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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꼬르뷔제 Jan 30. 2019

수평적 조직문화 [1부 수평한 바보들]

웃기지 말아야 할 조직적 헛소리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그게 어디 몇 명 안 되는 스타트업이거나 수만 명의 거대 조직이라도- 수평적 조직 문화에 대한 일종의 갈망? 비슷한 시도들이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작은 조직은 작은 조직 나름대로 체계를 구축하기 힘드니 수평이라 자위하고, 어정쩡한 조직에서는 오너가 관리할 수 있는 사람 수의 한계를 넘어가니 위임하기 두려워서 일 수도 있고, 큰 조직에서는 정치 싸움에 크리에이티브가 죽어가니 불씨를 살려보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그 어떤 이유에서건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피해 가기 위한 일종의 '면피'용 발상에서 시작되는 것이 '수평적' 조직 문화의 시작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수평적 조직문화의 특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짧게 이야기하면 '리더'를 제외한 모든 조직원이 상하 관계없이 동료가 된다는 나름 조직 문화의 공산 혁명 같은 정의이다. 하지만, 이 정의에서부터 '수평'이라는 정의를 씹어먹어 버릴 오류를 가지고 있다. 마치 소련에 스탈린 같은 독재자가 있었고 그 아래는 모두 수평한 동지들을 만든다는 개념과 흡사할 수 있다. 왜 리더가 필요하냐 반문하면, 리더는 수평한 조직체계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하는 영도자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이야기한다.


뭐 스탈린에서 예를 찾을 필요도 없다. 김정은을 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수평한 바보들과 이 바보들을 끌어갈 리더가 있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오너 또는 사장의 조직적 리스크 햇지와 시너지를 내며 거대한 비효율과 오류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내가 경험하고 느끼는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2부에 걸쳐 적어보고자 한다.


1부 [수평한 바보들]


조직이 작거나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비슷한 나이 또래에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어, 애초에 수평한 구조를 가진다. 사장도 쩌리에 지나지 않은 시기이기에 가능한 구조이다. 하지만 이 조직에 새로운 사람들이 조인하게 되고, 조직은 더욱 커지면 체계가 생기며 자연스럽게 수직적인 조직 구가 생겨나게 된다. 책임을 더 많이 지고 판단을 해야 하는 선임자들은 그만한 금전적 보상을 받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일을 가리키고 조직에 적응하게 하기 위한 나름의 비용을 지불한다.(그게 야근이건 교육이건 간에..) 이러한 비용은  경험의 순서와 역량의 크기에 따라 세분화되어 자연스러운 계층구조를 가지게끔 되고, 마치 자연의 먹이사슬처럼 발전하고 전수되어 조직이 지속적으로 굴러가는 생태를 만들게 된다. 그렇게 수많은 조직들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학습되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벤처의 붐이 불고, 소위 잘 나가는 실리콘벨리의 5년도 안 되는 회사들을 보니 서로 형씨라 부르며 선임자에게 빅엿을 먹여도 성과를 위해 용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며, 이런 조직문화가 크리에이티브의 원인이다 착각한 누군가가 등장한다. 웃긴 이야기지만 이는 누군가는 최초의 언어를 만들었지만 역사에 없는 것처럼 작자 미상이다. 이런 주장에 힘입어 수많은 조직 내의 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일종의 프로파간다로 '수평'을 주장하며, 기존의 조직문화를 타파하려는 '리더'가 나타나게 된다. 이들은 본인의 리드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본인 아래로 직급과 경력과 능력에 상관없이 해쳐 모여를 시켜, 자신에게 대들지 못하고, 잠제적 경쟁자를 죽이고, 생산된 모든 성과를 본인이 집어먹기 위한 일종의 꼼수를 마련한다.


