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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드라운 고슴도치 Jun 05. 2022

041이 140으로

<마이너리티 디자인>을 읽고


요즘 나의 관심사는 #파격 #가치 #나다움 #깨어짐 이다. 나는 평생 '안정'을 갖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하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고 싶다'는 '~지 않다'나 '~할 수 없다'의 동의어 같은 것일까 싶을 정도로 안정은 내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절반 넘게 남은 인생에서 깨어지는 삶에 순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잘 깨어지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안정지향주의자답게 무서웠다.

나는 타고난 기질이 #불안 과 #충동 이 둘 다 높은 특이한 케이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루지 같은 것을 으아ㅏ아ㅏㅏㅏㅏ하면서도 타야만 하는 그런 사람으로 타고난 것이다. 그런 내가 종종 짜증 났다. 왜 나는 둘 중 하나에 몰빵해주지 못하고 이렇게 태어났을까. #아웃사이더 라면 아웃사이더일 것이다.  


그런 내가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을 맞았다. 나라서 좋은 점은 뭘까. 아웃사이더라서 좋은 점은 뭘까. 그런데 이 책은 나에게 041(all for one)이 140(one for all)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것도 아주 자세히, 자신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게다가 책 말미에서 자신이 광고 카피를 쓰지 않는 카피라이터로 살고 있는 이유는 광고 회사야말로 #아웃사이더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그게 장점이라고 한다. 다른 업계지만 아웃사이더에게는 꽤 반가운 이야기였고, 그때 든 세 가지 예시가 모두 나의 이야기 같아 설렜다.

 


필자인 사와다는 광고 회사의 카피라이터다. 본인은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꽤 유능한 카피라이터였던 것으로 보이는 그는(꽤 빠른 취직을 하고 실적도 좋아 보였다.) 32세에 시각 장애를 가진 아들을 얻게 되면서 세상에 대한 시선을 바꾼다. 타인의 문제일 줄로만 알았던 일이 자신의 문제가 되면서 사와다는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서 '장애'라는 문제를 개인의 영역으로 돌리는 의료적 모델의 해결책보다는 소수자의 시선에서 하나씩 메워나가는 #사회적모델 의 해결책을 찾아서 아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선물하려는 결의를 다진다. 그야말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고민이 사람에게 닿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스포츠 소수자로 규정지어왔던 지난날을 되짚고,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 를 만들기 위해. 소수자가 따로 없는 스포츠를 만들기 위해 #유루스포츠 라는 콘셉트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스포츠가 강자들의 영역에서 발달해왔기 때문에 누군가를 약자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면, 유루 스포츠는 새로운 전제조건을 통해서 기존의 규칙에서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승패와 상관없이 즐거운, 오히려 스포츠의 어원 '데포르타레'에 가까운, 기분 전환과 휴식에 근본적으로 가까운 것이 될 수 있었다.


납품 사고에 빠져서 speed, scale, short 한 삶을 살던 필자가 slow, small, sustainable 한 삶을 사는 사람으로 바뀌는 과정. 깨어졌다. 과연 필자만 전자의 삶을 살았었을까? 우리도 후자가 되어야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물론 나는 너무 납품 사고에 빠지지 못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게 좀 문제다. 그래서 납품 사고 일색인 세상에서 나는 또 아웃사이더이자 소수자일 것이다. )


통통 깨어지다 못해 부서져서 첫 문장을 뭐라고 써야 할지 망설였다. 300쪽가량의 책에서 인덱스를 50페이지 넘게 했다. 저자가 카피라이터인데다가 번역가님이 번역을 너무나 찰떡같이 하셔서 문장 문장이 팍팍 꽂혀 들어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깨어짐 에 관심이 있어 보인다. #밀리의서재 를 통해서 #럭키드로우 라는 베스트셀러를 들었다. 흥미롭고 재밌었지만 조금 엄두는 안 났다. #드로우앤드류 나 #사와다도모히로 나 둘 다 아닌 것처럼 말하지만 겸손한 #난사람 이다. 보통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나 혹은 생각했더라도 흘려보낸 것들, 엄두를 못 낸 것들을 엄두 낸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좀 더 친절한 쪽은 #사와다도모히로 인 것 같다. 이 책의  반전은 단지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이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소수자로 상정할 수 있게 하는 설득력, 그리고 그러므로 인해서 진정한 의미의 더불어 삶에 대해 시혜적인 시선이 아니라 참여적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과정을 '그저 그렇게 살지 마!'라는 추상적인 말이 아니라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벗어나서 자신에게 기획서를 써봐! 이렇게!' 같은 과정을 통해서 구체화할 수 있도록 자신의 과정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럭키드로우 를 재밌게 읽거나 들었지만,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을 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스스로를 세상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니체는 '개선이란 무언가 좋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곧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에게만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뜻한다.(#우리의상처는솔직하다 34p) 스스로에게서 발견한 소수자성은 스스로의 가능성이라고 사와다는 말한다. 우리 모두는 그렇기 때문에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다다서재의 책들이 내가 만나본 범위(아직 두 권이지만) 내에서 준 키워드는 #반전 #깨어짐 #소수자 였다. #깨어짐 과 #소수자 라는 키워드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반전 있으며 #설득력 있게 다룬다. 다다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진다.



덧,

납품 사고와 거리가 멀어서 그놈의 게으른 완벽주의 때문에 서평이 늦어지는 것을 꿋꿋하게 기다려주신 다다서재 마케터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서평이 다다서재에게 병아리 눈물만큼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서평단 #마이너리티디자인 #사와다도모히로 #소수자 #깨어짐 #자기계발 #자기발전 #더불어사는법 #다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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