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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드라운 고슴도치 Jun 15. 2022

10+n년차를 돌고 있는 선생님들의 리얼 교사 라이프

<교사, 넌 오늘도 행복하니?>를 읽고


사실 나는 언젠가 내가 생각하는 교직 생활의 명과 암을 담은 책을 쓸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게 언제일지 몰라도, 안정적이지 않은 나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지 않을까? 하고 추측은 하고 있다. 오늘 옳았던 것이 내일은 옳은 것이 아니듯이, 좀 더 생각이 익고 나면 그래도 좋은 것을 좀 더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도 답답해서 어깨너머로 배운 명리학에서 근 10년이 가장 힘들다고 했었으니까 점차 나아질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내가 교사인 것을 꽤 좋아한다. 교사 말고 다른 삶을 생각해보려고 해도 종국에는 다시 교사로 돌아오고야 마는 것이 그랬다. 그런데도 늘, 교사라는 직업을 추천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항상 물음표였다. 내가 썩 안정적인 교사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도, 교사 생활을 하면서 보는 모순점들에 대해 자꾸만 생각해보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 들어갈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처음부터 좀 잘못되었다. 모교가 썩 좋지 못한 것들의 집결체인 덕분에, 나는 '저런 선생님이 되어야지'라는 롤모델이 딱히 없었다. 오히려 그 안에서 나만의 이상향을 만들면서 나의 분투기는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교사는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외향성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뭔가를 자꾸만 도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직으로 들어오고 보니까, 그게 학교가 원하는 교사의 모습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매번 쓰는 자기소개서에서는 열정적인 교사를 뽑고, 전국 열정 자랑을 하는 거 같아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무난한 사람이 오래가는 조직이 교사 조직이다. 애초에 관리자들도 '깝치지 않을'만 한 사람을 뽑았을지 모를 일이고, 그건 또 내 신분(!)에 기인한 문제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여튼 열정만땅의 교사와 좌절하는 교사 사이 어드매에서 나는 늘 방황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선생님들과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 컸다. 별칭을 '마나'로 지은 선생님의 쿨한 이유라든지, 화목할 화라는 이름이 불 화로 보일 만큼 열정적인 선생님의 이야기라든지, 그런 열정을 알아주시는 관리자의 모습이라든지, 곁에서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별나다고 생각하지 않고 별칭으로 만들어서 북돋아주는 동료 교사의 모습이라든지.


이 책에서는 또 교사로서 남에게, 스스로에게 던져볼 법한 질문 스무 가지에 대해서 선생님들의 답변을 마주할 수 있다. 교사로서 나 스스로에게도 묻고 답하느라고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아직도 다 답하지 못한 질문이 많다. 나는 나의 교직관이나 모습이 '화영'선생님과 꽤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교직을 덕업 일치의 길, 휴먼 크리에이터의 길로 정의하신 부분에서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다. 또 내게도 꽤 많은 사람들이 '왜 학교 교사여야 해?'라는 질문을 많이 했기 때문에 생각해본 답과도 제법 비슷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교사로서 10 n년차에 접어든 선생님들의 4인 4색 이야기. 소소한 이야기부터 진지한 이야기까지, 동료 선생님들과 해봐도 참 좋을 이야기들. 이 책이 그 계기가 되면 좋겠다. 그간 괜히 말 꺼내 보기가 어려워서 혼자만 마음에 쌓아둔 고민들이 있었다면, 많은 선생님들이 이 책을 계기로 속마음 토크를 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사범대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많은 것들을 배워갈 수 있는 책이니 교직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


여러 번 다시 읽느라고 늦었고, 또 여러 번 다시 읽을  것인 좋은 책을 내주시고 늦은 리뷰 기다려주신, 그리고 이 좋은 책을 읽을 기회를 내게 주시고 10년차 교사에게 교직에 대한 희망을 진하게 보여주신 구름 학교 선생님들께 많이 감사드린다. :) 이 책은 내게도 터닝포인트였기 때문에 더 잘 쓰고 싶었다. 지리적으로 멀지만 언젠가 꼭 만나 뵙고 감사하다는 말씀도 드리고 책 이야기도 꼭 함께 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지면으로나마 수줍게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선배이자 동료 선생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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