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한 그릇
난 정말 단순하고 담백한 알리오 올리오, 혹은 봉골레가 먹고 싶었는데 메뉴에는 치킨버섯오일파스타 뿐이었다. 치킨버섯오일파스타? 그런 메뉴는 처음 봐.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관계로 반신반의하며 주문을 했다. 친구는 에그 베네딕트.
시간이 한참 지나고 젊디 젊은, 눈썹이 송충이만치 짙고 짧은 단발머리를 귀 뒤로 곱게 넘긴 청년이 커다란 그릇을 들고 왔다. 아주 해맑은 미소로 맛있게 드세요-했다. 이 어마어마한 거시 치킨버섯오일파스타구나. 이거시 바로 열쩡이다. 튀긴 닭다리살에 약 세 가지 다른 버섯, 루꼴라와 말린 토마토, 그리고 갈은 치즈. 치즈...! 난 올리브 오일과 마늘만 있으면 되는데. 친구가 시킨 에그 베네딕트가 마저 서빙되었는데 빵조각이 어마어마하게 컸다. 수란 두 개와 아보카도 반 알이 각자 불편함 없이 올라가 있었다. 그 거대한 음식을 내려놓으며 또 한 번 해맑게 맛있게 드세요- 하는 그를 보며 빵 터졌다. 순수한 열정은 좀 부담스럽지만 너무너무 귀엽고 기분이가 좋다. 우리는 처음 보는 익숙한 음식을 열심히 먹어주다가 반씩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