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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드라운 고슴도치 Jun 23. 2022

세상을 책임지고 싶어 하는 작은 우주인 당신에게

당신은 지나치게 애쓰고 있어요 x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내가 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질문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럴 수 있다. 당신은 당신이지만 당신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나르시시스트와 코디펜던트 관계 속에 빠져있었다면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의 필터가 아니라 당신을 길들인 누군가의 필터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그들은 멀리에 있지 않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당연하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당신은 이미 당신의 필터가 아닌 그의 필터로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이 사실을 깨닫거나 받아들이는 데에 꽤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일단 나부터 그렇다. 그래서 '당신은 지나치게 애쓰고 있어요'를 읽고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를 읽으며 정말 많은 생각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아마 이 책을 두어 번 더 읽으면서 계속 생각하고, 깨어져나갈 것이다.


미리 말하자면 책을 읽고 가족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뜻이 전혀 아니다. 다만 당신이 스스로 바로설 수 없다면, 당신의 세상인 당신의 가족들 또한 당신의 힘으로 지킬 수 없다. 당신은 세상을 구하러 태어난 것이 아니다. 당신 하나를 지키기도 버겁다. 그러나 당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면, 당신은 단단한 당신을 중심으로 세상의 멋진 퍼즐 한 조각을 맞출 수가 있다. 당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타인을 어떻게 하려는 것보다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결국 그것을 말하고 있다. 다만 단순한 이치지만 그걸 깨닫기까지는 지난한 여정이 필요하다. 왜냐면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이 당신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소름 돋지 않는가. 그 이야기를 이 두 권의 책에서는 쉽고 자세하게, 단계적으로 활동을 곁들여 풀어준다. 책을 읽다가 좀 더 알고 싶다면 저자의 유튜브 채널 #사이다힐링 을 함께 보면 좋다.


시작은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가 궁금해서였지만, 막상 '당신은 지나치게 애쓰고 있어요'를 먼저 집어 들어 읽게 되었다. 좋은 선택이었다. 출간 순서대로 본다면 반대고, 많은 성인이 되었지만 심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이(특히 딸들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제목이기 때문에 전자가 좀 더 확 와닿겠지만, 저자의 생각의 흐름대로를 생각해보면 전자가 조금 더 날것이고, 후자는 조금 더 일반론에 가깝다. 그래서 후자를 먼저 읽고 전자를 읽으면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접하게 되어 이해가 빨리 된다. 반대로 읽는다면 어쩌면 전자에서 다가오는 날것의 충격으로 후자를 읽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이 두 권을 함께 읽되 후자를 먼저 읽을 것을 추천한다. (두 권을 함께 보내주신 썸머님의 큰 뜻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 책들처럼 서평 쓰는 것에 큰 용기가 필요했던 서평이 없었다. 왜냐면 스스로의 생각이 재정립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한참 걸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적는 것도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 적어나간다. 어차피 평생을 겪어야 하는 과정이 될지도 모르니까.


이 책 두 권은

1. 꼭 둘 다 읽고

2.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읽었으면 좋겠는 책이다.


이 두 권의 책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고백을 통한 연구로 자신을 치유하고 찾아나간 한 사람의 여정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챗바퀴를 멈춰줄 수도 있는 열쇠다.


늘 궁금했다. 왜 우리 엄마는 나를 어느 때는 엄청난 사람인 것처럼 말했다가, 어느 때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비난할까. 왜 우리 아빠는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주지 않을까(오히려 나의 성취에 실망하거나 내게 받은 상처를 쌓아두고 드러낼까). 그러면서도 왜 나를 내려놓지(독립시키지) 못할까. 그런데 반대로도 그런 것들이 성립하는 것도 같고, 다른 가정은 그렇지 않을까.


 그런 의문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는 하나씩 드러난다. 아, 내가 이런 역할을 맡고 있었구나, 근데 한 가지 역할이 아니었네? 아 이래서 나의 가정 내 관계, 사회적 관계가 이렇게 형성되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다. 우리 집도 그런 것 같은가? 그러면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그런데 우리 집은 아닌 것 같은가? 그럴 리가 없어 보이는가? 그럼 꼭 더 읽어보기를 바란다.


