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쿠쿠 나에게도 브런치 계정이 있었지,
블로그도 그렇고 브런치도 그렇고 언제나 마음 한 켠을 불편하게 만든다. 사소한 뭐라도 꾸준히 올려야 할 것만 같은데 그러질 못해서. 블로그는 계속 대여해달라는 쪽지와 문자로 나를 괴롭히고, 브런치는 즐겨찾기 리스트에서 묵묵히 로그아웃 상태로 눈치를 준다.
어제는 <어라운드>의 김이경 편집장을 인터뷰하고 왔다. 사실 지난 1년 동안 계속 인터뷰를 해왔다. 하지만 단행본을 내기로 출판사와 계약을 한 상태라 그 어디에도 기사를 올리지 못했다. 육아와 더불어 하염없이 발을 구르고 있는데 표면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더욱 방치된 블로그와 브런치가 신경이 쓰였는데, 왜냐하면 뭐라도 하고 있다는 걸 티 내야 숨 쉬는 인간이기 때문에 내가, 그러니까 육아도 너무 중요하지만 육아만 하고 있지는 않다는 걸 스스로 되새기고 외부에 알리고 싶은 관종이라서 내가. 하지만 이런 글 하나조차도 '잘' 써야 한다는 완벽주의자의 직업병 때문에 '잘'은커녕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그동안.
그러다 갑자기 이걸 쓰고 있는 이유는 어제 김이경 편집장이 한 말 때문인데, <어라운드>는 잘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하고 싶어서 했다고, 그런데 기대보다 너무 잘 돼서 더 잘하려고 했더니 잘 안 되더라는, 그래서 원래대로 힘을 빼고 적당히 잘하려고 하니 다시 잘 되더라는, 그런 얘기를 들어서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새로운 감정의 소용돌이를 마주하게 해 준 육아에 대한 기록도 세세하게 남기고 싶었는데 일단은 너무 피곤했고 블로그나 브런치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수두룩했다. 그러는 사이에 아이는 만 15개월이 되었고 정말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던 진하고 깊은 기억들도 차차 희미해져 간다. 나는 둘째를 낳을 계획이 없기 때문에 지금의 기록이 더욱 필수적으로 느껴진다. 지금부터라도 남겨볼까. 이미 스멀스멀 육아일기로 넘어가려고 하는구먼.
어쨌든 잘하려고 하고 싶지 않다. 그냥 하고 싶다. 하는 인간이고 싶다. 하려고 했는데 이왕 할 거면 잘해야 하니까 애초에 시작도 안 해버린 그런 인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