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omo admirer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드라운 고슴도치 May 30. 2022

식재료 무지 탈출 넘버 원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를 읽고



나는 남도에서 나고 자란 어머니 밑에서 먹고 자란 덕에 못 먹는 것도 없지만 입맛도 예민한 편이다. 그렇다고 절대 안 먹지는 않지만 맛있는 것고 맛 없는 것에 단호하고, 식재료의 식감과 풍성한 맛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최근에 그래서 식감 때문에 사랑했던 음식이 짜사이이고, 비슷한 맥락으로 궁채나물이 요즘 나의 라이징스타다. 또한 같은 식재료도 어떻게 조리해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정말 다른 맛이어서 '고등어는 구워서'처럼 먹는 방법 베스트가 따로 있다. 그런데도 미세하게 조리할 때마다 맛이 다르고, 같은 음식인데도 먹을 때마다 맛이 달라서(당연한 말인가?) 같은 집에서 사먹거나 내가 음식을 해먹을 때마다 최선의 맛을 운에 맡기는 웃픈 일이 생기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음식을 해먹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은 같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1회는 그냥 슥 읽고, 목차를 복사해서 붙여놓고 관련 음식을 해먹기 전에 한 번씩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저 기초 요리를 위해 냉장고나 털어본 사람으로서, 사실은 요리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뭐부터 준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도 엄두를 내보지도 못했던 사람으로서 대체 바질이 정확히 뭔지부터(사실 부끄럽게도 난 이것조차 몰랐다) 내가 사랑하는 뱅쇼가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 고수를 막연하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고, 내가 사랑하는 마늘종과 마늘을 사랑하는 작가님께 친근감이 들고(왜 먹을 것으로 가까운 느낌이 들면 찐으로 가까운 느낌이 드는 법이 아닌가.), 부모님이 사랑하는 비트를 물에 우려 먹거나 깎아먹는 것이 아닌 삶아 먹거나 치즈, 견과류와 먹는 색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처럼 거창하지 않은 식재료를 지겹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친절하고 박식한 옆집 오빠의 레시피를 한 권 얻은 듯한 든든함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레시피북 밑에 깔려있는 식재료 비법 책.



나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보고 아이들을 기르기를 벌써 11년째 한다. 벌써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만큼 자란 제자들이 있다. 그동안 나의 편견은 깨지고 생각은 성장했다. 길러낸 아이들을 통해서. 아마 내가 그러는 동안을 작가님은 식재료와 그런 시간을 겪으셨을 게다. 내가 쓰기 시작하면 한없이 나올 거 같은 교단 에세이마냥, 작가님의 식재료 썰은 그간 본인이 성장하고 깨어진 과정이며, 식재료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가득 담긴 이야기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식재료와 대화하는 작가님의 마음이 한층 더 와닿았다.



또한 최근에 나의 최애 요릿집중 하나인 #계옥정 에서는 내가 사랑하는 마늘종을 시그니처 장아찌로 담아주시는데, 그 장아찌를 사랑해서 내가 계옥정을 더 사랑한다는 사실을 사장님과 매니저님은 아마 내가 그렇게 여러 번 리필을 시켜먹고 또 가서 시켜먹어서 잘 아실 것 같다. 마늘종이 그럴 수도 있는 음식이었다는 것을, 좋아하고서도 몇십 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그렇게나 식재료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것이 아닌가.



고오급 식재료라고 여겨졌던 녀석들을 어떻게 준비해두면 한층 더 나날이 즐길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어떻게 먹으면 더 인생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식재료로 녀석의 적성을 살려줄 수 있는지를, 그래서 보람찬 한입을 향해 식재료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책을 만났다.



저자가 그랬듯, 미식보다 생존에 가까운 음식을 하는 이들이 이 책을 만나면 한층 인생이 살맛나고 맛깔나지리라.



요 녀석은 틈나는 대로 맛있는 거 먹기 직전에 읽고 아는 척 좀 해야겠다~싶을 때도 너무나 유용할 거 같다.



그래서, #오늘브로콜리싱싱한가요 ?



#오늘브로콜리싱싱한가요 #서평단 #푸른숲 #푸른숲북클럽 #푸른숲가드너1기

매거진의 이전글 모란시장 강아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