20년 차 관록의 부장도, 15년 차 닳고 닳은 차장도, 10년 차 똑 부러진 과장도, 5년 차 재빠른 대리도, 신입 애기와 같은 공간에 아무런 경계 없이 말 그대로 '수평'하게 부어 넣는다. 신입 애기는 20년 관록에 대하 꼰대라 치부하며 수평하게 디베이트를 하고, 10년 차 똑 부러진 과장은 5년 차 재빠른 대리에게 똑 부러짐을 가르치기 이전에 수평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노하우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우스운 모습은 신입이 대리급 연차가 됐을 때에도 재빠름과 노하우를 전혀 모르는 백지상태로 성장하고, 일은 더더욱이 연차가 많은 시니어에게 몰려서, 시니어는 밥 먹듯 야근하고, 주니어는 칼퇴에 워라벨을 즐기는 역행을 목격하게 될 때이다.


대략 이러한 수평 수평 조직에서 가장 빨리 나가떨어지는 연차들이 10년 차 과장, 5년 차 대리들이다.


20년 차 관록은 이미 조직에서 퇴물로 찍혀있거나, 실무능력이 저하되어 코나 후비거나 일을 바이 패스한다. 물론 능력자 분들이 많이 숨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다른 것을 준비하고 있다. 20년 관록에 리더로 포지셔닝되어있지 않다면, 대부분 조직에서는 이미 자리만 지키는 사람의 역할을 부여한다. 능력이 있어 실무를 지속하고, 열정이 넘쳐 야근을 해도 꼰대질을 한다고 폄하하며 저의를 의심한다. 아주 가끔 리더 포지션으로 올라가시는 분들을 보게 되지만, 그것도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로 전환되고 마음 좋은 로열티가 강한 분들에 한한 분들로 보인다.  -솔직히 수평적 조직문화가 노리 주요 타깃이 이들이라 생각됨. 조직의 문제 해결을 위한 (조직의 노화와 고비용, 경쟁에서 밀린 이들을 자연스럽게 도퇴시켜 젊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가장 손쉬운 구조조정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으로 보임-  하지만 이분들의 존버 능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어떠한 외압과 내란에도 꿋꿋이 버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15년 차 닳고 닳은 사람들은 용케도 10년 차 5년 차를 활용(뒤통수를 치거나)하여 성과를 쟁취하거나, 몇몇은 이미 줄을 잘 타놔서 리더가 될 날을 기다리며 관망하고 있다. 리더의 동조자로 실질적인 관리 업무를 진행하며, '수평'이라는 프로파간다를 무시하며 아랫 연차들을 구워 삶아 일을 시킨다. 조직원들도 이들의 영향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줄을 서고 의지하는 편이다. 하지만 정작 실무를 열심히 하고 일로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다른 회사의 조직장이 되어 회사를 이탈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실제 수평 조직 속에서 업무 로드가 지극히 심하게 걸리는 10년 차 언저리의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직은 수직 체계에 익숙하지만 조직의 뜻이니 따를 수밖에 없고,  '수평'을 빌미로 큰일에서 작은 일까지 등짐을 지고, 성과를 낼 욕심에 자리를 지키며 열일을 한다. (대략 이런 사람들의 경력기술서나 포트폴리오는 신뢰할 만하다.) 하지만 대부분 특정 수준에 오르기 이전에 번아웃되거나 이직해버린다. 수평을 표방하지만 미드레벨을 조직원에게는 허리라는 미명 하에 평가에 박하고, 일만 하느라 정치를 못한 철이 덜 든 나이이기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본다. 특히 이 부류에 외부 경력 입사자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앞뒤를 모르고 일만 하게 되는 '소' 가되는 결정적인 원인이기도 하며, 해단 연차 시점에 전직을 많이 하기 때문에 마치 철새가 시베리아에서 부터 홋카이도로 순차적으로 이동하듯 연쇄적인 이동과 쓴맛을 보게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5년 차 언저리에서는 놀라운 네트워킹 능력이 자연발생적으로 증가한다. 서로가 속해있는 조직에 만족하는 이들이 없어 탈출선을 잡고, 조직 안에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외연을 키운다. 동시에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 누군가의 일을 돕거나, 나누거나, 야근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게 하지 않는다. 워라벨을 철저히 지키며. 네트워킹을 통해 얻은 상황인식과 '기교'를 통해 한 줌 되지도 않는 성과를 포장하고, 본인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조직원으로 평가된다. 또한 야근을 하지 않으니, 스마트한 조직원으로 평가되며, 리더의 보살핌을 받는다. -이들은 본인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스스로 착각하고 있으나 어떠한 선임자도, 또한 보살피는 리더도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의 보이스가 인사나 조직 내에 파급력이 있다고 생각하며 일종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야 현실인식이 있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 일에 열정을 다하는 이들이 있으니, 소위 까칠하고 일 잘한다는 사람들이다. 10년 차 언저리들과 함께 실질적인 업무를 맡고 있지만 이들도 까칠하고, 똑 부러짐을 빌미로 '워라벨'을 철저히 지킨다. 또한, 리더의 간을 보며, 무리한 업무가 주어지거나 고된 상황이 오면 바로 탈출선을 잡고 전배를 실행한다.


