, 서핑하다 보면 단순해지거든요. 사지가 멀쩡하고, 주변에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고, 파도 한 번 탔다고 신이 나고. 승부욕이 강한 사람들은 열심히 연습하는데, 저는 목표를 쫓아 힘들게 노력하는 건 일로 충분한 것 같아요. 서핑은 그저 즐기고 싶어요.


국내나 해외에 좋아하는 서핑 포인트가 있나요?

양양은 자주 다녔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많이 재미있어졌더라고요. 해외로 가면 돈이 많이 들었으니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데, 양양에서는 그런 부담 없이 여유롭게 어슬렁거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해외로는 바이런 베이를 좋아해요. 하와이도, 파푸아뉴기니도. 그런데 지형적인 아름다움이나 파도의 퀄리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닌 곳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전 서핑 베프와 남자 친구와 셋이 다니면서 추억을 만드는 게 너무 좋았어요.


서핑과 관련된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죽을 뻔한 적도 있죠. 호주에서 타는데 리쉬가 끊겼어요. 갑자기 몸이 너무 자유로워서 보니 보드가 뿅 날아간 거예요. 물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수영하다 힘이 빠지거나 뒤에서 파도가 덮치면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겁이 나서 도와달라고 소리를 질렀죠. 그런데 옆에 있던 외국 남자가 절 외면하는 거예요. 정말로 제가 안 예뻐서 그런 줄 알았어요. 기분이 이상해서 발을 짚어봤더니 물이 얕더라고요. 뻘쭘해져서 조용히 걸어 나왔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도 정말 무서웠어요. 그때 이후로 바다수영을 열심히 연습했죠.

보드에 맞아서 턱을 꿰맨 적도 있어요. 진짜 좋은 파도를 타고 있던 중이었어요. Daze Dayz 로고가 그려져 있는 하얀 수영복을 입고, 남자 친구는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어요. 파도가 해변가에서 뒤집어질 때가 있는데(shore break), 그걸 끝까지 타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제가 너무 신난 바람에 중간에 내리지 않은 거예요. 결국은 파도가 뒤집어지고 보드가 턱을 쳤는데 찢어졌어요. 흰 수영복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잘 탔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아픈 줄도 몰랐어요. 남자 친구가 놀래서 화를 내는데도 한 번 더 타겠다고 나가서 또 타고 들어왔죠. 그러고는 병원으로 끌려갔어요.


2017 Campaign " DAYDREAMING"

2016 PEGGY X DAZE DAYZ

Daze Dayz 전과 후의 국내 수영복 시장은 어떤가요?

고리타분한 백화점 브랜드와 시장 상품밖에 없었죠. 전 예쁜 수영복을 입고 싶어서 해외 구매대행을 이용했어요. 하지만 해외 수영복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몸이나 문화에 잘 안 맞아요. 우리나라 수영복이 촌스러울 수밖에 없는 건 옵션이 없어서라고 생각했어요. 그 옵션을 제가 만들어주고 싶었죠. 마침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고, 삶의 질이나 취미, 특히 서핑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던 때에 뛰어든 것 같아요.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수영복을 해도 되겠다는 느낌이 왔어요.

수영복이 단순히 물놀이할 때 입는 옷이 아니라 패션처럼 인식되기 시작했어요. Daze Dayz 조금 과감하게 시작했어요. 힙라인이 드러나는 치키 바텀, 빈티지한 하이 웨이스트도 만들었고, 가슴이 많이 파인 플런지 원피스는 처음에 주춤하더니 지금은 인기가 많아요. 예쁜 걸 알아봐 주고 따라와 주시더라고요.


수영복을 만들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핏. 몸에 밀착되는 옷이라 핏이 안정적이어야 하고, 몸매를 자연스럽게 드러내야 해요. 정장 같은 건 인위적으로 핏을 만들 수 있지만 수영복은 몸을 타기 때문에 너무 압박해서 살이 삐져나오면 안 예뻐요.


그래서 과감하지만 편안한 느낌이 드나 봐요. 저도 예전에 수입 수영복을 사 입었었는데 너무 아슬아슬한 느낌이었어요.

외국 사람들은 비키니 조금 벗겨져도 신경 안 쓰잖아요. 우리는 안정적이면서도 동시에 자신감을 불러일으켜주는 수영복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허리도 더 타이트하게 잡아주도록 만들어요. 플런지 원피스의 인기가 좋은 이유가 바로 몸매가 예뻐 보이기 때문이에요. 자기 몸이 이렇게 예쁜지 몰랐다고 하시는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 뿌듯하죠.

외국에서 오래 사신 분 같아요. 외형적으로도 그렇고, 과감하고 취향도 뚜렷하고.

