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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드라운 고슴도치 Sep 27. 2022

우리는 모두 과정 속에서.

연지, <배우의 목소리>를 읽고


단숨에 읽었다.

어느 달이나 그렇지만 9월은 내게 행복하기도, 잔인하기도 한 달이기 때문에 마치 그저 관망하고 마냥 낙관했던 30대 초반이 지나가고 그렇게 늙지만은 않았지만 어쩌면 아무튼 선택이라는 이상한 선택지로 내몰려가는 나이가 된 사람의 애매한 나이처럼 1년이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아무튼 후반기가 되어버린 순간부터는, 정확히는 찬 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나는 쌉싸름한 날들을 맞이하게 된다. 다행히 올해 반을 정말 잘 만나서, 학교도 정말 잘 만나서 조금은 편안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런 올해도 얼마 안 남았다. 쌉싸름하다. 그간 힘들었던 시간들이었다는 10년도 이제 몇 달 안 남았다. 하지만 지나가면 나이를 먹겠지. 쌉싸름하다.


연지님은 나보다 어리지만, 업종 보정을 한다면 어쩌면 더 기약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치 같은 심정의 친구에게 위로받는 심정으로 책을 읽었다. 정말 첫 구절부터 미친 듯이 밑줄 그을 곳이 생기는 책이었다. 글마다 어쩜 이렇게 적절한 포인트가 있는지 신기할 지경으로.


'어쩌다 보니'를 염두에 두지 않아도 '어쩌다 보니' 글을 쓰게 되고, 늘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으며,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해야만 하는 연지님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보았다.(혹시 ㄱㅇ일주신가요?)


그렇지 않아도 진로에 대해서 뒤늦은 부침을 겪고 있는 내가, 나 스스로는 늘 적격이라고 생각해왔던 곳에서 늘 밀려 나왔기 때문에 작은 성취에 기뻐하면서 '버티다'의 뜻을 곱씹을 수밖에 없는 내가, 이게 되긴 되는 건가 싶었던 내가, 그러면서도 나를 자랑스러워해 온 부모님의 자랑이 되기 어려웠던 내가, 내 꿈을 향한 마음과 그 신념을 언제부터 왜 어떻게 지켜오고 있는지 사실은 조금 흔들리고 있는 내가, 사과받아야 할, 사과받아줘야 할 일 때문에 용기를 내서 싸웠고 그 영향으로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는 내가.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너의 신념을 지켜온 버팀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모두가 부치며 산다고, 많이들 아픈다고, 그렇지만 그게 나이고 너라고, 보이는 것에 대한 흉한 말들에 상처받은 만큼 좋아지면 된다고, 지금 여기서 행복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됐다고, 천천히 힘을 빼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으면 된다고, 되긴 되는 건가 싶어도 괜찮다고 뭐 까이 거 안 되면 또 어떠냐고, 너와 나는 자기에게 맞는 속도로 가고 있다고, 그리고 그런 버팀이 부칠 때는 어쩌다 보니 그랬는지 모르게 흘러가는 것에 자신을 맡겨도 진심으로 웅원해주겠다고. 그런 위로를 어마어마하게 받았다.


삶은 늘 과정이지만, 그 과정이 어떤 모양이냐는 정말 다르다. 자신이 보기에 엄청 커다란 과정일 수도, 보잘것없는 과정일 수도, 그 과정에서 보람찰 수도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과정에 있고,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죽을 때까지. 정도와 방향이 달라도 어느 정도는 상처받고 어느 정도는 좌절한다. 그런 과정 속의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사실 어마어마해 보이는 커다란 삶도 미시적으로는 어느 날은 구질구질하고 어느 날은 찌질하고 어느 날은 눈물겹다. 그런 과정 속에서 커다란 인형탈을 쓰고 굵은 땀을 흘리며 인형탈 속 마음을 끌어안고 있는 우리들에게, 같은 인형탈이 손을 내밀어온다면 그것은 인형탈이 아니라 사람인 것이다. 그 사람이 글까지 맛깔나게 쓴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인 것이다.


마누스 출판사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마누스 출판사의 #방황의조각들 또한 내 이야기 같아서 정말 사랑했다(하지만 온정 작가님 너무나도 대단하신 분이었다.) 근데 배우의 목소리는 한층 더 생활 밀착형마냥 내 몸에 착 붙어서 마음을 끌어안는 이야기다. 그런 과정들을 함께하고 하나씩 가족이 되어가는 팀 마누스의 이야기들이, 과정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모습들이, 그리고 과정의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모습들이 너무 좋다. 언젠가 나도 마누스와 함께 글을 쓰는 팀 마누스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하며 과정 속 모두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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