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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드라운 고슴도치 Apr 24. 2022

두 평 반에서 다져진 밀도 있게 맛깔나는 삶의 맛 입담

한명재 캐스터의 <두 평 반의 진땀 나는 야구세계>를 읽고

자, 왼쪼오오오옥! 끝내기이이이! KIA 타이거즈의 우승! 나지완이 해결사였습니다! 12년만에 KIA 타이거즈가 우승을 차지합니다!!!!!!



09년즈음부터 기아팬이라면 이 명장면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나는 그때는 기아팬이 아니었다. 그러나 기아팬들이 늘 근처에 있었기에, 게다가 그 해는 유독 기아가 우주의 기운을 맞은 해였기에, 운 좋게(?) 이 명장면을 생중계로 접할 수가 있었다. 야구를 즐겨보지 않는 귀에도 그의 목소리는 시원하게 내려 꽂히는 명장면이었고, 이후 2017년 우승을 현장에서 보는 기아팬이 된 나에게는 거의 신의 계시와 같은 다시 보기 장면이 되었다. 그 후로 그는 몇 번이나 다른 팀의 우승을 중계했겠지만(책에도 나와있다.), 그리고 내가 현장에서 보는 바람에 중계를 보지 못한 그 장면도 중계했을지 모르겠지만, 내게 한명재 캐스터는 야구팬이 되기도 전부터의 그때 그 첫인상이 너무나도 강렬한,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경기의 호흡에 따라서 인간적인 높낮이를 보일 줄 아는 정감 가는 캐스터다.  


그런 한명재 캐스터가 전하는 #두평반의진땀나는야구세계 는 희한하게도 내가 발디디고 있는 삶과 너무나도 많이 닮아있었다.


주로 말을 많이 하는 삶,

사람을 많이 만나는 삶,

사람들이 보는 것과 굉장히 다른 디테일이 많은 혹은 남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숨은 일이 많은 삶.

 작은 실수가 미치는 여파가 매우 큰 삶...!


게다가 나는 07-08년을 학보사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며 정기전 스포츠 5종 중 4종을 포토존에서 취재했다. 개뿔 모르는 스포츠를 정기전 준비하느라 배워보겠다고 전지훈련 따라가게 해달라고 일단 조른 거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그때 취재부장님 이제 생각해보니 진짜 고마웠어. 그때 스포츠 많이 배우고, 어디서 사진 찍어야하는지 정말 많이 배웠다. 지금은 나름 웬만한 사람들 아는 만큼은 아는 사람이 됐다. 야구만큼은. 당시 나성범-나성용 배터리에게 속된 말로 개털린 생각을 하면, 게다가 옜다 먹어라 하고 준 점수 2점 주워온 생각하면 지금도 열불이 터지는데 나성범 우리 팀으로 왔으니까 파이팅 이 자식아.  


방송으로 보는 화려한 캐스터의 세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한 뼘이 책 안에서는 솔직하게 드러난다. 지금의 한명재 캐스터님이 성장하기까지 있었던, 지나오니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와 실수담, 그리고 구장의 열악한 취재환경과 그로 인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 출장이 삶과 같은 너무 당연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그의 근무환경 등등....  어떤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은 없지만 화려한 현재는 다소 지질하고 구질한 까까머리 같은 과거가 만든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차곡차곡 쌓여온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


게다가 캐스터님이 팀과 선수들을,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내가  동료들을, 그리고 학생들을 대하는 것과 너무 비슷하다. 구장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2017년에 정말 훌쩍 챔피언스필드 투어를 떠나서 구석구석 살펴보았던 평소에는 들어가 볼 수 없는 락커룸과 같은 구역들과 더그아웃에서 공을 던져보았던 기억이 소환되었고, 한 명 한 명 살아있는 전설들의 이야기가 소환될 때, 그리고 동년배의 선수들 이름이 소환될 때는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기도 했다. 내가 이 사람과 동시대를 살고 있구나. 그만큼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구나.

멘트를 고민하는 모습을 볼 때면 수업 준비하면서 드립 고민하는 내가 떠오르고, 실수에 머리 싸맬 때를 보면 수업 때 실수하고 다음 시간에 뻘하게 웃으며 수습하던 내가 떠올랐다. 다행이다. 이건 방송은 아니라서. 근데 온라인 강의할 때는 내 수업도 온 가족이 듣는 수업 된 건 안 비밀이다. 실수하면 방송사고 되긴 했다.


특히나 허도환 선수 이야기를 비롯한 선수들의 인생 역경 이야기를 그린 #거북이달린다 챕터에서는 뭉클, 알지만 모르고 모르지만 아는 이들의 삶에 응원을 보내며 내 삶에도 함께 응원을 보내는, 한때 탐스에서 신발 한 개를 사면 한 개를 기부했던 것 같은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말을 주로 하시고, 늘 멘트를 고민하시는 분이시라 그런지 일단 입담도 너무 걸출하시고 중간중간 빵빵 터진다. 직업의 세계가 이렇게 웃길 일인가. 그러면서도 거창한 말을 하기보다는 소소한 말로 웃기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지루하지 않으나 화려하지도 않게, 소소한 직장 에피소드 모음집마냥 맛깔나게 정리해낸 거 너무 재밌고 놀랍다. 어떻게 이렇게 일상이 소소하게 즐거울 수가 있는가.


담에 뵈면 꼭 말씀드리고 싶다. 선생님, 저도 팬이에요. 


더불어 이 책 시리즈 너무 좋다. 학교 도서관에 당장 시리즈별로 주문해야겠다. 정말이지 살아있는 진로교육이 이거지 싶다. 사실 아이들이 저 ㅇㅇ 되고 싶어요. 할 때면, 내가 한창 찌든 나이대여서인지 "야 너 그거 현실이 어떤지 알아?" 하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많다. 다른 것보다 애들이 그 직업 껍데기만 보고 멋진 줄 알고 갔다가 실망하고 길 잃을 때는 이미 늦었을까봐서. 충분히 멋진 직업일지라도 그 면은 보지 못하고 다른 면에 홀랑 빠진 것은 아닐까 싶어서. 근데 이 책 시리즈, #일하는사람시리즈 다 읽어보고 싶은 생각 든다. #제가변호사가되어보니말입니다 서평단 떨어진 게 갑자기 너무 아쉽다. 나도 요즘 브런치에 #고등학교교사 라이프에 대해서 차근차근 적어볼 생각이다. 좀 더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그 글의 좋은 모델을 본 거 같아서 기쁘기도 하고 많은 참고가 되었다. 이런 좋은 기회 주신 문학수첩 감사드리며 다음에는 제 글도 한 번 같이 출판해주십사...(굽신) (특: 이제 시작함)

앞으로도 좀 더 많은 직업들 다뤄주시면 제가 알지 못하는 직업들 공부해서 아이들에게 진로교육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 좋은 기획 감사합니다!!


#서평단 #문학수첩 #야구 #한명재 #한명재캐스터 #야구아나운서 #스포츠아나운서 #일하는사람 #일하는사람시리즈 #KIATigers #기아우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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