호주와 중국에서 산 게 다예요. 전 원래 그랬어요. 버스가 두 시간에 한 번 오는 깡시골에 살았는데 탱크톱 입고 돌아다녔어요. 동네 사람들은 수군거렸죠. 부모님은 체념하신 것 같았고.


남자 친구와 이미지가 굉장히 비슷해요.

남자 친구는 원래 하얀 편인데 자꾸 저보다 더 까매지려고 열심히 태워요. 이미지가 비슷해서 같이 있으면 다들 남매인 줄 알아요. 정말 친한 친구이고 서로의 모든 걸 아는 사이죠. 애틋하고 잘해주고 싶은데, 싸울 땐 원수처럼 치고받고 싸워요. 둘 다 마음이 약해서 하루 이상을 못 가지만.


오래 만나신 것 같은데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만 6년이 넘었네요. 전 지금도 결혼한 것 같아요. 같이 살지만 않을 뿐이지. 언젠간 하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의 자유가 좋아요. 누가 물어볼 때마다 똑같이 대답해줘요. 자주 물어본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요. 내일이라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으니까.


둘이 함께 그리는 미래가 있다면?

남자 친구는 한량이라 여행 다니면서 여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데 저는 야망이 있는 편이거든요. 여행을 다니더라도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요. 그래도 제 일을 전적으로 서포트해주는 사람이라 좋아요. 여름 나라를 좋아해서 호주나 하와이에 집을 한 채씩 갖고 싶어요. 수영복을 계속하면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2016 Campaign 'ROAD TO THE SEA'

Daze Dayz가 수영복만 다룰 것 같지는 않아요.

발리에서 풀빌라 비즈니스도 하고 싶어요. <Villa Daze Dayz>. Daze Dayz 감성에 맞는 인테리어와, Daze Dayz 수영복을 입고 룩북을 찍어주는 패키지 같은 여행 비즈니스요. 현실적인 계획으로는 썸머 콘텐츠 제작도 본격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발리나 호주에서 이미지를 많이 만드는데, 재미있어서 다른 브랜드 일도 해주고 있거든요. 그 외에 리조트 웨어나 실내 수영장에서 입을 수 있는 테크니컬 수영복도 만들고 싶고.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Daze Dayz만의 무엇이 있다면?

디자인적인 건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요. Daze Dayz는 단순 패션이 아니라 여행가와 모험가의 정신, 건강한 육체와 정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여유가 되면 캠페인 활동을 하려고 해요. 날씬하고 몸매 좋은 사람들만 입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진 않거든요. 모든 몸이 아름다울 수 있는 수영복을 만들고 싶고, 그래서 지금도 라지 사이즈까지 나와요. 아직까지는 그걸 표현할 기회가 없었어요. 실내수영복이 나오면 운동하는 아주머니들이나 나이가 있지만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시는 분들을 촬영하고 인터뷰도 하고 싶어요. 꼭 젊고 예쁠 때만 아름답고 건강한 게 아니잖아요.


여기까지 온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계속 꿈꾸며 살라고. 말하기 조금 창피하지만 혼자 꾸는 꿈들이 있어요. 어린애 같아서 유치하기도 하고,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현실에 얽매여서 스스로 옥죄지 않고 자유롭고 싶어요. 풀빌라 비즈니스며 하와이 집도 허황된 얘기처럼 들리지만 포기하지 않아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저의 재미를 위한 거니까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이루어지는 것도 있고요. 그래서 지금 Daze Dayz를 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 신기해요.

여름의 끝자락에 수영복이 생겼다. 유혜영 대표는 망설임 없이 톤 다운된 컬러들이 믹스된 원피스와, 홀터넥 형태의 반다나 비키니를 추천했다. Daze Dayz 홈페이지를 들락날락거리면서 한 번도 눈길 주지 않았던 디자인이었다. 미련이 가득한 눈빛으로 찜해두었던 빨간 수영복을 꺼내어 들었다. 거울에 대보니 짧은 단발머리, 마른 몸과 어우러져 중학생이 따로 없더라. 유혜영 대표는 수영복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를 잠깐 지켜보다가 자기가 고른 것들을 거침없이 쇼핑백에 넣었다. 집에 도착해 반신반의하며 입어보니 내 안목이 민망해질 정도로 잘 어울렸다. 수영복을 사랑한다는 말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여름과 바다, 몸과 수영복에 대한 오래된 관심이 Daze Dayz라는 이름과 디자인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긴 추석 연휴를 기대하며 양양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다. 동해의 찬 물 때문에 도톰한 수트를 입어야겠지만, 그 안에는 추천받은 수영복을 꼭 입을 생각이었다. 잠시 일에서 떨어져, 단순해지고 즐겁기 위해서.


photography ⓒ Daze Dayz

www.dazeday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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