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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드라운 고슴도치 Jul 08. 2022

몇 번을 다시 봐도 부족할 역사 속 사진 컬러링 작업.

<나는 대한민국의 파수꾼입니다>를 읽고


몇 번을 다시 봐도 부족할 역사 속 사진 컬러링 작업.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 꽤나 오래 고민했다. 이 책은 한 장 한 장 꼭꼭 씹어먹고 싶은 귀한 책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국어와 역사를 전공했지만, 내게도 외울 것이 많은 중국사나 한국 근현대사는 어려운 파트였다. 게다가 유독 사상 검증의 흔적이 많은 파트이기도 했다. 조심스러운데 외울 것도 많다니. 아마 지금도 숱한 학생들이 머리를 싸매면서 열심히 외우면서 한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근현대사에 외울 것이 없다면? 물론 예로부터 군주의 존재도 모를 정도로 평화로운 것이 태평성대라고는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정학적 위치상 우리나라는 그런 태평성대와는 거리가 먼 침략의 역사가 계속되어왔다. 그렇다면 외울 것이 없는 역사는 그저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고, 정복당해버리는 역사였을 것이다. 그만큼 열강들의 압박에도, 세계적인 흐름에도 옹골차게 저항해온 역사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우리가 나라의 모양새를 온전히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복잡한 저항의 역사들이 있었더라면, 아마 우리는 분단도 맞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렇게 싸운 사람들의 사진을 가끔 본다. 독사진도 있지만 함께 항거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역사는 때로 '사건'의 기억이어서 '사건'을 일으킨 사람에 주목한다. 그런데 무언가를 준비해본 사람은 안다. 그 '사건' 하나가 생기기 위해서 얼마나 무수한 준비가 필요한지. 임시 정부 하나를 만드는 사건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임시정부가 생겼다! 고 공포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폭탄 하나를 던지는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서 폭탄을 공수하고 답사를 하며 거사일을 논의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필요했는지, 그들이 서로를 얼마나 아끼며 똑같은 목숨을 걸고 서로에게 의지했는지 우리는 너무나 쉽게 간과해왔다.


이 책은 그런 '사건'의 이면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채색해준다. 따지고 보면 중요도가 떨어지는 목숨들도 아니었고, 정말 중요한 일을 했는데도 '사건'의 전면에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순위가 밀린 얼굴들.

그 얼굴들을 그 시간을 되짚고 되짚으며 채색해나간다. 김구가 임시정부를 꾸리던 같은 시간에 김가진이 있었고, 또 신규식이 있었고, 이종욱이 있었고, 이동녕이 있었다. 김구의 곁에는 늘 엄항섭이 있었고 이회영처럼 김철이 가산을 털지 않았다면 임시정부는 건물을 빌리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안 이름이지만 같은 시간을 계속 반복해 보다 보니 그들의 얼굴이 사진 속에서 색채로 떠올랐다.


마치 같은 영화를 처음 보면 주인공과 사건의 서사를 따라가는 데 급급하지만, 두 번 보면 조연의 서사가 보이고, 세 번 보면 음향도 효과도 감독의 킥도 보이는 것처럼.


아마 지금을 살아가는 누군가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라를 빼앗기는 게 무슨 의미냐고.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다고. 뜬금없지만 나는 코로나 정국이나 현재의 세계정세에서 답을 찾고 싶다. 어깨너머로 배운 명리학에서는 자신의 본질과 명운을 타고난다고 하는데, 자신의 본질은 대운수를 이길 수 없고, 아무리 좋은 대운수라도 국운이나 세계정세 같은 천재지변은 이길 수가 없다. 나는 그것을 특히 엄항섭의 사례에서 느꼈는데, 엄항섭 같은 천재가 나라가 온전할 때 났다면, 지금 같은 시대에 났더라면 훨씬 더 큰 일을 했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하기 벅차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감사히 각인되어야 할 사람들인 만큼, 그러나 아직은 그 감사의 영역에 노다지가 너무 많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역사의쓸모 를 들으면서, 요즘 #밀리의서재 에서 #여성독립군열전 #싸우는여자들역사가되다 등을 들으면서 아직 더 주목받아야 할 여성들도 많다는 것을 생각했고, 아무리 역사가 정치적인 것이라지만 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에 대해서 문학에서는 그렇게 관대하면서 왜 역사에서는 사상적인 잣대를 그렇게 들이대어 그들의 공훈까지 잊히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상적으로 현재와 맞지 않더라도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는 것을 왜 역사에서만 인정하지 않는지도.