'정상적'이라는 말은 좀 이상하고 주관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위험한 말이지만, 유교랜드의 '~다운'삶을 살아온 우리에게 완벽한 '정상적'가정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든 크든, 우리는 애매한 그러데이션의 관계성 어드매에 서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유교랜드인 우리나라의 가족 관계 속에 살아온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한 번쯤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상한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겠지만, 주관적으로 보면 그게 참 힘들다는 것도 알 것이다. 약간 객관적으로 봤었던 관계에서 나는 외할머니도 친할머니도 나르시시스트 같은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그래 왔다. 이런 서정주 같은 고백을 하지만, 정작 나는 아직은 우리 가족에 있어서는 상대가 나르시시스트였다기보다는 코디 펜던트 집단이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한 발짝 물러서게 된다. 서사를 알고 있고, 또 그것을 대물림할 수도 있는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 대물림할 자식들이 없기는 하지만, 나의 성향이 내가 가르치는 반 아이들에게는, 학교 아이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보매, 반성할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고, 또 스스로 잘 변화해오고 있었던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혈기 왕성하던 나는 반 아이들에게 자꾸 규율을 주려고 했고 보상을 주려고 했다. 지금도 사실 그 중도는 모르겠다. 열심히 사는 아이들에 대한 보상은 필요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근데 요즘은 무조건적으로 내 반 아이들을 사랑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물론 올해 아이들이 유독 더 예뻐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토록 이 책들은 가족뿐 아니라 모든 사회관계에서 나의 위치를 점검하고, 나와 관계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준다.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다. 아마도 자기도 모르게 나르시시스트가 되고, 코디 펜던트가 되며 그것들이 사회적 규약에 따라, 특히 유교랜드인 우리나라에서 '부모의', '자식의', '엄마의', ' 아빠의' 지위에 따른 역할이 강요되면서, 혹은 덕목들이 뒤집어씌워지면서 이런 비극들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었다. 또한 유독 왜 엄마가 힘들까 같은 말이 생기는 이유는 수많은 여성들이 그간 가정을, 육아를, 심지어 남편을 육아하는 위치에 있기까지 강요당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마음이 씁쓸했다. 아주 어려서부터 그런 덕목을 내재했어야 했기 때문에. 사실은 그래서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가, 유교적인 고정 역할이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물론 그렇게까지 가고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기 전에 '나'를 돌아봐야 한다는 작가님의 충고는 잊지 말아야 한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아닌가. 나 스스로를 바로 세울 수 없으면 남을 이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조금 다행히도 나는 어려서부터 내게 들어오는 비난들을 조금은 튕겨낼 줄 아는 사람이었던 거 같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왜? 하고 계속 생각했고, 내가 냉정하거나 이기적이라는 말은 도통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또 간여 지동답게 한 고집 해서 그렇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내가 스스로 원하는 만큼의 사회적 성취도, 독립도 이뤄내지 못한 탓에 조금은 반 강제로 기대치를 낮춘(?!) 부분이 있어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수월했다.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을 공감받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님의 말대로 '대차게 무너질 일'을 겪은 뒤다 보니 스스로를 돌아보고 추스르는 기간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이 책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될 정도로 마음에 깊이 꽂혔다. 앞으로 몇 번 더 읽어가면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데에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 같다. 만약 본인이 그렇지 않으면 조금의 혼란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각자는 모두 하나의 우주이다.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면 그 우주가 무너진다. 스스로의 우주가 남의 것은 아닌지, 그 우주는 나의 우주인지 한번쯤 돌아보고 타인만의 히어로가 아니라 자신의 우주를 지켜내는 진정한 슈퍼히어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첫 한 걸음을 떼는 용기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족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뜻이 절대로 아니다.(물론 심각하면 끊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당신이 스스로 바로설 수 없다면, 당신의 우주 또한 늘 위태롭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생각한다. 나는 어제도 그제도 똑같은 화장품을 두 개씩 샀다. 30대 후반의 나이까지 캥거루로 담겨있는 입장에서 집세도 안 내고 눌러앉았으니 이 정도는 홉스의 사회계약론처럼 좀 사드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직 갈 길도 멀고, 받아들이기도 제각각이겠지만 현시점 나의 상황을 체크해볼 수 있는 지침서처럼, 잘못 돌아가고 있는 챗바퀴는 멈출 수 있도록 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으로, 첫 발을 떼기 위한 동지로 이 책과 함께해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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