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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드라운 고슴도치 Jul 11. 2022

당신의 지금 이 시간은 무슨 색인가요?

<나의 작은 팔레트 1>을 읽고


요즘 나는 이 작은 책 한 권을 손에 쥐면 하루를 다 가진 것 같았다. 나는 이 책속에서 하루를 조각조각 꺼내 먹었다. 당신들도 달콤 쌉싸름한 그 맛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요즘 무게와 메모와 등등의 이유로 전자책을 엄청 선호하는데,  이 책은 그저 한 손에 쏙 쥐고 다니고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면서 수업 시간에 몰래 먹는 도시락처럼 언제고 꺼내 먹었다. 꼭꼭 씹어먹느라고 오래 걸렸는데, 다시 돌아보면 어제 봤던 글이 새로운 색깔로 채색되어있었다. 이 책을 스캔하지 못했던 세 가지 이유는 첫째로는 구하기 쉽지 않은 책이고(독립 출판 서적이다./구입 문의는 @seabird.books /  각 독립출판 서점에서 꽤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으니 작가님 인스타를 통해 보고 가서 구매해보는 것도 좋은 여행일 듯하다. ), 두 번째 이유는 작가님께 직접 받은 책이며 세 번째 이유는 마치 해결의 책마냥 어느 페이지든 쫙 펴서 읽고, 시간마다 나의 시간을 찾아 읽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나만 달리는 것이 아닌, 나의 시간을 얹어 팔아도 모자랐던 9시를(나는 8시지만), 어느 날은 빤한 멘트를 채웠다 지웠다 하는 자소서를 만지작대며 평범해진 나를 마주하는 6시 30분을,  어느 날은 혐오와 계산과 허례가 깃든 정오를, 어느 날은 퇴근 후의 애환을 씹는 8시와 12시를.


이 책에는 책갈피로 취침 전 약봉지를 꽂는 것이 딱 어울렸다. 현대인들의 평범해진 하루하루는 결국 모두 건실하게 아프지 아니한가. 마냥 가볍지 않아서 좋았다. 가벼움으로 도피하기보다 묵직하게 한 생을 떠받치는 하루를 기록한 것의 매력. 최근래에 처음 본 유형의 책이었다. 그러면서도 공감과 위로를 안겨주는. 한 편 한 편 아 이거였다 싶은 단상들이 장마다 담겨있지만 결코 우스개는 아닌, 희뿌연 애쉬톤인 하루 조각들. 어느 날은 원색인 하루도 있었을 것이고, 어느 날은 파스텔 톤인 하루도 있었을 것이고, 어느 날은 어두 컴컴한 하루도 있었을 것이다. 살색 같은 하늘색. 사실 하늘빛의 산란 때문에 눈에 뵈는 허상과 같은 것이라 하늘색도 그저 sky blue일 수는 없다는 것을 왜 나는 이제서 깨달아야 했던 것일까.  작가님의 통찰력이 새삼 대단하다.


우리의 하루는 매일이 중첩되지만 매일이 다르고, 어느 날은 빛과 습도와 온도와 모든 것이 완벽하여 찬란하고 어느 날은 그 모든 것이 하나도 맞지 않지만 그 나름대로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고, 크게 다른 것 없는 듯 매일이 조금씩은 다르고 같은 우리의 삶. 똑같이 출근해도 어느 날은 모든 것이 완벽하고, 어느 날은 이상하게 이것저것 꼬여서 소멸하고 싶은 날. 그런 날들이 오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12시까지 작가님의 목소리로 이어져가는 동안 나는 몇 번이나 무릎을 쳤던가. 닮은 듯 많이 닮은 우리네 삶이 꼭 나만 팍팍하지도 않다는 위로와 혹은 마냥 팍팍하지도 않을지도 모른다는 옅은 희망과 그 안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연대의 손길.


그 속에서 당신의 지금 이 시간은 무슨 색인가요? 어제도 내일도 당신의 것인 당신의 얼굴에, 몸에, 손에, 발에, 이 순간에 무슨 색이 드리워지고 있나요?


이것이 독립출판의 매력이구나 싶으면서도 첫발부터 너무 매력적인 책을 읽어버려서 독립출판 입문 거 어떻게 하나 싶다. 마침 7월 한 달간 회전문서재(@afterworklibrary )에서 종종 작가님도 와계시는 <나의 작은 팔레트 1> 전시와 7월 14일에는 책 대화도 하신다고 하니 무슨 색이 될지 모르는 그 하루에 우연히 한 발 담가보시는 것도 추천해드린다. 우연히 만난 독서 모임에서 출발해 한 식구가 되고 전시회까지 열어내는 회전문 서재의 추진력과 넉넉함, 그 연대에 기꺼이 응수하는 작가님의 따스함이 모여 열리는 전시회에 나도 꼭 참석해볼 수 있기를 바라며! :) 그 인연으로 제게 이렇게 좋은 책을 읽을 수 있게 해 주신 회전문 서재 꽃기린님과 이정현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앞으로도 책 많이 읽고 좋은 서평 더 많이 쓸게요! :)


#서평 #독립출판 #바다새출판사 #나의작은팔레트1


ps. 글 속의 모든 골뱅이는 인스타주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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