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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드라운 고슴도치 Aug 08. 2022

습관적 불행에서 벗어나는 법

강준, 사실 우리는 불행하게 사는 것에 익숙하다를 읽고


“우리가 키워야 하는 것은 ‘아픔을 견디는 인내심’이 아니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인내심’이다.”


굉장히 인상 깊었던, 1장을 끝내는 말이다. 그럼 행복이 뭔데? 그럴까봐 2장에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나는 단어의 뜻에 민감하다. 단어의 뜻은 그 뜻이 추상적일수록 100사람에게 물으면 100가지 개념이 나올 만큼, 똑같은 답을 가지고 있더라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다 다를 만큼 다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점을 굉장히 명확하게 짚어준다. 그래서 마음이 건강해지고 싶은 어른뿐만 아니라 성장하는 학생들에게도 굉장히 유효할 것 같은 마음 가지치기 지침서이다. 뭔가 막연하고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을 때 이 책을 펴면 그럴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착착 펼쳐진다. 이런 구성이라면 작가님의 다음 책 #의사와약사는오늘도안된다고말했다 가 아직 못 봤지만 너무나도 명쾌한 구성일 것 같아서 궁금한 수준...


언어의 모호함 덕분에 우리는 흔히 ‘인내심’을 가지고 ‘겸양의 믿덕’을 갖추고 살아야 한다는 말을 오해하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싶다. 흔히 한국 사람들은 행복을 유예하는 데 익숙하다는 말을 한다. 비단 한국인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우리는 빨리빨리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진도표에 맞춰 살아가기 위해서 당장의 행복을 사치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려서는 대학 가고 어른이 되면, 대학 가면 취업하면, 취업하면 결혼하면, 결혼하면 애 낳으면 같은 끝없는 미션에 허덕이며 속하지 못한 사람을 낙오자 취급했던 사회였다. 대체 사람은 언제쯤이면 마음 놓고 행복할 수 있냐는 반문이 충분히 가능했는데 그게 요즘에서야 조금씩 눈에 보인다. 요즘은 소확행, 잔소리 요금표 같은 것들이 생기고 할 말 하고 지금의 행복을 챙기며 살자는 움직임들이 생기며 조금 덜해졌지만, 사실 사는 게 팍팍해져서 그런 면도 없잖아 있는지라 좋은 현상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아니 예전보다 더 막연하고 불안한 청춘들의 발버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결론이 이런 나도, 생각보다 불행하고 애잔하게 사는 데 익숙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낮추고, 행복의 기준을 남에게 두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 생각보다 뿌리 깊게, 한국 사람으로 살아온 우리에게는 그게 미덕인 양, 채찍질해 나가야 하는 과제인 양 남아있다.


그럼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저자는 불안에 대해서 그랬듯 행복에 대해서도 제법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당연히 답은 없는 문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쾌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불행에 절여져 있는 우리가 ‘이게 맞을까?’ ‘이래도 될까?’ 하고 망설일 때 작가가 서슴없이, 행복은 성공으로부터만 오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명제를 깔끔하고 간명하게, 그러나 이유 또한 분명하게 이야기해줄 때 오는 안도감이 나에게 그랬듯 독자들에게 덕지덕지 붙어있는 불행의 무게를 톡톡 털어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불행에 자연스럽게 익숙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꽤나 많이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보면서 강준 저자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그걸 좀 덤덤하게 말해서 약간 넘사벽의 사람 같았다는 것이 이 책의 유일한 흠결(?)이었다. 나도 그런 사람 될 수 있겠지...? 있을 거야. 멘탈이 건강하고 단단하며 건강한 강준 저자와 같은 친구가 옆에 있으면 꽤나 든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강준 저자의 친구들이 문득 부럽다.) 물론 그런 저자에게도 내가 그런 친구가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책은 혹시나 내게 또 불안 버튼이 눌릴 때, 혹은 내가 습관적 불행을 찾아 허덕일 때 손 닿는 곳에서 얼른 꺼내서 심폐소생술 하듯이 펼쳐보곤 할 좋은 비상약이 될 것 같다.


마음이 힘든 사람이, 혹은 습관적 불행에서 허덕이는 사람이(사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대상자가 꽤 많겠다) 있는데 위로해주고 싶다면-이런 사람들은 주로 무슨 말을 해도 잘 듣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 물에 빠진 사람을 무턱대고 앞으로 헤엄쳐 가 구하는 느낌이랄까- 백 마디 말보다 이 책 한 권이 더 힘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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