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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드라운 고슴도치 Oct 07. 2022

멀리 찍은 점이 달이라도.

<내 일로 건너가는 법>, 김민철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삶을 살다 보면 왕왕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와장창 깨지거나 어? 생각해보니 그러네? 싶은 순간이 오는데, 이 책이 내게는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아주 자연스럽게, 잘 사는 삶의 롤모델을 생각하게 하는 책. 치열하게 일하고, 치열하게 딴짓을 하며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데 일을 활용할 줄 아는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에도 그만큼 진심일 수가 없지만 절대 나를 잃지 않는 삶에 대해서 이 책은 이야기한다.


#퇴근길의마음 이나 #고도일보송가을인데요 나  #마이너리티디자인 을 읽으면서도 생각했었지만 기자님이나 카피라이터님들의 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데 이상하게 읽는 속도가 더디다. 이유는 정말 한 줄 한 줄 놓칠 수가 없어서 북마크를 하면서 읽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정말 절반 정도를 북마크 하며 읽었다. 그중 한 개를 꼽기가 너무 어렵게 다 좋다. 게다가 책도 너무 예쁘게 잘 나왔다. 표지부터 신박하다. 내용은 더 신박하다.


#퇴근길의 마음 과 비슷하면서 다른 결의, 여성 사회인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랜선 사수 같은 이 책은 전자가 자신으로서 우뚝 서는 법이라면 이 책은 '함께' 성장하는 법에 대해서 말한다. 특히나 전자의 책이 막 성장해나가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좀 더 주효한 책이었다면, 이 책은 내가 어떤 구성원을 거쳐서 마침내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서와 같은 책이다.


'안정'이라는 것에 목말라했고, 지금도 목마른 나는 작가의 자유로움, 혹은 19년 차 직장인의 안정됨으로부터 오는 여유가 좀 부럽기도 했다. 나도 10년 차 직장인으로서, 한 직장에 계속 있었더라면 작가님처럼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꿈꿔왔던 바다. 그래서 사립에 좀 더 목을 매달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퇴사 예정자고, 작가님은 오히려 회사를 오래 다닐 줄 몰랐던 사람이다. 우리는 다 계획대로 살고 있지 않았다.


나는 일에 대한 사랑을 미치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렇지 않은 삶은 가짜처럼 보이기도 했었다고 고백한다. 사실상 내가 정말 간절하게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의 나는, 누가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답할 취미가 없었다. 취미가 상담이고, 삶이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집에까지 그 삶을 가지고 들어왔다. 나는 교사가 되기 위해 태어나고 살며 그것이 즐거운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때의 내가 썩 훌륭하지도 않았다. 타버리고 나서 남은 게 없었다. 외사랑이었다. 결국 나는 그 사랑을 증명해버리지 못하고 타버렸다. 마치 선덕여왕 이야기 속 지귀처럼. 아니 없는 건 아니다. 건진 제자들이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래도 그때의 나는 '균형'에는 실패했던 것이다. 그 뒤로 여러 일을 겪으면서 나는, 번아웃에 도달하고 말았다. 그런 틈에 이 책을 만난 것은 마치 운명 같은 행운이었다.


저자는 일잘러로 살면서도 균형을 지키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여태까지의 책들이 막연하게 일 잘하는 사람이 되어라, 마음을 관리하고 멘탈을 관리하라고 한다면 이 책은 단계별로 어떻게 일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지, 솔직함이 어떻게 발휘될 때 빛나는지, 안전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퇴사 카드란 게 무엇인지 알려주고 함께하는 회의의 멋짐이 무엇이고 어떤 회의가 좋은 회의인지(저자는 이미 회의에 대한 책을 쓴 적이 있다) 여성 사회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흔들리는 나의 입지를 붙들 수 있는 방법인지, 타인과 어떻게 연대하고 어떻게 한 편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세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지를 매 페이지마다 가슴을 후벼 파는 카피와 같은 멘트들로 이야기한다.


그런데 심지어 쉽고 간명하다. 안 읽을 이유가 있는가? 세상 많은 직장인들이, 혹은 관리자가 되는 것이 버거운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내 삶이 왜 이런지 답답한 사람들이, 직장에서의 삶이나 무게가 버거운 사람들이, 내 위치나 입지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궁금한 사람들이, 내 삶이 어느 위치에 어떤 온도로 있어야 일도 삶도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다. :)


작가님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있는 멀어 보이는 달이 내가 찍은 점이 되어서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을 배워 내일로 건너가는 배를 타고 어느새 도착해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로, 당신도 이 간명한 진리를 말하는 사람의 팬이 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내_일로_건너가는_법 #내일로건너가는법 #김민철 #일잘러 #사회인 #인생 #랜선사수 #삶 #성장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여기에다가 좀 옮겨놔야겠다.



201p 우리는 패배의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처럼 승리의 이유도 알지 못한다. 패배할 때와 마찬가지로 승리할 때도 우리는 최선의 공을 던졌으니까. 다만 우리가 그 시간을 보내며 우리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만을, 단단히 결속된 우리 사이에 패배감이 앉을자리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만을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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