신입들 속에서는 아웃라이어가 탄생한다. 경력자 모두를 꼰대라고 생각하고, 학생 때의 경진대회를 세계 최고의 과업이라 생각하며, 전공서의 원리 원칙을 기준으로 20년 차 15년 차 10년 차와 차례로 대적을 한다. 물론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그들의 생각과 주장이 진작에 쓰레기통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 큰 배려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자신의 큰 과업(단기 운영성 업무일 지라도)을 꼰대들 때문에 안타깝게 이루지 못했다며 이쉬워한다. 이렇게 실현도 성취도 없는 시간들이 반복되며, 왜 회사는 나 같은 천재를 알아주지 못하냐며 가슴 아파하다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조금씩 철이 들어간다. 철이든 자의 최종 선택은 이탈(학업, 신입 재입사 등) 또는 수용으로, 그나마 배우려는 자세가 있는 이들은 조금씩 발전하지만, 아닌 이들은 지속적인 아웃라이어로 '명사'반열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더들은 이들을 캐어하지 않는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이들도 아니요, 문제를 일으켜봐야 너무 쉽게 진압할 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사회적으로 대표적인 고관여 적인 특징을 보인다. 이웃집에 할머니 할아버지는 대학을 나오셨는지 아들은 어떤 로펌에서 변호사를 하며, 사시인지 로스쿨인지 대학은 어떤 지잡대를 나왔지만 입지전적으로 그 자리까지 몇 년이 걸리서 올라갔는지 알고 외울 정도로 관심이 많은 특성이 있다. 수평적 조직문화의 태생지인 미국처럼 옆집 가라지에서 잡스가 애플을 만들건, 펄잼이 기타를 쳤건 관심이 없는 저관여 지역이 아니다.

고관여적인 특성은 관계에 따른 지식의 전파와 이전이 순차적으로 일어나고, 저관여적인 특성은 관계보다는 시스템과 매뉴얼에 따른 지식의 전파와 이전이 일어난다. 수평적 조직은 시스템과 매뉴얼에 따른 명확한 업무영역과 책임이 주어져야 하며 이것이 리더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수평조직을 지향하는 수많은 국내 조직에서의 시스템과 매뉴얼은 유명무실하고, 관계의 수평을 강요하며 기존의 수직 체계와 관계성이 가지고 있는 지식 전파의 흐름을 깨고, 수많은 비효율과 조직의 로열티 저하를 자초하고 있다.

물론 어떤 회사는 시스템과 매뉴얼이 실리콘벨리 수준으로 철저할 수 있다고 자부할지 모른다. 하지만, 조직에서의 관계와 그에 따르는 체계는 시스템과 매뉴얼을 뛰어넘는 효율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굳이 인대인으로 전파할 수 있는 것을 내부 시스템과 매뉴얼을 읽어가며 습득해야 하는 것도 비효율이다. 잘나가는 스타트업 따라한다고 신박한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가 어딘가에서 '뿅'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2부에서는 리더들과 '수평조직'을 추진하는 이들의 의도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투 비 콘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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