그 귀한 시간들은 몇 백 번을 되돌려 들어도, 들으며 들으며 계속 사람을 발굴해내도 충분하지 않다. 여태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역사 속에서 감사하고 귀한 이들을 발굴해내고, 기억해내는 작업의 소중함을  알려주신 #은동진 선생님과 #초록비공방에 감사드리고 귀한 시간 주시고 기다려주신 #초록도비 님께도 감사드린다. 더불어 위에서 설명하면서 '이회영처럼 김철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는데, 우리의 발굴이 계속되어서 마침내 '처럼'을 떼고 이 책의 인물들을 언급하였을 때 모르는 사람이 없는 날이 오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

몇 번을 다시 봐도 부족할 역사 속 사진 컬러링 작업.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 꽤나 오래 고민했다. 이 책은 한 장 한 장 꼭꼭 씹어먹고 싶은 귀한 책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국어와 역사를 전공했지만, 내게도 외울 것이 많은 중국사나 한국 근현대사는 어려운 파트였다. 게다가 유독 사상 검증의 흔적이 많은 파트이기도 했다. 조심스러운데 외울 것도 많다니. 아마 지금도 숱한 학생들이 머리를 싸매면서 열심히 외우면서 한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근현대사에 외울 것이 없다면? 물론 예로부터 군주의 존재도 모를 정도로 평화로운 것이 태평성대라고는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정학적 위치상 우리나라는 그런 태평성대와는 거리가 먼 침략의 역사가 계속되어왔다. 그렇다면 외울 것이 없는 역사는 그저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고, 정복당해버리는 역사였을 것이다. 그만큼 열강들의 압박에도, 세계적인 흐름에도 옹골차게 저항해온 역사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우리가 나라의 모양새를 온전히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복잡한 저항의 역사들이 있었더라면, 아마 우리는 분단도 맞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렇게 싸운 사람들의 사진을 가끔 본다. 독사진도 있지만 함께 항거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역사는 때로 '사건'의 기억이어서 '사건'을 일으킨 사람에 주목한다. 그런데 무언가를 준비해본 사람은 안다. 그 '사건' 하나가 생기기 위해서 얼마나 무수한 준비가 필요한지. 임시 정부 하나를 만드는 사건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임시정부가 생겼다! 고 공포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폭탄 하나를 던지는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서 폭탄을 공수하고 답사를 하며 거사일을 논의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필요했는지, 그들이 서로를 얼마나 아끼며 똑같은 목숨을 걸고 서로에게 의지했는지 우리는 너무나 쉽게 간과해왔다.


이 책은 그런 '사건'의 이면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채색해준다. 따지고 보면 중요도가 떨어지는 목숨들도 아니었고, 정말 중요한 일을 했는데도 '사건'의 전면에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순위가 밀린 얼굴들.

그 얼굴들을 그 시간을 되짚고 되짚으며 채색해나간다. 김구가 임시정부를 꾸리던 같은 시간에 김가진이 있었고, 또 신규식이 있었고, 이종욱이 있었고, 이동녕이 있었다. 김구의 곁에는 늘 엄항섭이 있었고 이회영처럼 김철이 가산을 털지 않았다면 임시정부는 건물을 빌리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안 이름이지만 같은 시간을 계속 반복해 보다 보니 그들의 얼굴이 사진 속에서 색채로 떠올랐다.


마치 같은 영화를 처음 보면 주인공과 사건의 서사를 따라가는 데 급급하지만, 두 번 보면 조연의 서사가 보이고, 세 번 보면 음향도 효과도 감독의 킥도 보이는 것처럼.


아마 지금을 살아가는 누군가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라를 빼앗기는 게 무슨 의미냐고.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다고. 뜬금없지만 나는 코로나 정국이나 현재의 세계정세에서 답을 찾고 싶다. 어깨너머로 배운 명리학에서는 자신의 본질과 명운을 타고난다고 하는데, 자신의 본질은 대운수를 이길 수 없고, 아무리 좋은 대운수라도 국운이나 세계정세 같은 천재지변은 이길 수가 없다. 나는 그것을 특히 엄항섭의 사례에서 느꼈는데, 엄항섭 같은 천재가 나라가 온전할 때 났다면, 지금 같은 시대에 났더라면 훨씬 더 큰 일을 했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하기 벅차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감사히 각인되어야 할 사람들인 만큼, 그러나 아직은 그 감사의 영역에 노다지가 너무 많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역사의 쓸모를 들으면서, 요즘 #밀리의서재 에서 #여성독립군열전 #싸우는여자들역사가되다 등을 들으면서 아직 더 주목받아야 할 여성들도 많다는 것을 생각했고, 아무리 역사가 정치적인 것이라지만 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에 대해서 문학에서는 그렇게 관대하면서 왜 역사에서는 사상적인 잣대를 그렇게 들이대어 그들의 공훈까지 잊히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상적으로 현재와 맞지 않더라도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는 것을 왜 역사에서만 인정하지 않는지도.


그 귀한 시간들은 몇 백 번을 되돌려 들어도, 들으며 들으며 계속 사람을 발굴해내도 충분하지 않다. 여태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역사 속에서 감사하고 귀한 이들을 발굴해내고, 기억해내는 작업의 소중함을  알려주신 #은동진 선생님과 #초록비공방에 감사드리고 귀한 시간 주시고 기다려주신 #초록도비 님께도 감사드린다. 더불어 위에서 설명하면서 '이회영처럼 김철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는데, 우리의 발굴이 계속되어서 마침내 '처럼'을 떼고 이 책의 인물들을 언급하였을 때 모르는 사람이 없는 날이 오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


#서평단 #도서제공 #초록비공방 #나는대한민국의파수꾼입니다 #역사 #추천도서 #서평단 #도서제공 #초록비공방 #나는대한민국의파수꾼입니다 #역사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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