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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드라운 고슴도치 Jun 14. 2022

엄마에게 빤스를 선물했다.

의식의 강이 범람한 날.


엄마에게 사각 빤스를 선물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입으려고 두 사이즈를 샀었는데 필연적으로 한 사이즈를 실패했기 때문에 행복하게 선물하기로 했다.

와중에 엄마도 어디서 사각 빤스 좋다는 말을 듣고 오셔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바로 입혀드리기로 마음먹었다.


갑자기 살이 찌니까 이런 일도 생긴다.

그래도 내가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눈 감고도 제일 작은 거 잡으면 되는 사람이었는데 세상에 빤스 사이즈가 애매해서 고민을 하다가 두 사이즈를 사게 되다니.

세상모를 일이다. 당신들도 조심해라. 다음번 척도 검사 때는 꼼짝없이 살이 쪘다는 칸에 체크해야겠다.

매일 입으로 다이어트 중이지만 그게 이 생에 가능할지 모르겠어서 오늘은 옆자리 샘한테 말을 했다. 식단 같은 걸 하고 계시냐고 물었다. 당당하게 그런 거 없다고 했다. 덕분에 급식 많이 뜨는 것을 제지당했다. 눈치를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그녀는 예리한 여자니까...


집에 와서도 김치찌개의 유혹에 넘어가서 밥도 찌개도 왕창 먹었다. 와중에 누룽지도 만드셔서 누룽지도 씹어먹었다. 탄수화물 압축력이 장난 아닐 텐데. 그렇게 살 빼서 사이즈 넘어가는 어느 천년이 오면 그냥 새로 사기로 마음먹고 새 빤스를 엄마에게 드렸다. 무려 8장이나 살 때 반반 산 거라서 느닷없는 빤스 선물을 받은 엄마는 김치찌개 해주고 빤스를 지불받은 기분이라고 하셨다. 졸지에 나는 김치찌개 값으로 빤스를 저당 잡힌 기분이 되었다. 그냥 선물했을 뿐인데 왜 결론이 이렇지?


아무튼 오늘도 지구는 평화롭고 나는 살쪘으며 엄마에게 빤스를 선물했다. 살쪄서 갑자기 효도한 사람 여기요.

그리고 우리 엄마는 내가 여기에 이런 글 쓰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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